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의 날이 밝았다.
매주 토요일 모임은 토요경기를 치루는날,
목요일,금요일 1박2일간의 서울 출장으로 인한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해서인지
감기 기운도 좀 있고....컨디션이 엉망이다.
내일 마라톤 대회도 있고 좀 쉴 생각 이었는데..그게 잘 안된다.
토요경기에 그리고 어김없이 이어지는 뒷풀이에 이은 2차 경기에...
집에 들어와 씻으니 새벽 2시...그래도 오늘은 좀 이른 편이다.
자야 되는데,자야 되는데 하면서도 잠이 잘 안온다.
제프 겔러웨이라는 마라톤 선수가 그랬다지?
잠못자는것 하고 기록하고는 별 연관이 없더라고...어떤때는 잠못잤을 때가
기록이 더 좋았었다고...
내심 그말이 사실이길 기대해 본다.
유명 선수가 어디 틀린말 했을라꼬.
감기 기운에 토요경기로 허리도 조금 뻑저찌끈 하다.
하기사 15시간 가까운 운전에 탁구까지5시간 쳤으니 정상이면 비정상이지???
자는둥 마는둥...일어나서 물마시고,씻고,옷가지랑 운동화 준비하고
약속 장소인 탁구교실 앞에 나가니 메롱이 혼자서 쓸쓸하다.
조금 기다리니 홍래등장.....이렇게 달랑 셋이서 또 외롭다.
[이대목에서 사랑하는 탁우회 회원들을 위해서 한번 집고 넘어가자.
약속시간,이건 참 중요하다.
모두 그렇거니와 특히나 시합이나 어디 먼곳으로 가거나,무슨 행사에 갈때는 더욱 그러하다.
단체행동에 그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좀 늦을수도 있다. 아니 못지킬수도 있다.
사람의 일이란게 어디 맘음먹은 되로 되는가 말이다.
피치못할 일이 생기기 마련 아닌가.
드런데 가만히 보면 꼭 피치못할 문제는 생기는 사람이 몇몇 정해져 있다.
그게 문제다.
모임도 그렇다.
다들 사회생활에 바쁘다.
어디 홀홀단신 고아만 늘 모임에 자주 나오는건 아니지 않는가.
가만히 보면 모임이건 시합이건...늘 열심인 사람은 늘~ 항상 그렇다.
어쩌든 약속을 목슴보다 귀히 여겨야 한다.
자기가 힘들고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는 말아야 한다.
메롱의 전화가 바쁘다.
자주 당하는 일이지만 늦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이런 급할때 일수록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꺼져있다.
아니면 받데리 수명이 유난이 짧은걸 쓰는지 나중에 물어보면 받데리가 떨어졌다고 한다.
좀 늦으면 기다릴 사람을 생각해서 전화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연락도 안해주며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이왕 돋된거 같이 돋되자는 심뽀 이리라.
내가 지금까지 겸험한 바에 따르면
약속에 칼인사람은 홍래,메롱,후니,루사,꼬야정도...이선수들은 흘러가는 약속에도 민감하다.
혹 늦잠이나 해서 늦으면 돋됬다고 생각하며 맨발로 새집지은 머릴하고라도 뛰어 나온다.
그런대로 칼인사람은 무리,하나,경호관장,실시리,민짱,바우....
좀 날을 새워야 할사람은 잠이많은 몽시기,가츠,고양이.....
그리고 여기 거명안된 선수들은 아직 내게 경험이 누적되지 않아서 판단 하기가 좀...
약속을 잘지키고 안지키고는 어찌보면 습관이다.
자신의 신용을 위해서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우리가 되었음 좋겠다.
이런 잔소리는 안하는게 훨씬 나한테는 좋은것인지 알지만 정말 우리 탁우회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하는 말이란걸 조금은 이해해 줬음 좋겠다.
내가 회장을 맡고있을때 까지는 약속 안지키면 곧 죽음이다.]
어쩌든 나,홍래,메롱 셋이서 초라하게(?)단체 사진을 찍었다.
모두 같이 모여서 준비운동도 하고, 화이팅도 하고,단체사진도 찍었음 더 좋았을 터인데...
하프출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앞쪽에 선 전국 최고 기록 보유자인 고수들이 씩씩하다.
풀코스 전국 마스터스 최고 기록보유(2시간25분대 )및 하프의 제왕 김형락씨를 비릇한 김영복등
위아의 초고수들 앞에서 왠지 위압감이 느껴진다.
많은 인파중에 어찌 찿아 왔는지 루사,꼬야가 화이팅을 외친다.
"세느강님 화이팅 !"
주위 몇이서 고개를 캬우뚱 한다...분명 한국 사람 같은데....이런 인상으로.
닉네임을 "메롱~"으로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때쯤 출발 축포가 터졌다.
출발이다.
KBS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리며 여유롭게 출발이다.
초반 오버페이스 안하기 !
오르막이 서서히 시작되는 5Km 부터 오르막길 끝나는 10Km까지 서서히 스파트!
그리고 페이스 유지하다 15km~18km까지막판 스파트 !
1km정도 휴식기 후에 막판 최대 오르막 넘기기 작전 !
목표는 5Km22분대,10km 43분대 마지막 하프골인을 1시간30분대 중반!!!
초반엔 느린 페이스 유지성공...하기야 인간들이 많아서 빨리 뛸래야 뛸수가 없으니...
창원 호텔을 지날때쯤 낮익은 LG농구선수들이 길옆에서 손을 흔들어 응원한다.
그중 조우현,김영만 선수가 눈에띈다....멋진넘들 !
오잉! 이리도 컸던가? 옆에 서있는 이친구는.....오우~ 토마스~~~
드뎌 5km통과 22분 16초...서서히 스파트를 해본다.
그런데 내가 추훨하는 넘들보다 날 추월하는 넘들이 워째 더 많을꼬?
우이 쒸...나랑같은 전락이란 말인가?
늘씬힌 몸매에 멋진 복장을한 위아의 여자 선수가 나를 추월해 치고 나간다.
멋진 운동화,멋진 복장,그리고 멋진 썬글라스...그리고 등판에 이름까지...
고수예감 !!!
새로운 목표설점 !
우선 나를 추월하는 넘들 수보다 내가 추월하는 넘들수를 한명이라도 많게할것 !
하지만 져앞에 뛰어가는 수백의 인간들은 우찌란 말인가...
5km지점부터 10km지점까지 서서히 이어지는 저고도의 긴 오르막길이 나를 미치게 한다.
여기져기 다리에 쥐가 나는지 길가로 나가 퍼질러 않는다.
걷는 사람도 즐비하다.
인라인 보조자들이 뿌려대는 에어파스 냄새가 창원을 진동한다.
그 진동하는 에어파스 냄새를 뒤로하고 또다른 여자고수가 나를 지나친다.
창원터널 좀 못미쳐서 응원 부대들이 참 많다.
단체출전한 기업체 응원팀 같다.
질러주는 소리와 박수가 나에게도 참 큰 힘이된다.
그래...뛰다가 죽자~이왕 돋된거...
10km지점 조금 못와서 부터는 조금씩 내리막 길이다.
한결 편한데...허리가 조금씩 무리가 오기 시작한다.
기침을 할때마다 다리에 힘이 스르르 빠지는 듯하다.
드디어 10km지점 통과...44분08초 초반부가 오르막길인 점을 감안 그런대로 만족이다.
12km좀 못미쳐 사물놀이패가 나와서 흥을 돋운다.
한가로이 징을치고 있는넘이 정말 부럽다.
징소리 꽹가리 소리가 빨리 뛰라는 독촉소리로 들린다.
16km지점 통과...서서히 다리에 무리가 온다.
넓적다리도 옺에 끄슬려 따갑고 젖꼭지도 옺에 스슬려 엄청 따갑다.
페이스를 늦춘틈을 타서 몇넘이 나를 추월해 간다.
여자도 한명 추월한다.
이름이 공주다...이름을 단 넘들은 하나같이 고수예감이 든다.
하기야 자기 이름걸고 낙오야 하겠는가?
남자는 여럿 지나간다.
복규,명덕,형배,보근이,관종,봉섭...
이름이 하나같이 잘뛰게 생겼지 않은가...내이름 보다는.
이런 신발끈 !
에이 게시판 !
18km지점 통과....이건 미친 짓이다.
이젠 안한다는 생각이 수십번을 동시에 머리속을 스친다.
길가에 음료수대 주위로 흘려진 포카리에 신발이 쩍쩍 붙는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그 접착력에도 다리가 잘 떨어지지가 않는다.
가슴은 뛸만한데 다리는 천근만근 !
높은 경사도인 마의19 km 지점이 눈앞에 보일때쯤 노란 풍선을 단1시간40분 도우미 흥수가
씩씩하게 나를 지나쳐 간다.
저넘을 앞서야 1시간 30분대에 들어갈수 있는데...
마음만을 노란풍선을 쫓아 가지만 다리는 늘 그자리다.
누가 그랬던가...마라톤은 정신력만 가지고는 절대로 할수없는 것이라고...멋진넘의 말이다.
마지막 고개를 앞두고 절대 멈추지 않고 뛰겠다고 다짐을 몇번씩 한다.
리듬에 맞춰 뒤뚱 거리며 언덕을 오른다.
아 왜이리 자꾸 뒤로가는 느낌이 들까.
곁에 쓰러져 다리를 비비는 넘들,
그리고 걷는넘들
그런 언덕풍경땜에 더욱 힘이든다.
차로도 힘들게 가속해서 오르는 이 길인데...
어떤넘이 이런 45도 경사로를 막판에 집어 넣었는지....환장할 노릇이다.
10km 연습할때 이 언덕을 스퍼트 하면서 단숨에 오르지 않았던가...
어느놈이 그새와서 언덕을 높여 놓았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힘이 든다.
20km를 넘어서자 운동장이 저 멀리로 보인다.
그래도 아직 1km가 넘게 남았다.
문득 황산벌의 계백장군이 하던 말이 들리는듯 하다.
"아쌀라게 거시기 해블자"
그래 나도 거시기 해블자!
아스팔트 길을 돌아 운동장으로 접어들때 F3관람석 스텐드에서 누가 소리친다.
"세느강 형님 파이팅 !"
눈을들어 거길보니 홍래가 손을 흔든다.
힘이 난다.
좀더 달려오니 반가운 얼굴들이 즐비하다.
민짱,루사,꼬야,실시리,메롱,가츠,고양이,그리고 집사람....모두들 힘을 보태준다.
10km 혹은 5km를 뛰고 응원하기 위해 기다린 것이다.
마지막 트렉 한바퀴.....그리고 골인~
내 하프 기록에(1시간37분 48초에 영 못미치는 1시간43분57초 !
아~ 오르막길은 정말 싫어 싫어 !
이건 정말 미친 짓이다.
하지만 짜릿한 미친 짓이다.
이젠 안해야지..이젠 안해야지....몇번을 다짐하며 집에 와보니 내년 2월에 있을
고성 이봉주 마라톤이며 4월있을 여수 마라톤 팜플렛이 가득하다.
그사이로 대청호반 100Km울트라 마라톤 안내도 있다.
어휴 정말이지 내가 미쳐!!!!
(마라톤을 마치고서 한장)
마라톤을 마치고 탁구교실로 오니 관장님이 고생했다며 음료수를 돌리셨다.
감사감사...뭐? 안사?
홍래는 결혼식으로 먼져가고 나머지 9명이서 동읍 넘어가는 길목의 유명한 한방궁중백숙집으로
이동했다.
멋진 낚엽이며 코스모스들 거기에는 가을이 아직 한창이다.
9명이서 2팀으로 나누어 고스톱 시작 !
돋된사람=A조는 루사,B조는 실시리(실시리는 고스톱 고수예감)
그리고 우리집안은 안밖으로 읽기...그래도 돋되지는 않았슴 !
(아줌마 아가씨는 신원보호를 위해서...)
배가 터지도록 백숙먹고,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찍고, 단감도 따먹고...
그리고는 다시 탁구교실로 이동 저녁내기 탁구 단체전 시작 !
이 인간들이 모두 인조인간들인가???
아무튼 체력들은 다를 알아줘야 한다니깐.
자주있는 일이지만 우리팀 패배 !
(3:3에서 득실로 14:13으로 패함)
(백숙집 마당에서 한장)
선수들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진해 오아시스 찜질방으로 이동...다 같이 찜질 ~
찌지고 뽁고...개인적으론 참숱방이 좋았슴.
그리고 맛있는 미역국으로 식사...루사는 카레밥 묵었지 아마?
그리고 창원와서 10시40분쯤 내일을 기약하며 해산 !
집에 오면서 집사람 왈~ "우리 애들 져리 버려두고 이렇게 다녀도 될란가?"
나의 궁색한 변명 "뭐 지들은 지들 인생이 있는거 아이것어?"
오늘은 우리 막내 아들놈 생일인데....
거금 2만원 주고 케익 사와서 생일파티 !
그리고 과외시간이 좀 비는 화요일날 같이 선물사러 가기로 굳게 약조함.
(우리아들 생일)
마라톤이 열리는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 간다 !
정말 지루하고(?)긴~~~ 하루였다.
(홍래의 역주모습)
(메롱의 역주모습)
(가츠와실시리)
(실시리)
(실시리와 가츠)
(고양이)
(나)
첫댓글 마라톤에 참가하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제가 마라톤 뛰어봐서 아는데 무지 힘들다는 건만은 잘~~압니다,,^^;;;
한편의 영화를 보것보다 더 내용이 좋은 글인듯 하네요.. 항상 모든일에 열심이신 분들앞에 이것저것 바쁘다며 핑계로 나타나지 않는 제가 죄송합니다.. 그러나 사실 애보느라 바빠서 ㅋㅋ 빨리 우리식구 단체팀 만들라면 지금부터 열심히 키워야죠^^
흠 약속하고 안지킨적은 없는거 같은디요 ~~ (__" 허 이상허네~ 갠적으로 약속 안지키는 사람 억수로 시러 허는디..... 내가 약속안지키는 사람으로 기억되다니 ㅠㅠ
진짜 수고하셨어요..대단하십니다... 글구 부럽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