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선물은 공경입니다.
1. 공경은 실제로 우리가 자발적으로, 의욕적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기도하게 해주며,
막힘없고, 밝고, 평온한 기도를 마음에서 우러나오게 해줍니다.
종종 우리는 마지못해 기도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기도 내용이 딱딱하거니와, 그래서 또 싫증이 나기도 합니다.
공경의 선물은 우리가 자녀로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분께 큰 소리로 애원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공경은 최상의 놀라운 선물이며, 예수님의 지상 생활 내내 그분과 함께했던 선물입니다.
이 점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여러분에게 루카복음의 한 구절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3,21-22).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복음사가 루카 안에서
예수님의 첫번째 공적 활동에 관한 묘사가 바로 그분의 기도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기도하는 사람으로 나타나시니, 과연 그분은 기도하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아들로서 기도하시자 하늘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분이 당신의 아들이심을 증명해줍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3,22).
예수님은 공경의 선물을 깊이 체현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앞에 아들로서 존재한다는 내적 친밀감을 항상 맛보셨으며,
열두 살 때 마리아와 요셉이 성전에서 당신을 다시 찾으러 오자
그때 벌써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셨습니다.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2,49).
그러므로 공경의 선물은 아들처럼 다정하게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하느님께 흠숭을 드릴 줄 아는 것입니다.
공경은 하느님을 아버지처럼 흠숭하며
그분을 모든 참된 선물의 샘이시요 중심으로 인정하고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마음과 온전한 삶의 방향입니다.
공경은 하느님에 대한 애정이요,
그분을 열렬히 사랑하고 모든 일에서 그분께 영광을 드리려는 마음입니다.
주님의 자비는 우리의 사랑이 당신을 향해 있기를 바라실 만큼 크십니다!
2. 공경의 선물은 성인들의 삶 안에서 나타납니다.
저는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를 떠올리면서, 하늘의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려는 성인의 자발성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성인에게 흘러넘치던 애정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느 날 셀리나(Celina-성녀 데레사의 친언니)는 빠른 손놀림으로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서도 명상에 빠져 있는 듯한
데레사를 보고 놀라서 물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세요?"
그러자 데레사는 "주님의 기도를 묵상하고 있습니다."라며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정말 감미로와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데레사의 눈에서는 눈물이 반짝였습니다."
성녀 데레사는 <자서전B>에서 아낌없는 신뢰를 내보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게 거룩한 불가마로 이어지는 외길을 즐겨 보여주십니다.
이 외길이란 곧 아버지의 품속에서 아무 겁 없이
잠드는 어린이의 믿고 내맡기는 마음입니다(242항).
병마의 첫 공격이 이미 두드러진 가운데
영혼이 가장 완전한 고통을 받고 있었을 무렵인
1896년 6월 7일에 쓴 시에서도 이와 같은 신뢰는 여전하였습니다.
저의 하늘은 언제나 제 하느님의 품에 머무는 것,
그분을 '아버지'라 부르는 데 있습니다.
공경의 선물은 너무나 심오하기 때문에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우리로 하여금 자녀다운 단순함과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바라보게 해줍니다.
공경의 선물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가운데서 온전히 드러납니다.
그것은 인간관계 안에 자리하는 감성의 선물로서,
모든 이들을 정겹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임을 우리는 압니다.
공경의 선물은 자신의 일상생활 안에, 가정생활 안에,
하루하루의 관계들 안에 깃들어 있는 선물이며,
그 모든 것을 아름답고, 즐겁고, 유쾌하게 바꾸어줍니다.
공경의 선물은 가시 같은 비탄의 불목을 없애주고
우리 관계의 모난 곳을 부드럽게 해주는 선물입니다.
공경의 선물은 삶의 고뇌를 없애주고 그것을 이겨내며 극복하게 해줍니다.
공경은 무엇보다 가족 안에서 실천되어야 하는 덕입니다.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는 사려 깊은 관심을 보여주기 쉬워도,
멀리 떨어져 있거나 아예 만나보기 힘든 사람들에겐
안부 인사를 전하는 일마저 소홀히 하게 마련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지기 쉬운 까닭입니다.
그러나 공경은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를 단순하고 소박하게 맺게 해주는 선물입니다.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의 <영은 어디에서 불타오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