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이란 의미를 지닌 영어 단어 ‘시퀄레이(sequelae)’는 라틴어에서 온 말이다.
질병에서 완치된 후에 발생하는 2차적 고통을 말하는데 코로나19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이러스를 퇴치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중 일부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증상도 매우 다양하다. 지금까지 보고되고 있는 사례들을 보면 만성적인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에서부터 탈모, 고열, 설사, 탈진, 흉통, 불면증, 환각, 오한, 인지 기능 저하, 호흡곤란, 근육통, 몸살, 구토, 부정맥 등 10여 가지에 달한다.
코로나19 후유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미 NIH는 1조2753억 원을 투입 향후 4년간 후유증의 발생기전을 규명할 계획. ⓒNIH
후유증 원인 분석해 치료 과정에 적용
문제는 아직까지 이런 후유증을 치료할 특별한 처방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퇴치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장기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보이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미 국립 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공식 발표를 통해 후유증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4년에 걸쳐 1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2,753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현재 의회 승인을 마쳤으며, 관련 부서를 통해 연구비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중.
NIH의 프란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 원장은 “연구를 통해 인간이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어떻게 회복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만성적인 증후군이나 자가 면역질환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 향후 후유증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에 발표한 연구 과제에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심한 피로감을 비롯, 머리가 멍해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두통, 발열, 호흡곤란 등이 포함돼 있다.
미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후유증을 심근 염증과 심실 기능 장애 등 심혈관 질환, 폐 기능 이상 등 호흡기 질환, 급성 신장 손상 등 신장 질환, 발진 및 탈모증 등 피부질환, 후각 및 미각 기능 장애 신경 질환, 수면 조절 장애와 인지 기능 변화, 기억 장애, 우울증, 불안, 기분 변화 등 정신질환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 감염증 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2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연구를 위해 의료 데이터뱅크에 수록된 환자들의 관련 증상을 분석하고, 관련된 생물학적 표본들을 축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NIH는 그동안 후유증에 대한 지침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후유증 환자가 발생하면 그 증상 및 치료 과정 등을 데이터화해 축적하는 한편 장기적인 후유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준비해왔다.
후유증 환자 늘어나면서 세계가 ‘몸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를 배출한 나라다.
그런 만큼 퇴원했다 하더라도 후유증으로 인해 수개월에 걸쳐 장기적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2차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워싱턴 주를 비롯, 플로리다 주, 캘리포니아 주, 매사추세츠 주 등 미 전역에 후유증 환자를 위한 진료소가 개설됐으며, 늘어나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추가 개설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병원은 지난해 5월 미국 최초로 후유증 환자를 위한 클리닉을 개설했는데 지금까지 1600여 명의 환자가 다녀갔으며, 새로운 환자가 진료 일정을 잡으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CNN’에 따르면 그러나 실제로 얼마나 많은 수의 환자가 고통을 받고 있는지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의료 관계자들은 후유증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대비책을 강구해왔다.
후유증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이 후유증 환자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에 이어 후유증 환자가 대거 발생하는 2차 후유증 펜데믹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연구 결과들은 후유증 환자들이 얼마나 많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치료가 힘든 것인지 말해주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우한에 있는 진 인탄 병원(Jin Yin-tan Hospital)에서 퇴원한 1733명의 코로나19 환자를 6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퇴원 환자의 76%가 한 가지 이상의 후유 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상 가운데 피로와 근육 약화가 63%로 가장 많았다. 이어 26%는 수면 장애를, 23%는 우울 및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는 환자들이 매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후유증의 지속기간이 9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워싱턴 대학 연구진은 최근 코로나19 환자의 약 30%가 퇴원 후 9개월 동안 증상을 보고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할리우드 배우이자 사업가인 귀네스 팰트로는 코로나19 극복 비법이라며 한국의 김치를 사용한 자신만의 식이요법을 공개해 영국 보건당국 고위 관계자로부터 ‘권장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 같은 해프닝은 최근 후유증에 의한 일반인들의 두려움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 NIH의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후유증의 근본적인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지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