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오대산 선재길 월정사 전나무 숲길'
천년의 숲에서 너와 나 함께, 가을 소풍
전나무 숲길 |
한때 꽤 유명했던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되었다. 하얗게 내린 전나무숲 설경과 함께 주연 배우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졌던 드라마! 그걸 보던 우리는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가을 월정사도 예쁠 것 같지 않아? 가볼까?"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뜬금없이 우린 급여행을 잡았고 전나무 아래에서 속닥속닥 소풍놀이를 하겠다며 이것저것 준비까지 하게 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가을 소풍을 가는 느낌, 괜히 설레어서 우린 밤새 수다를 떨며 잠을 설쳤다.
다음날 아침 우린 새벽같이 길을 나서 월정사를 향했다. 도착했을 때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단풍시즌이라 그런지 이미 매표소 줄이 꽤 길다. 입장료 3천원과 주차료 5천원을 내고 전나무 숲길 스타트 지점인 월정사 일주문으로 향했다.
월정사 일주문
선재길 안내판 |
일주문은 절의 입구임을 알리는 문으로 절에 들어서기까지 거치게 되는 세 개의 문 중 첫 번째 문이다. 모든 중생이 자유롭게 드나들라는 의미에서 문짝을 달지 않고 기둥을 양쪽으로 일직선으로 세워 문을 지탱하는 구조에서 일주문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주문에 적혀있는 현판 ‘월정 대가람’은 탄허 스님의 친필이라고 한다. 그 문을 곁으로 선재길에 대한 안내판과 일주문에 대한 안내판이 자리 잡고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초록빛 전나무 숲 길이 바로 나타나는데 들어서기 전부터 온몸 가득 피톤치드를 받고 있는 듯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양옆으로 예쁜 길들이 이어져서 자꾸만 샛길로 빠지고 싶어진다. 그 유혹을 꾹 참아내며 우선 오늘의 목적인 선재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월정사 성황각이 보인다. 성황각은 이 지방의 토속 신을 모신 전각이다. 두 평 남짓 조그마한 성황각을 지나, 걸어가는 숲길이 예뻐서 우린 자꾸 멈추게 된다. 그렇게 걷다 보면 저 멀리 월정사 금강교가 눈앞에 그림처럼 딱 펼쳐진다. 때 마침 단풍도 한창이라 그 그림 같은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다리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가을 햇살을 즐겨 본다.
천왕문 위에 반달이 예쁘게 걸렸다
무지갯빛 연등길 |
다리에서 월정사 방향으로 걸어가니 일주문에 이어 두 번째로 통과하는 문인 천왕문이 보인다. 천왕문 위에 낮달이 기와와 어우러져 참 예쁘게도 떠있다. 그 길과 이어지게 연등길이 무지개처럼 이어진다. 그 길이 예뻐서 둘이 인증 샷을 찍으며 노닥노닥하고 있으니 지나가시는 분들이 "별게 다 이쁠 나이인가 보네"라며 놀리듯 웃으시며 즐거워하신다. 부끄러움도 잠시 우린 이 순간을 남기겠노라며 열심히 사진을 찍고 마지막 문인 금강문을 지나 월정사 절 내로 들어섰다.
월정사에서는 가을 단풍 맞이 무슨 행사를 했는지 무대와 조명과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구석구석 돌아보려던 마음을 접고 마당에 있는 월정사팔각구층석탑을 바라보았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고려 시대 다각 다층탑으로는 유일한 것이라고 한다. 그 앞쪽에는 팔각구층석탑을 향해 한쪽 무릎을 괴고 앉아있는 석조보살입상이 있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대웅전을 지나 곁에서 시원한 약수를 한잔 마시고 나오니 화장실이 보인다. 무슨 화장실도 이렇게 이쁜 거냐며 본격적으로 걷기 전 화장실을 들러 야무지게 출발 준비를 다시 한번!
화장실에서 나오니 바로 옆에 예쁜 전나무 숲길이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리를 지르며 그 숲으로 떨어지는 빛 구경에 또 신이 났지만 예쁜 숲에서 커피도 내려 마시고 사진도 찍고 하려면 서둘러 올라가야 한다며 부지런을 떨어본다. 이정표를 보며 선재길 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넌다. 선재길 의 선재는 ‘착한사람’이라는 뜻 도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선재길을 걷는 것은, 이 길을 통해서 세상사의 고뇌와 시름을 풀어 버리고 새로운 행복으로 나아가는 것과 더불어 서로에게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오늘 함께하는 우리는 서로에게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걸까? 웃겼지만 진짜 그래도 좋을 것 같다.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다니!
단풍이 멋지게 든 오대산
단풍길 / 전 나무 길" width=650>
너와 함께라서 행복한 걷기 여행 |
두루누비 앱을 켜고 걸었는데 앱은 자꾸만 차도 방향을 안내한다. 차도로 걸어갈 수는 있지만 지나다니는 차로 위험하다. 차라리 나무데크길을 따라 걸으면 좀 더 안전하고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침 빛에 반짝이는 숲길을 걷는 건 정말이지 힐링 그 자체다. 돌아보니 그곳의 모든 것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 빛에 우리도 지금 반짝이고 있을까?
중간 중간 나타나는 이정표를 보며 걸으면 길을 잃어버리거나 놓칠 일이 없어 참 걷기 좋은 길이다. 문제라면 너무 예뻐서 자꾸만 길 위에서 멈추게 된다는 것?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정말 “헉”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이곳에 어마어마한 화가가 다녀간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다시 한번 감탄에 감탄을 하며 경건해져 본다
개울물이 이어지고, 데크길이 이어지고,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지장폭포가 나타난다. 눈으로 보기에도 어마한 이곳을 우리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함께라서 행복한 이 길에서 함께 있음을 남기는 것으로 오늘을 추억하며 두고두고 봐야겠다.
회사거리 안내판 |
중간중간 회사 거리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하지만 어디가 어디인지 잘 구분할 수는 없었다. 회사 거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오대산에서 베어낸 나무를 가공하던 회사가 있어 ‘회사거리’로 불렸다고 한다. 360여 가구의 화전민이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던 화전민 터가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는 정도이다. 그냥 안내판을 보며 아,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
선재길 중간중간에 주차장이 있어 사람들이 드나드는 나무 입구가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다. 그 나무 입구 길마저도 예뻐서 자꾸만 지나치며 웃게 되는 길. 오대산장으로 가는 길은 단풍이 점점 더 불게 물들었다. 그날따라 하늘은 또 왜 그렇게 예쁜지 우린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강가 돌멩이 위에 앉아 단풍 구경을 하며 쉬고 있노라니 이런 게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신선놀음이라는 거구나 싶었다. 앞에 가는 동생의 발걸음을 따라 다시 또 걷다 보면 붉은 단풍잎 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초록 잎길이 나타나기도 해서 눈이 가을색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탁 펼쳐진 공간이 나타나서 "여긴 또 어디야?" 라고 했는데 안내판이 예전 화전민 터였음을 알려준다. 더 넓은 그곳에 단풍과 함께한 동생이 그림처럼 나의 카메라에 담겼다. 오늘은 함께 하는 동생이 단풍처럼 예쁘게만 보인다. 이정표를 보며 걷다 보니 징검다리와 교량으로 선택해서 걸을 수 있는 길이 나타났다. 우린 당연히 징검다리를 선택했다. 징검다리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은 또 왜 이렇게 예쁜지, 그 길에서 난 자꾸만 사진을 찍게 된다. 저 멀리 교량 위에는 사진을 찍고 있는 나들이객의 얼굴에도 이 아름다운 순간 때문인지 즐거움으로 가득 차있다.
꽤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상원사까지는 6.9킬로가 남았다. 너무 예쁜 풍경이 펼쳐지는 곳들이다 보니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게 함정이기도 하다. 그렇는 찰나 예쁜 계곡이 나타나서 보니 오대산 보메기라고 적혀있다. 계곡물을 모아 물 위에 목재를 쌓아 둔 후 여름철 우기에 보를 터트려 계곡물을 이용해 목재를 이동시기는 용도로 사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사용 안 하겠지만 정말 이렇게 예뻐도 되나 싶을 만큼 예뻐다.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다. “우리 오늘 안에 다 걸을 수는 있는 거지?”
걷다 보니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점점 다리도 아팠고 배도 고팠고 쉬어가기로 했다. 계곡의 넓직넓직한 돌멩이 위에는 알록달록 등산객들이 벌써 자리를 잡으셔서, 우린 반대로 숲에 자리를 잡았다. 가지고 온 조그마한 매트를 펴고 점심거리로 싸가지고 온 아이들을 주섬주섬 펼쳐놓으니 이것 또한 그림이다. 분위기에 취해서 일까? 이곳에서는 뭘 해도 한 폭의 그림인 양 마냥 예쁘기만 하다. 그 예쁜 숲에서 커피를 내려먹고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이렇다 해 가지지라며 부지런히 다시 걷기 시작!
단풍나무숲으로 이어지는 데크길도 너무 예쁜 이곳! 천천히 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힐링이고 치유다. 지칠 만하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선재길. 그리고 그곳에서 정말 아름다운 전나무 숲을 다시 또 만났다. “아... 우리 이곳에서 못 벗어날 것 같아”라며 우린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그 숲에 그냥 서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되니...
사진 찍고 갈까?
전나무숲 |
서로 찍고 찍어주며 걷던 우리는 이곳에서 만은 함께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삼각대를 세우고 그 멋진 전나무에게 손을 가만히 대어 본다. 차가울 줄만 알았던 그 나무는 오후 햇살에 제법 따뜻했고 지나가는 바람은 시원했다. 한참 후 동생에게 “그래서 전나무가 뭐라고 이야기해?”라고 물었지만 동생은 비밀인 양 배시시 웃기만 한다. 가끔은 자연처럼 살고 싶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이렇게 큰 위로가 되니 말이다.
다시 또 징검다리와 교량이 나타났다. 앞날 내린 비로 인해 징검다리는 물이 참방참방, 겁먹은 동생은 교량으로 걷고, 나는 징검다리로 걷기로 한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니 교량 위 동생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그곳에서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쉼터 |
중간중간 쉼터가 있어 돗자리가 없어도 앉아서 쉬어가기는 좋다. 단, 화장실은 없으므로 많은 물을 마시는 건 위험!
걷는 길이 한 가지 모습이 아니라서 지루할 틈이 없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 숲을 걷다 보면 특이한 모양으로 만들어 둔 오자형 나무 문도 만나게 된다. 오대산이라서 오자로 만들어 뒀나? 뭔들 어때! 우린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라며 숲속 가득 또 우리의 웃음꽃을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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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지치기도 했고 화장실도 가고 싶었는데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오대산장 나무 표지판이 나타났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전나무숲 저 뒤로 그림처럼 있는 오대산장. 지금도 이용을 하는 곳일까 궁금했지만 물어볼 사람은 없다. 안내판도 안 보인다
오대산장 표지판 / 화장실 |
제일 반가운 건 화장실이다. 예쁜 화장실을 들러 마지막 목적지인 상원사를 향해 출발! 예쁜 것도 너무 봤는지 이제 둘 다 지치기 시작했다.
청렴길
단풍이 내렸다
오후 빛에 예쁜 데크길
찍으면 그림이다 |
오대산장에서 상원사로 가는 길에 있는 청렴길. 왜 청렴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길이 정말 너무 예뻤다. 그 길에 떨어진 단풍잎은 또 왜이 리도 예쁜지... 가만히 동생의 신발 위에 나뭇잎을 올려놓고 찍기도 하고 잠깐 쉬는 타임에는 둘이서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며 길을 재촉한다. 사실 말은 재촉이지만 우린 너무 느렸다. 앞으로 전진이 힘들었다. 가을 오대산 선재길은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 하다. “왜 이렇게 예쁘고 난리야!”
상원사까지 2킬로 정도를 남겼을 때는 꽤 많이 어둑해지고 날씨도 차가워졌다. 덕분에 우린 정말 발걸음이 급빨라졌다. 물론 출렁다리에서는 또 출렁 놀이를 하며 한참을 놀았지만 말이다. 얼마 안 남은 그 길도 가는 내내 단풍길이다. 어디 하나 안 이쁜 곳이 없었고 우린 멈출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어둑어둑.
상원사 입구 / 상원사 앞 버스정류장
버스 시간표 |
상원사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어두워져 버렸다. 아침 8시 전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저녁 6시 10분에 상원사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산속의 해는 이렇게 빨리 지는 걸까? 이미 어두워진 날씨가 야속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돌아가는 것도 큰 문제였다. 비순환형인 관계로 입구까지 돌아가려면 버스를 타야 했다. 급한 대로 상원사 앞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가 시간을 알아보니 6시 25분이 마지막 버스라고 한다. 이미 시간은 6시 15분. 잠깐 고민을 했지만 상원사까지 올라갔다 오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결국 상원사는 입구에서 아쉬움을 가득 안고 걷기를 마무리했다.
어둑어둑 해진 그곳을 버스를 타고 내려오며 우린 내내 히히득 거렸다. 아픈 다리도 무거워진 어깨도 배고픔도 다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함께 저 아름다운 길 속에 있었음에 무엇보다 행복했고 배불렀다. "우리 겨울에 여기 다시 또 올까?”
걷기 여행 필수 정보
걷는 시간 : 4시간, 걷는 거리 : 11km, 코스 타입 : 비순환형
걷기 순서 : 월정사 매표소 버스정류장 - 월정사일주문 - 월정사경내 - 선재길 입구 회사거리 - 오대산장 - 상원사 코스 난이도 : 쉬운 편이지만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 한다면 전 구간을 다 걷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걷기 여행 TIP
화장실 : 월정사, 오대산장, 상원사, 식수 및 매점 : 월정사 매표소 부근
찾아오는 길
승용차/렌터카 이용 시 : 내비게이션에 월정사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8
시외버스 이용 시 : 진부 시외버스터미널 (T:033-335-6963)에서 월정사 정류장(소요시간 20분)
택시 이용 시 : 터미널에서 15분(요금 18,000원), 문의 : 033)339-6800 (월정사 안내 전화)
"해당 길은 2019년 11월 이달의 추천 걷기 여행길로 선정되었습니다"
글, 사진 : 조정은 여행작가, ⓒ by 걷기여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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