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소나기가 어제처럼 쏟아진다. 아스팔트 위로 튀어 오르는 빗방울이 보석처럼 빛나고, 빗방울 전주곡보다 더 감미로운 파열음이 하늘을 채운다. 안개 속으로 모습을 숨긴 장흥 계곡 속의 어젯밤 이야기를 찾아 떠나본다.
토요일 아침 비가 내리고, 마음은 불안해졌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늘의 도우심으로 오후 장흥 근처는 비가 그치고, 전화벨이 울렸다. "뭐하냐? 빨리 와야지" 마음은 장흥을 향하는데 상담 약속이 늦어져, 5시 사무실을 출발했다.
지름길을 찾아 움직이는데 사패터널 안에서 추돌 사고로 인해, 갇히고 말았다. 조금 늦겠다는 전화를 하고 삼십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 20분 이상을 소비했다. 멀리서 오신 손님들을 먼저 가서 맞지 못해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특히 모임을 위해 애쓰신 우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
장흥으로 가는 길은 언제 보아도 시원스럽다. 오전에 내린 비로 더욱 싱그러워진 나무들, 차창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상쾌한 풀내음, 도로변에 흐드러진 이름 모를 들꽃들의 출렁임, 계절을 잊고 사는지 한 무리의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있었고, 그 중 짙은 보라색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왔고 문득 OO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장흥입구로 들어서자 계곡을 향하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산허리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문득 길 옆 허름한 카페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는다" 너무나 서정적인 문구라 기억에 남고 다음 기회가 오면 그 카페의 주인을 만나러 가고 싶다.
갈수록 변해 가는 계곡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만 해도 장흥은 가고 싶은 카페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카페보다 모텔의 숫자가 더 많아진 것이 장흥을 아끼던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모임 장소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6시를 지났고, 많은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부드러운 눈빛, 따듯하게 느껴지는 손, 그 것은 바로 우리가 굶주려하는 정이었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합석하려는데, 벌써 자리를 떠나는 친구가 있었다. 분당서 오신 ㅉ 양, 중곡동 ㅋ 양, 두 분을 모셔다 드리게 위해 인천의 ㄷ 군이 자리를 떴다. 우선 남꼬들과 먼저 악수를 나누었다. 가제는 게편이라 친구사이라고 해도 목욕탕에 가서 등을 밀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여꼬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여꼬 한 분이 자신의 눈을 피했다고 하지만, 남꼬들의 신임을 얻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천서 오신 ㅈ 군은 무게가 있어 보였고, 인천서 오신 ㅈ 군은 나보다도 더 젊어 보였다. 천안의 신사 ㅎ 은 강북미녀 ㅅ 양과 술잔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모습이었고, 인사동의 ㅅ 군은 꼬방의 미녀들을 전부 모아놓고 모임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ㅅ 군의 모습을 수원 o 군은 몹시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진천서 올라온 ㄱ 군은 이야기방의 글과는 이미지가 상반된 중후한 모습이었다. 그가 여꼬들이 관심을 집중시키는 비결을 나도 전수 받고 싶지만, 쉽게 알려줄 친구가 아닐 것 같아서 포기했다. 강남의 ㅂ 군은 더운 날씨에 베지색 캐주얼 자켓에 베이지 색 구두를 신은 모습이 아직은 20살의 초보제비 시절의 기질이 남아 있어 보였다.
화정의 ㅂ 군은 언제 보아도 말이 별로 없는 믿음직 스러운 모습인데, 언제 갔는지 작별인사도 못한 것을 미안스럽게 생각한다. 꼬방에서 내가 제일 부러운 친구는 분당사는 ㅁ 군이다. 부부가 함께 사이버 모임에 다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 부부간의 굳은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장안동 ㅇ 군은 언제 보아도 군자를 연상케하는 선한 사람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 모습이 나는 부럽다. 훌라 멤버를 기다리는 ㅇ 군이 돈을 많이 딸 수 있도록 기도했다. 꼬방의 신사 동두천 ㄱ군이 의정부에 거주하는 ㄷ 군을 모시고 왔다. 술을 마시면 분위기 맨으로 돌변하는 친구인데, 지난 밤에는 동두천 칀구의 대리기사역을 담당하느라 술을 자제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원당의 철비가 변함없는 모습으로 등장했고, 늦은 시간 인천의 ㅍ 군이 도착했고 악수를 나누는 도중 내 뒤에 서 있던 여꼬에게 윙크를 보냈는데, 누군지 돌아볼 수가 없았다. 분당의 ㄷ군은 손님임에도 불구하고 회비접수와 계산등 친구들을 위해 헌신한 것을 감사드린다. 앞으로 강북의 주인은 분당의 ㄷ 군임을 선포한다.
일부는 천막 아래 탁자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벗삼아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꽃을 피웠고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방에서는 친구들의 열창 소리가 문틈을 새어나왔다. 특이한 것은 전부 음정박자를 무시한 고함지르기 경연장처럼 보였다.
8시쯤 강북의 ㄴ양이 강북의 ㅅ 양을 태우고 사라졌고, 남산의 ㅇ 양, 인천의 ㅁ 양, 분당의 ㄴ 양, 수원의 ㄷ 양은 인사동 친구의 구수한 입담에 넋을 잃고 있었다. 목동의 o 양은 볼수록 미인이라는 것을 다시 깨닭았다.
강북 미녀 중 한 사람인 ㅈ 양이 무대의 주인공인양 늦게 도착을 했고, 남꼬들이 줄을 서서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무슨 선거 유세장처럼 보였다. 압구정에 사시는 ㅂ양이 모습을 보였다가 선약 관계로 자리를 떴다.
울창한 숲 속에 자리 잡은 "자연과 우리", 길게 솟은 나무 사이로 흘러내리는 세 줄기의 수은등 불빛, 그 아래 깔려 있는 잔디의 모습이 더욱 푸르게 빛났고, 그 위를 사뿐사뿐 거니는 여꼬들의 모습이 나로 하여금 달려가 그녀들을 잔디에 누이고, 나란히 누어 하늘의 별을 세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그런 아름다운 밤이었다.
장마비로 더욱 파릇파릇한 잔디의 물결과, 그 위를 잔디가 다칠까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기는 여인들, 거칠어진 계곡의 돌 구르는 소리, 그 속에서 우리가 나눈 많은 이야기들을 장흥 계곡 속에 묻어두고 그 곳을 나왔다. 내려오는 길 이름 모를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색스폰 소리가, 귀가길을 더디게 하였다.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게 감사드리고, 멀리서 오신 분들게 후한 대접을 못해드린 것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2차로 가서 한 잔 살려고 했지만 먼 귀가길의 친구들의 안전 귀가를 위해 실행에 옮길 수 없었습니다. 또 기회가 닿으면 성의를 다해 대접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보다는,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많은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금할 수 없으며, 모임후기를 올린 것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