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명 체포, 배후에 국제 스포츠도박 조직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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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일) 빅토리아주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 중인 서던스타즈 축구클럽 선수들과 코치 등 10여 명이 경기승부조작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 중 다수는 승부조작 사기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며 배후에 있는 것으로 지목된 국제 스포츠도박 조직으로도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한 국제 스포츠도박 회사에서 서던스타즈의 경기에 의심스러운 징후가 있다고 호주축구협회에 제보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은 올 시즌 경기에서 국제 스포츠도박 조직의 지시에 따라 일부러 지거나 비기는 등 경기결과를 조작하고 그 대가로 사례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 중에는 영국의 2부 리그에서 뛰던 니콜라스 맥코이, 데이빗 오바제 등 실력파 선수들도 다수 있으며, 레이스 노엘 선수와 조 월리 선수는 지난해 갑자기 영국 AFC 혼처치 클럽을 떠나 올해 서던스타즈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던스타즈는 현재 빅토리아주 프리미어리그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빅토리아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국제 축구 에이전트계의 거물인 윌슨 라주 페루말과 그와 관련된 스포츠도박 조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국적의 페루말 씨는 이미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세계 각지의 축구경기 승부조작 혐의로 수차례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유럽 헝가리에서 현지 경찰의 신변보호 아래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 있는 그가 어떻게 호주의 축구경기 승부조작을 조종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당국이 현재 조사 중이며, 페루말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제이슨 조 로디스가 서던스타즈 클럽의 선수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전 부패감시관이자 현재 국제스포츠안보센터에서 근무하는 크리스 이튼 씨는 “페루말 씨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뻔뻔하고 두려움이 없는지 잘 알 수 있다”며 “축구계의 부정부패는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제 축구계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축구협회(FFA)의 데이빗 갤럽 대표는 “이번 승부조작 사건은 호주 스포츠계의 모든 이들에게 ‘비참한’ 사건”이라며 “호주축구협회는 범죄에 연루된 선수들에게 마땅한 벌을 내릴 것이고, 이는 국제 축구계에 영원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영구 퇴출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호주축구협회가 그 동안 축구계의 부정부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축구가 승부조작 같은 부정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호주축구협회의 감시체계와 건전성평가기준이 많이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11년 실시된 스포츠당국의 조사에서 호주축구협회의 감시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승부조작 사건은 연방정부와 주정부들이 경찰당국과 스포츠기관들이 보다 쉽게 정보를 공유하도록 관련법을 제정 통과시키는데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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