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마련한 2년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자 본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큰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던 소상공인들 쪽에서 그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 일산 상가 번영회 박수곤 회장은 "세집 건너 한 집씩 가게가 문을 닫는다"며 "잠정 합의안 부결로 그나마 남았던 희망마저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또 "근로자들이야 타결되면 이리저리 보상을 받겠지만 소규모 상인은 한번 문 닫으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지적했다.
9일 저녁 현대중공업 임단협 장점합의안이 부결된 직후 본지 취재진이 찾은 전하동과 일산동 등 현대중공업 본사 주변지역 주민들의 분위기는 상당이 격앙돼 있었다.
통닭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여)는 "이건 함께 죽자는 거나 다름없다"며 "우리 상인들이 그렇게 하소연하면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로서 조금은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또 "하루 저녁에 닭 한두마리 팔아가지고 어떻게 살겠느냐"며 "이제 가게를 접을 작정"이라고 했다.
일산동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김 모씨는 "조선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 특성 때문에 매출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대중공업 노사의 풀리지 않는 문제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외식업 동구지부 김종문 지부장은 본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를 접하면서 할 말을 잃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또 "동구지역에 등록된 외식업소 1천 500여개 가운데 매달 15곳 가량이 문을 닫아 1년 사이에 200여개 업소가 휴업하거나 폐업했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서 막막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외식업 지부를 비롯한 동구지역 소상공인 단체는 지난 해 12월 20일 동구청 광장에서 `현대중공업 임단협 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바 있다.
권명호 동구청장도 9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말 참담하고 안타깝다"며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는 회사와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구를 비롯한 울산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사회의 중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시 노사가 협상 테이블로 나와 조속한 시일 내에 임단협을 타결해야 한다"며 "대승적인 관점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9일 전체 조합원 1만2066명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개표 결과 1만768명(투표율 89.24%)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5025표(46.67%), 반대 5662표(52.58%), 무효 55표(0.51%), 기권 26표(0.24%)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4월 분할된 4개 회사 중 현대중공업은 찬성 3788표(43.03%), 반대 4940표(56.11%)로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반면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과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 3개 회사는 각각 57.54%, 72.14%, 78.46%의 찬성율을 기록하며 이번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 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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