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단상
손 원
며칠 전 목이 칼칼하더니만 결국 목감기에 걸렸다. 목이 따갑고 침을 삼키기도 곤란했다. 그보다 목이 잠겨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누구를 만나기가 꺼려졌다. 코로나가 숙지고 있지만 코로나 증세와 비슷하여 재감염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마치 검사키트가 있어서 자가검사를 해 보니 음성으로 나왔다. 그래서 다소 안심을 하고 꽃가루 알레르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한이틀 지나니 목 잠김이 풀리고 다소 호전되는 듯했지만, 목 가래가 끼어 기침은 여전했다. 그제야 이비인후과를 찾아 약을 처방 받아 복용했지만, 일주일째 기침으로 고생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근년 들어 봄마다 겪는 연례행사인 듯했다. 봄이면 만발한 꽃의 향연을 즐기기에 꽃가루 알레르기를 의심해 본다. 꽃가루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 보다 봄이면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탓이 더 큰 듯하다. 예전에는 청명한 봄 하늘이라고도 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창밖은 뿌옇다. 어떤 날은 종일 대기가 뿌옇다. 그것을 들이마시기에 민감한 사람은 쉽게 목감기에 걸리는 것 같다. 수시로 공기청정기를 가동하여 실내공기라도 정화해 보지만 그 효과도 의심스럽다.
오늘 일기예보에 의하면,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에서 황사가 발원했다고 한다. 마침 북서풍이 불면서 황사가 남동진해 토요일인 오늘 오후부터 내일 사이 전국을 뒤덮겠다고 한다. 황사와 미세먼지 유입으로 중부지방은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밤부터는 '매우 나쁨' 수준으로 짙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요일은 남부지방까지 '매우 나쁨'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황사 발원지인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 기온이 높고 지난겨울부터 올봄까지 강수량이 적어 땅이 메마른 상태여서 올해 황사가 자주 발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요즘 이런 일기예보가 하루가 멀다고 발효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 웹으로 일기예보를 본다. 날씨, 기온, 바람, 강수 등 여러 항목을 볼 수 있지만 미세먼지에 관심이 크다. 코로나 이후 외출 시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있다. 요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지만, 외출 시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많다. 바람직한 현상이란 생각이 든다. 마스크 착용은 호흡기 질환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만으로도 미세먼지와 화학물질로 오염된 공기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 데 유용하다고 한다.
언제부터 미세먼지를 걱정하고 민감해졌는지 격세지감이란 생각이 든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보릿고개가 있었고 배고픈 시절이었다. 그때는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이었다. 먼지가 뽀얗게 날리는 운동장에서 종일 뛰어놀며 흙먼지를 들여 마시기도 했다. 콧물, 가래가 까맣게 나와도 개의치 않았다. 배불리 먹을 수만 있으면 그만이지 먼지의 해악을 등한시했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잘 지냈다. 당시는 먼지 속에 유해 물질이 적게 들어 있어서 탈 날 일이 적었는지도 모른다. 대기 유해 물질은 대부분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매연에 섞여 나온다. 그렇게 볼 때 대기오염은 산업화의 영향이 크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농업 위주로 오염배출원이 적었다. 농사일에 흙먼지를 종일 들이마셔도 심각하지 않았다. 70년대 이후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대기질은 급속히 나빠졌다. 국내의 오염물질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중국발 오염물질이 하루가 멀다며 전국을 뒤덮고 있으니 사면초가다. 미세먼지 문제는 국제적인 쟁점이 되어 공동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보지만 쉽지 않다.
미세먼지 문제는 지역사회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국가, 인접 국가 나아가 전 세계가 협력하여야만 해결할 수 있기에 쉽지 않다. 어쩌면 영원한 미제로 남을지도 모르고 인류는 끔찍한 재앙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각자도생만이 해결 방법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각자도생하고 있다. 대기오염이 심한 날이면 외출을 자제하고 창문을 닫고 집에 있어야 한다. 실내 공기정화를 위해 공기청정기가 생활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미세먼지를 의식하지 않았던 그때가 그립다. 밤하늘 별이 총총했다. 엄마에게 별이 몇 개나 되는지 물었다. 엄마는 "저렇게 총총한 별을 어떻게 샐 수 있겠니"라고 하셨다. 수긍이 갔다. 요즘 아이가 그런 질문을 한다면 하늘에는 무수한 별이 있지만 지구를 덮고 있는 먼지 때문에 별을 볼 수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한낮의 태양이 보름달처럼 보인다. 우리는 오염된 지구에서 살고 있다. 불행히도 그 오염에서 벗어나기가 무척 어렵다는 데 있다. 오늘을 사는 인류만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훗날의 주인인 미래세대에 좋은 상태로 지구를 물려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탁한 공기를 마시고 거침없이 기침하고 있노라면 대기오염을 실감한다. 더욱 건강한 지구로 가꾸어 미래세대에 물려주도록 지구인은 마음을 모아야 한다. 어릴 때 보았듯이 총총한 별이 밤하늘을 수놓는 그런 하늘을 만들어야 한다.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그날을 위해 우리는 배가 고프더라도 환경 살리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나무를 심는 등 깨끗한 대기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2023. 4. 16)
첫댓글
오늘 화원유원지 낙동강 데크길을 걸어보려 했다가
북서쪽 하늘에 뿌옇게 황사현상이 있어서 금방 차를 돌렸습니다.
이제 봄철에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기관지가 약해서인지 봄에는 매년 동반되는 기침의 주범이 미세먼지가 맞나 봅니다.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