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조개 밭에서 글감을 소환 하다
조미경
단풍이 산야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가을 짧은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때의 황홀함을 만끽
하러 떠난 대학원 문창과 m.t에서 가장 즐겁고 흥분을 자아 내게 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역시
갯벌 체험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어, 어디서나 바다를 구경 하고 조개나 게등
바다 생물을 구경 할수 있다. 이번 1박 2일의 엠티에서 대학원 마지막을 장식 하는 행사였기여
그 기대감이 컷다. 자연을 벗삼아 그곳에서 느낀 것을 글감으로 가져와 소설 속에 수필속에 체험으로
한 획을 긋는 일은 작가에게 있어 언제나 흥분을 자아 내게 한다.
주말 아침 엠티를 떠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다. 우리의 목적지인 고창 미당 문학관은 거리가 멀고
단풍철이라 차량이 많이 막히는 관계로 오전 7시 동국대를 출발 하는 여정이었다.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 하고 아침 식사는 간단한 김밥과 과일을 먹었다.
우리가 탑승한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출발 부터 도로는 자동차의 홍수였다.
고속도로에 진입 하는 것도 느릿느릿. 그러나 기분은 최고였다.
고속도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체가 심했다. 중간 휴게소인 정안 휴게소에서 참시 쉬는 시간이 있었다.
주차장은 대형버스와 승용차들이 빼곡하게 추차 되어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로 주차장은 차량과 사람이 섞여서 또다른 분위기를 자아 냈다.
화장실 앞에 주욱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단풍이 화려한 모습을 뽐내는 모습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 맑은 자연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산과 들로 몰려 가는 틈에 나도 고곳에 한발을 내 디뎠다.
엠티 둘째날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갯벌 체험을 나섰다. 농촌 출신인 나는 가을이면 밤. 줍기가 좋았다.
바닷가에 가면 뭔가 한가지를 손으로 만지고 잡는 느낌이 좋았다. 갯벌 체험 장에 도착 장화를 빌려 신고
손에는 흙이 묻지 않도록 빨간 고무가 덧댄 면장을 끼고 트랙터를 타고
바다로 들어갔다. 바다에 차량을 차고 이동 하는 일이 처음이라 신기했다.
트랙터는 썰물이라 바닷물이 빠진 한가운데에 우리 일행을 내려 놓았다.
각자 호미와 양파망을 들고 갯벌에 철퍼덕 주져 앉아 백합조개를 캐기 시작 했다.
처음 호미로 바닥을 팠다. 한곳을 집중적으로 팠다. 조개는 보이지 않고 조개 껍질만 나왔다.
한참을 낑낑거리는데 함께 엠티온 일행중에 여기 백합이 있어 하는 소리에 나도 몸을 돌려 다른곳을 팠다.그랬더니
처음으로 둥근 조개가 쏘옥 손에 잡혔다.
신기했다. 바다 생물을 먹고 자란 백합조개이든 씨를 뿌려 키운 백합조개든 상관 없었다.
드넓은 바다 에서 내손으로 캔 조개를 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옆에서는 서로 자신이 잡은 조개를 가지고 누가누가 잘하나 내기를 하고 있었다.
백합조개 체취는 글 쓰는 것 만큼 재미있었다. 호미로 바닷을 쓱 한 번 휘두를때마다 동글한 백합조개가
모래 옷을 입고 탱글하게 짠 하고 나타날때의 기쁨이라니.
약 한시간 동안 쭈그리고 앉아 조개를 캔것 같다. 텔레비젼에. 다큐 프로에 연예인들이 출연
갯벌에서 작업 할때 입는 일바지와 햇볕을 막는 챙 넓은 모자를 쓴 대학원 선배.후배. 교수님을 바라봤다.
열중 하며 일하시는 모습이 강의실에서 집중 하며 열심히 수업들으며 필기하는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체험이 끝난후 서로의 손을 보았다. 내 손에 들린 백합조개가 가장 많았다.
선생님들이 내 손을 보더니 많이 해본것 같다고.그러나 나는 처음 해본 일이라
엉뚱하게 땅만 처음에는 팠었다.그러나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두손으로 호미질을 하니 수월 했다.
누구나 처음은 부족하고 서투르다. 글을 쓰는 일은 시간이 지나도 어렵기만 하다.
언제쯤이면 글 쓰는 일이 힘들다 투정 부리지 않고 남들에게 지적 당하지 않을 날이 올까.
그날이 오기는 할까.
강의실을 떠나 자연과 하나되는 시간.
우리 작가들은 책을 읽고 사색 하며 자신만의 색으로 많은 것을 담는다.
그릇이 작은 사람은 작은 대로 그릇이 큰 사람은 큰 그릇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그릇에 각자의 방식으로 글을 쓰는 시간의 고귀함 까지. 백합 조개를 바다에서 호미로 잡는 것과 시인이 시상을 떠올려 시를 짓는 고귀함과
소설가가 플롯을 짜서 구성 하고 각기 인물에 성격을 부여 하는 작업의 숭고한 일로 다가왔다.
그날 나는 백합조개를 체취한것이 아닌 글밭에서 글을 호미로 파면서 내게 없는 무엇을
열심히 내안에 담으며 먼 훗날 조개 캐던 날을 상기할때 웃을수 있는 시간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