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윤석산尹錫山
예진이가 사는 집은 시장통 한 평도 채 되지 못하는 단칸방.
할머니랑 함께 꼭 끌어안고 누우면 얼추 꽉 찬다.
다 늦게 시장통 한 켠에 있는 공중변소엘 가려고
예진이가 이불을 꽁꽁 싸매고 쪽문을 열었다.
반쯤 열린 쪽문 사이로, 깜깜한 밤하늘에서 함박같이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할머니, 이제 화장실 가기가 힘들겠어요.…….”
첫눈은 그렇게 한밤 내내
발목 푹푹 빠지는 여섯 살 예진이의 꿈속에서 쌓이고 있었다.
―尹錫山 시집 『밥 나이, 잠 나이』, 황금알, 2008.
* 이 시의 제목은 첫눈이다. 하지만 첫눈이 이 시의 중심대상은 아니다. 제목과는 달리 이 시의 중심대상은 “시장통 한 평도 채 되지 못하는 단칸방”에 사는 “예진이”다. 예진이가 사는 이 단칸방은 “할머니랑 함께 꼭 끌어안고 누우면 얼추 꽉” 찰 정도로 좁다. 무엇보다 이는 “할머니랑 함께” 사는 예진이의 삶이 얼마나 궁핍한가를 말해준다. 모든 궁핍은 추위와 함께 찾아오거니와, 너무 추운 예진이는 “공중변소엘 가려고” “이불을 꽁꽁 싸매고 쪽문을” 연다. 그때 “반쯤 열린 쪽문 사이로” “눈이 쏟아”진다. 첫눈이다. “첫눈은 그렇게 한밤 내내” “여섯 살 예진이의 꿈속에서 쌓이고 있”다. 그러니 예진이는 “화장실 가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할머니랑 함께” 사는 “여섯 살 예진이”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는 것이 이 시이다.(이은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