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요즘 제가 두문불출하고 그림과 함께 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유화 물감(흰색)이 떨어져 가드라구요.
그러니 할 수 있습니까?
물감을 사러 가야 하는데, 그거 하나 산다고 남대문까지 갈 수도 없고 해서...
아예, '전자상거래'를 이용하기로 했답니다.
여기 '00 여대 화방' 주인이 은퇴를 한 이래, 이 근방에 마땅한 화방도 없어서...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화방을 찾아, 물감을 주문했는데(물감 큰 거 세 튜브 들어간 한 상자)... 배송비가 3천 원이었습니다.
그러니 그것도 지불하기로 하고, 처음엔 어떻게 하는 줄도 모르다가...
이래저래 몇 차례 실수와 오류를 저지른 끝에, 결국 성공을 해서...
카드로 결재를 하고,
이제, 물감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면서 저는,
'나도 이젠 어쩔 수가 없구나!'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아무래도 저는 기성세대이다 보니, 물론 이전에도 그런 게 있는 줄을 알면서도... 쉽게 그 시스템에 익숙해지지 않아(그리고 그러고 싶은 생각마저도 없어서) 여태까지는 직접 발품을 팔아 먼 화방까지 다니곤 했는데,
최근에 캔버스를 전자상거래로 주문한 이래,
이제는 현 세태에 맞춰 살아가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편하긴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3. 14),
아침에 식사를 하려는데 우유가 떨어져...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겠구나.' 하고는,
마치 봄날 같이 풀린 아침이었기에 부담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대형마트로 향했는데요,
가다가 우리 동네 '신내천' 꺾어지는 데를 가다 보니,
'자전거 타이어 바람넣는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거기를 지나다,
'아니지! 기왕에 나온 김에, 타이어에 바람 좀 넣고 갔다올까?' 하고 저는 자전거를 돌려 거기에 멈춰섰답니다.
최근엔 제가 사는 이 주변에도 '자전거 포'가 하나 둘 사라지더니, 이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게 되어...
그레 맞추어, 한 지인이 '충전식 압축 공기 주입기'를 선물했음에도, 제가 그 사용법을 잘 숙지하지 못해...
일단 사용을 하면서도 속 후련하게 타이어가 빵빵하게 바람을 넣지 못해, 뭔가 늘 채워지지 않은 느낌으로 자전거를 끌고 다니고 있었기에,
더구나 요 근래엔 동네 천변(중량천 주변)을 오가다 보면 그런 게 눈에 띄기에...
'그래, 이제는 나도... 저런 시스템에도 좀 익숙해질 필요는 있어.' 하게 되었지요.
차가 없는 저는 언제라도 자전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
그런 것에도 맞춰살아야 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요.
물론 그 동안에도 그 곳을 지나면서 가끔 보면, 몇몇 사람들이 자전거 바람을 넣고 있기에 관심이 가긴 했지만,
그저 그 뿐...
적극적으로 달라들지 않아왔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그것도 스스로 하기로 마음을 바꿔먹었던 거지요.
근데요, 그것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자전거 타이어 공기 주입구의 형태와 크기에 따라 구멍이 달라, 제 자전거 타이어에 있던 게 '주입기'의 어떤 구멍하고 맞는 건지도 불분명해서...
하기는 했지만,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도 모른 채, 하기는 했는데...
하면서도 개운하지가 않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제가 늘 주장하지만, 우리나라의 서류나 사용법 같은 게(법률은 물론이고), 적혀있는 문서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겁니다.(그래서 저는 그걸 제 '약점'으로 치부하긴 하는데) 그러면서도 늘 갖는 불만이, 왜 쉽다는 우리 말을 내가 이해를 못하는지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저만 그런 건지......))
그래서 오늘도 저는, 거기 적혀있던 설명만을 가지고는 정확히 이해가 안 돼...
일을 하기는 했지만(엇비슷하게 한 것 같은데),
자전거 타이어에 빵빵하게 바람을 넣는 건 성공하지 못한 채,
'점점 익숙해지겠지......' 하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는데요,
아무튼 그렇게, 제가 요즘... 현 세태에 맞추며 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좋아서가 아닌, 어쩔 수 없어서......
근데요, 제가 오늘 그 쪽으로(대형 마트) 가게 된 또 다른 이유도 하나 있었는데요,
요즘 뉴스를 보면, 어딘가엔 어느새 '매화'가 폈다고도 하고 사진도 올라오고 해서...
'거기도 폈을까?' 하는 생각과 호기심에,
일부러 자전거를 타고(오늘은 날도 포근해서) 그 쪽으로 한 번 가던 참이었던 건데요,
비록 여기는 서울이긴 하지만, 거기 '신내천' 산책로 주변엔 '매실밭'이 있거든요?
그래서 해마다 이맘 때면, 일부러 그 쪽으로 지나면서... '매화 소식'을 직접 느끼곤 해왔기에,
오늘은 일부러 그 쪽으로 갔던 건데요,
아,
웬걸?
거기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작년은 내내 그 쪽으론 관심을 주지 않았었는데,
그 사이 매실밭의 매화나무들이 싹 다 베어져 있었고, 그냥 밭으로 변해있드라구요. (아래)
물론 허탈했지요.
예전에 있던 것들이, 한 순간에 이렇게 싹 바뀌어 있다는 것이......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제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인지라,
그렇지만 거기는 그 옆으로도 계속 그런 밭이었기에,
제가 찾아갔던 그 밭 주인은 매화나무를 이미 다 베어낸 상태였지만,
그 옆으로는... 아직은 이전의 매화나무가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관리하지 않은 지저분한 모습으로요.
그런데 올해는, 아직 꽃을 피우기가 너무 일렀는지...
그저 꽃눈만 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드라구요.
언뜻 보기에도, 한 1주일은 더 기다려야만 할 것 같긴 하던데......
아무튼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매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요. (허긴, 우리 동네 옛 경춘선 산책길에도 매화나무는 많이 있답니다.)
매화나무가 있는 것도, 아직은 매화까지 필 세월이 아니라는 것까지도요.
어쨌거나 조금 여유있게 매화를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젠 우유를 사려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천을 건너 도심으로 들어갔는데,
전화가 울렸습니다.
자전거를 길가에 멈추고 꺼내 보니,
엥?
작년 '봉화 산골 기행'에서 알았던 그 마을 태생의 00씨 아니었겠습니까?
'아니, 이 사람이 웬 일로?' 하면서 받아 보니,
"선생님, 잘 지내십니까?"
"아니, 00씨가 웬 일로?"
"선생님이 나한테 참 잘해주셨는데, 생각 나서요. 근데예, 여기 한 번 안 오십니까?" 하고 묻던데,
"아이고, 작년에 내가 거기 떠나올 때는...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하고 제가 쏘아주었더니,
"미안합니데이. 그래도 선생님이 생각나서... 전에도 전화 한 번 했더니, 안 받으시기에..."
"무슨 소리야? 언제 전화했다고! 나에겐 그런 기록도 없는데?"
"아니라예, 제가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으셨어예."
"그래, 그나저나... 내가 이제, '봉화'에 가면, 잘 곳도 없는데... 어디서 자라고?"
(제가 며칠 전에 봉화에 갔을 때, 그 친구를 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도 제가 갔던 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디 잘 데 없겠어예? 한 번 내려 오시소."
"그런데 웬일로 갑자기?"(전 여전히 빈정대고 있었지요.)
"선생님이 나한테 참 잘해주셨는데, 요즘 거기로 지나다니다 보면... 아직도 눈만 쌓여 있고... 선생님 생각이 나서예..."
(제가 그 친구에게 그렇게 빈정댄 건, 물론 저는 그를 인간적으로 대해주었지요.(결혼도 못한 채 두 형제가 살고 있는데, 이제 그들도 늙어가는 나이라...) 그리고 그도 저하고는 친해져서, 제가 '꽃밭'을 만들 때는 옆에서 거들어주기도 하는 등... 잘 지냈었는데, 막상 제가 떠나올 무렵엔... 무슨 일인지 정말 코빼기도 비치지 않아서, 제가 내심 섭섭했었거든요. 평소엔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들렀던 사람이었는데, 떠나올 땐 인사도 못하고 와서요......)
그래서 결국은,
"그래, 꽃이 피는 춘삼월이 되면... 한 번 봅시다. 갈 생각은 있으니..." 하자,
"꼭, 오이소!" 하는 말에, 진심이 느껴져...
"그럽시다!"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래도 반갑지 않았겠습니까?
어떻든, 그 친구도 사람이 그리워서(?) 그랬을 테고,
저도 그 친구의 전화까지를 받고 보니, (그리고 며칠 전 제가 눈 사진 찍으러 봉화에 다녀왔을 때도 느꼈지만)
'내가 거기서 살았던 게(꼭 4개월), 헛되지만은 않은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섭니다.
무릇, 우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그들과는 한 동안 웃고 지지고 볶으며 지냈던 게 사실 아닙니까?
그리고 그런 것도 다 인연이었을 테구요......
더구나 현지인이 떠나갔던 저를 찾아준다는 사실마저도, 나쁜 일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런 일이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