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를 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곳은 종탑에서 새는 빗물입니다. 현관 로비 바로 위인데 예배당 준공 이후로 줄 곳 새는 곳입니다. 나름 공사를 했지만 계속 새서 임시방편으로 물받이를 갖다 놨습니다. 차즘 개수가 늘어나서 4개까지 놨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새는 곳이 늘어나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떨어지는 곳도 달라서 방수천막을 깔았습니다. 그랬더니 한동안 현관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가끔 올라가서 물받이에 담긴 물을 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다 몇 해 전에 로비 바닥으로 다시 물이 떨어졌습니다. 깐 천막이 닳아서 샌 것입니다. 한동안 그래도 버티다 올 초에 심각하게 물이 떨어져서 안 되겠다 싶어서 새로운 방수포를 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정정수 권사님 댁에서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남은 비닐을 가져다가 깔았습니다. 설치할 때 칼을 사용해서 어디 새는 곳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주에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 두 번째로 새벽기도회를 쉰 날, 새벽 6시가 다 됐을 때 나갔습니다. 묶은 줄을 조심스레 풀고 로비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바닥을 봤습니다. 다행히 물이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차단기도 내려 간 것이 없어서 무탈하게 지났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몇 해 동안은 버티지 싶습니다.
그런데 새 비닐을 깔기 위해 양동이들을 옮기다가 한 곳에 커다란 지네가 죽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물도 조금 있어서 버리는데 참 이상했습니다. 양동이가 미끄러워서 스스로 올라가서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설령 그렇게 들어갔어도 다시 나오지는 못한 것입니다. 뭣 하러 천정까지 올라가서 그렇게 생을 마감했나 싶습니다. 저는 어쩌면 종탑까지 올라갔다가 물이 새는 틈으로 들어오다 떨어져서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비극이지 싶습니다.
며칠 후 비가 내릴 때, 대충이라도 양동이들을 비 떨어지는 곳에 맞게 놓으려고 다시 올라갔습니다. 이번에는 살아있는 돈벌레 한 마리가 양동이 안에 있었습니다. 보통의 경우 바로 잡는데 그냥 뒀습니다. 지네처럼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안에서 스스로 나올 수 없습니다. 면이 미끄러워서 아무리 발이 많아서 타이어처럼 접지력이 좋다고 해도 지네처럼 올라오지 못할 것입니다. 지네도 그렇고 돈벌레도 못 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발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못 올라가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까 싶습니다.
인간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못하는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하고, 때로는 할 수 있어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음을 알아야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