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대함이(六代含飴) 여섯 세대(六代)가 함께 엿을 먹는듯이

[몽촌]

육대함이(六代含飴)

[요약] (六: 여섯 육. 代: 대신할 대. 含: 머금을 함. 飴: 엿 이)

여섯 세대(六代)가 함께 엿을 먹는다는 뜻으로, 무려 6대가 한 집안에서 사이좋게 살아가는 가족의 번성과 화목을 의미함.

이하 중앙SUNDAY 제432호[漢字, 세상을 말하다] 六代含飴<육대함이>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중국에 가면 한 번쯤 가게 되는 곳이 공자(孔子)의 고향인 산둥(山東)성 취푸(曲阜)다. 그 곳엔 삼공(三孔)으로 잘 알려진 공묘(孔廟, 공자의 사당)와 공부(孔府, 공자의 거처), 공림(孔林, 공자의 묘지)이 있다. 그 중 공부의 삼당(三堂)이란 곳은 연성공(衍聖公)으로 봉해진 공자의 후손이 가족의 업무를 처리하던 방인데 그 한가운데 위에 ‘육대함이(六代含飴)’라 씌어진 편액(扁額)이 걸려 있다. 무슨 뜻일까.

　청(淸)나라 전성기를 일궈낸 건륭(乾隆)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평소 공자를 몹시 존경했던 건륭은 재위(在位) 22년이던 1757년에 네 번째로 취푸를 찾았다. 당시 공자 집안의 가장 연장자는 공자의 67대손인 공육기(孔毓圻)의 부인 황(黃)씨로 81세였다. 그리고 바로 한 해 전에는 공자의 72대손인 공헌배(孔憲培)가 태어나 무려 6대가 한 집안에 살고 있었다(六代同堂). 자고로 가업(家業)이 번창하고 자손이 번성하기를 바라는 건 모든 중국인의 바람이다. 이 진귀한 광경이 곧 태평성세(太平盛世)의 한 표현이라 생각돼 흐뭇해진 건륭은 식사 후 공자 집안 전통의 후식인 엿(飴糖)을 먹으면서 ‘육대함이’ 네 글자를 써 황씨 부인에게 선사했다. 천하제일의 가문인 공자 집안에서 여섯 세대가 함께 사이좋게 모여 사는 게 마치 엿을 먹는 것처럼 달콤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4대가 한 시대를 함께 살기도 어려운데 6대가 한 집안에 사는 모습은 참으로 경사가 아니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건륭은 또 공자 집안과 사돈을 맺기 위해 대학사(大學士) 우민중(于敏中)의 딸을 자신의 수양딸로 삼아 공주를 만든 뒤 그를 공헌배에게 시집을 보내기도 했다. 원래 공헌배의 이름은 공헌윤(孔憲允)이었으나, 건륭제가 특별히 그를 배양(培養)해야 할 싹이라 지칭하며 배(培)자를 하사해 공헌배로 이름을 고치게 된 사연이 있기도 하다. 그런 중국도 이제는 삼대(三代)는 고사하고 이대(二代) 또한 같이 살기 힘든 핵가족 시대로 진입한 지 오래다. 우리 또한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세월의 변화를 탓하기보다는 세월에 맞춰 생각을 바꾸는 게 좋다. 삼대가 따로 살아도 마치 엿을 먹는 것처럼 달콤하게 산다면 그 또한 ‘삼대함이(三代含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하 http://egloos.zum.com/yrock22/v/2391284

[휴먼일기]퇴계집안의 장수(長壽)와 공자집안의 ‘6대함이’

이동은(李東恩)옹은 1909년 7월 7일(음력 5월 22일)생이다. 그러니까 올해로 만 100세, 엊그제 생신상을 받았다. 백수(白壽․99세)가 아닌 진짜 옹근 백수(百壽)가 되었다.

이동은옹이 누구인가? 진성(眞城) 이씨 상계파, 바로 퇴계(退溪) 이황(李滉)선생의 15대 종손이다. 퇴계선생은 누구인가? 칠십 평생 일관되게 ‘경(敬)의 사상’을 연구 완성한 ‘동방의 주자’로 추앙받는 위대한 성리학자가 아닌가. 이옹은 신학문을 배운다며 1년 남짓 대구로 유학한 기간을 빼곤 줄곧 고향인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서 한학을 배우고 가르쳤다. 봉제사 접빈객(奉祭祀接賓客 : 조상의 제사를 준비하고 집안에 오는 손님을 모시는 일)이 그의 평생에 걸친 사명이었지만 숙명으로 여기며 묵묵히 한 세기의 삶을 이어왔다.

이옹은 유모차에 의지해 하루 두 시간여를 산책하고 있지만 조금만 기력이 생기면 퇴계선생 건강비법인 ‘활인심방’(活人心方) 몇 가지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가부좌상태에서 머리를 가지런히 빗고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부비며 발바닥을 주먹으로 가볍게 때리거나 위아래 이를 딱딱 부딪치는 일이다.

현재 500년이 넘게 이어온 종택(宗宅)에는 2007년 최대의 경사가 생겼다. 바로 증손자 이석이 태어난 것. 증손자가 생겼다는 것은 손자며느리, 말하자면 종부(宗婦)가 20여년만에 이 집안에 처음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16대 주손(胄孫)인 아들 근필(77)씨와 17대 치억(35)씨, 18대 이석(2)군 4대가 한 집에 살고 있는 것이다. 드문 일이 아닐 수 없고, 듣는 이 흐뭇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4대가 한 집에서 동고동락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중국 곡부 궐리에 있는 공부(孔俯)가 떠올랐다. 공부는 불세출의 성현 공자(孔子)의 종택이다. 후원 어느 별채 편액이 ‘육대함이’(六代含飴)여서 가이드에게 무슨 뜻이냐고 하자 정말 재밌는 고사가 줄줄줄 나오는 것이 아닌가. 청나라 건륭제(1711∼1799)가 한족(漢族)인 공자 집안에 사랑하는 공주를 얼마나 시집보내고 싶었으면 한족인 우(禹)씨 가문에 입양까지 시켰을까. 딸을 보내며 싸보낸 게 ‘육대함이당’(六代含飴糖)이라는 잘게 조각내 고물을 묻힌 부드럽고 달콤한 엿이었다고 한다. 이후 이 엿은 공자가문에서 대대로 만들어 전해지는 엿으로, 지금도 공푸 앞에서 팔고 있다. 편액도 건륭제가 ‘6대 동안 엿을 입게 문 것처럼 달콤하게 지내라’는 뜻으로 직접 써줬다고 한다. 혹자는 ‘6대가 한 집안에서 엿을 머금은 것처럼 달콤하게 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무리 조혼을 한 대도 6대라면 180년인데 한 집안에 살 수 있을까. 이퇴계 종손 4대가 한 집안에 살고 있다고 하니 생각나는 고사이다. 아무튼, 단순한 음식이 아닌 황제 이전에 한 아버지로서 애틋한 사랑이 담긴 음식이 아닌가. 게다가 전설은 더 이어진다. 건륭제는 공자 제사를 핑계로 딸을 만나러 9번이나 공푸를 찾았다고 한다.

또한 혼수로 은식기 404개도 보냈다. 이 은식기가 있어야만 ‘만한췐시’(滿漢全席)라는 희대의 음식을 차려낼 수 있다고 한다. 드라마 ‘대장금’에도 소개된 만한첸시는 중국 황실의 대표적인 연회음식으로 이 음식에 오르는 요리만도 108가지. 단어 그대로 만족과 한족의 산해진미를 두루 갖춘 연회음식이다. 하루에 2번씩 사흘에 걸쳐 먹었다고 한다. 곰 발바닥, 원숭이 골, 낙타 혹, 표범 태반, 코뿔소 꼬리, 제비집 등 온갖 진귀한 재료로 만드는데, 지금도 만한췐시를 재현하는 상차림이 있어 무려 5500만원이 된다고 한다.

대표적인 요리 이름 2개만 들어본다. 위편삼절(韦编三绝), 공자가 나이 쉰이 넘어 ‘주역’(周易)을 너무 읽어 죽간을 맨 가죽끈이 세 번 끊어졌다는 고사를 따온 것으로, 대나무를 잘라 그 홈 위에 새우, 전복, 물고기, 게살 등을 반죽한 음식을 담았다. 또 하나는 문룡관수(文龍觀水)인데, 문룡은 공자를 뜻한다. 공자가 물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그려낸 요리로 <논어>에 나오는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 仁者樂山)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과연 중국인다운 발상이 아닌가.

예전부터 ‘당내간’(堂內間)이라면 한 집안에서 제사를 지내는 친척을 말하며 매우 가까운 관계이다. 8촌까지도 한 집안에서 산 예가 있으며, 5대가 한 집안에서 살았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4대가 한 집안에서 살고 있는 퇴계선생의 종손집안 얘기를 접하며 ‘6대함이’라는 건륭제와 관련된 고사가 생각나(현판을 5년 전에 직접 보고 물어본 내용이다) 적어본 글이다. 이치억씨는 젊어 ‘17대종손’이라는 멍에가 너무 무거워 도망하고 싶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관광경영관련 공부를 하는데, 먼먼 할아버지의 영향인지 동양사상이 끌렸다고 나에게 말했다. 핏줄은 못 속이는 건가. 그는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중이다. 유학까지 한 종부도 다소곳이 선비집안의 문화를 익히고 있다고 들었다. 이동은 옹은 손자의 ‘납골당’ 이야기나 제사를 축소해야 하지 않겠냐는 도전적인 발언에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 하지 않겠냐’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4대가 모두 달콤한 엿을 입에 머금으며(含飴)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빌어본다.

우천 합장

[조율]

요즘은 생활 편의상 삼대가 모여사는 집이 별로 없는 것같아요. 멀리 살더라도 자주 안부를 묻고 때 마다 찾아 뵙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동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셔요~

[몽촌]

네에 食口라는 말이 무색한 세대죠. 감사합니다.

[황금새]

毓::; 기를 육


胄孫:::여러 곳에서 검색함.
ⓐ종가의 장손을 종손이라 하고 派 예하의 지류의 장손을 胄孫이라 한다. 맨 먼저 낳은 손자
ⓑ종손보다 범위가 작은 分派祖의 長子를 말하며 역시 역할은 같다.
ⓒ장자로 대를 이어 내려오다가 아들이 없어 양자(養子)를 들여서 대를 잇는 경우. 양자로 들어온 사람은 종손이라고 부르지 않고 주손이라고 부른다.

[황금새]

요리 명칭을 고사에서 인용하는 대담함....위편삼절(韦编三绝), 문룡관수(文龍觀水)

[황금새]

감사합니다.

[몽촌]

여러가지로 배웁니다. 건필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