“수술로 뇌질환 환자 치료, 보람”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고등한 존재가 된 것은 뇌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1,400 g에 불과한 회백질 덩어리인 뇌에 이상이 생기면 인간은 존재가치를 상실한다.
김종현(46)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 뇌전증(간질), 이상운동질환(파킨슨병, 수전증) 등 다양한 뇌질환을 수술로 치료하고 있다.
뇌질환은 약물과 수술로 치료한다. 뇌종양은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뇌전증도 수술하면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 뇌전증 환자의 30%는 약물만으로 치료 되지 않아 수술이 필요하다.
파킨슨병도 수술해야 한다. 파킨슨병 진단 후 5~10년이 지나면 약을 먹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들 질환을 뇌 영상자료를 활용해 병변 위치를 정확히 찾아 최소침습수술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인간 뇌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0조 개의 시냅스(신경세포가 교차하는 곳)로 구성돼 있는 복잡한 조직입니다. 인간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지만 뇌 조직은 두부처럼 약해 잘 다뤄야 합니다. 신경외과 의사에게 있어 뇌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지만 환자 생명을 살리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뇌질환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무섭다. 하지만 우리 몸은 신호를 보낸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고, 두통이 지속되면 지체 없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조증상이 발생해도 많은 사람은 “별 일 없겠지”라며 병을 키우기 일쑤다.
김 교수는 “수술은 마지막에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술도 때가 있다”며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수술하면 조기에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 손으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고 싶어 신경외과를 선택했다는 김 교수. 그는 “다른 곳도 아니고 머리를 맡긴다는 것은 의사를 믿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큰 용기를 내 수술을 결정한 환자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공의들에게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한다. 전공의들이 수술경과, 환자상태 등을 불성실하게 답하면 불호령을 내린다. “자기 가족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죠. 후배 의사들에게 환자를 자기 가족보다 더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과거에는 잔소리가 심했는데 이제는 좀 살살 하려고요. 세월이 흐르다 보니 자연히 용장(勇將)에서 덕장(德將)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김 교수는 “인간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뇌질환을 치료하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임상ㆍ연구에 매진… 환자ㆍ보호자와 끊임없이 소통
김 교수가 고대구로병원에서 뇌종양, 뇌전증, 이상운동질환 수술에서 괄목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신경과와 협진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신경과와 신경외과가 의기투합해 뇌신경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뇌질환 진단ㆍ치료ㆍ수술의 모든 과정을 신경과와 협의해 진행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김 교수는 “외과의사라면 문무(文武)를 두루 갖춰야 한다”고 했다. 임상은 물론 의학자로서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교수는 2006~2008년 3년 동안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연구 전임의로 일하며 정위기능 분야(뇌심부자극술 및 뇌전증) 연구와 수술기술을 축적했다. 그 결과 김 교수는 고대의료원에서 최초로 뇌심부자극술 및 뇌전증 수술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2013년 다시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정위기능 분야를 심도있게 연구하고 돌아와 뇌 시상부와 뇌파의 전기적 신호 연구결과를 국내외 학술지에 속속 발표하고 있다. 풍부한 임상 및 연구 경험을 갖춘 외과 전문의인 것이다.
김 교수는 올해부터 수술뿐만 아니라 비수술적 치료도 병행할 예정이다. 고대구로병원에서 최근 감마나이프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감마나이프 치료는 방사선수술법으로 두개골을 자르지 않고 고에너지인 감마선을 이용해 뇌병변을 치료한다. 감마선을 머릿속 병변 부위에만 집중해 쏘기에 전신마취나 피부절개가 필요없다.
김 교수는 “감마나이프 도입으로 전정신경초종, 뇌수막종, 전이성뇌종양, 뇌동맥정맥기형 등 혈관질환과 3차신경통 등 질환치료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최근 도입한 감마나이프 장비는 기존모델보다 내경이 넓고 치료시간을 줄여 치료효과와 함께 환자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환자상태가 갑자기 악화될 수 있는 것이 뇌질환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와 끊임없이 소통한다. “수술해도 1~2년밖에 살지 못하는 환자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죠. 다른 의사도 그렇지만 환자상태가 나빠지면 원인을 찾기 위해 신경외과 의사들은 밤잠을 설칩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앓이를 많이 하는 진료과가 신경외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 손으로 생명의 기로에 선 환자를 살릴 수 있기에 외과의사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예? 뇌가 아름답다고요?” 김 교수는 뇌가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의 눈에는 뇌가 아름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뇌가 아름다울 정도로 뇌질환 치료에 몰두하고 있는 그에게 치료받는 환자들이 부러웠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등록 : 2017.01.09 20:00 수정 : 2017.0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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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뇌가 아름답다로 그 샘의 깊이있는 연구가 느껴 집니다 얼마나 그 속에 깊이 빠졌으면 그런말이 튀어 나올까요 좋은소식 올려주심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