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6번째 편지 - 누적의 힘
제가 월요편지에 어깨 회전근개에 문제가 있어 고통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적었더니 여러분이 같은 증세를 겪고 있다고 연락하셨습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 회전근개에 고장이 많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회전근개에 고장이 생기면 어깨 사용을 적게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여전히 일주일에 한두 번씩 골프를 쳤습니다. 물론 월요편지에 쓴 것처럼 어깨 보호대를 하긴 했지만 골프를 안 하는 것만은 못했을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거의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내심으로는 이 병은 잘 낫지 않는 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약간은 자포자기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매주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께서 "좀 어떠냐"라고 물었지만, 저는 "늘 비슷하다고" 별 성의 없이 대답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치료 효과는 누적적이니 시간이 흐르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항암치료도 마찬가지로 누적적으로 효과가 생깁니다. 일정 기간 치료를 받은 후에야 효과가 생깁니다. 이 치료도 같은 원리입니다. 그러니 조급해 하지 마시고 꾸준히 치료를 받으십시오."
그러나 저는 그 말을 별로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9월 11일부터 본격 치료를 시작했으니 약 한 달쯤 지난 지난주부터 어깨 통증이 가벼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옷을 입고 벗을 때 어깨를 돌리면 통증이 있어 불편하였는데 그런 증상이 없어진 것입니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마침 중간 체크를 위해 어깨 MRI를 하였습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회전근개에 구멍이 났었는데 많이 메꾸어졌고, 물도 찼었는데 그 물도 거의 빠져 통증이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누적'의 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저는 집에 와서 '누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더 공부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인터넷과 ChatGPT와 씨름한 결과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적>은 단순히 값이나 정보가 쌓이는 개념입니다. 이번 치료와 관련해서는 약이 계속 몸에 투입되면 약 성분이 몸에 쌓이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누적>입니다.
그런데 누적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에 <변화>가 생깁니다. 이 변화에 대해 여러 가지 맥락에서 다양한 <표현>들이 존재합니다. 한번 보겠습니다. 대부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표현>들입니다.
1. 임계점 (Threshold)
"임계점"이란 어떤 현상 또는 반응이 변화하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누적된 양이나 값이 특정 임계점에 도달하면 변화가 시작됩니다. 물리학, 생물학 등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물이 0도에 도달하면 얼음으로 변화합니다. 0도가 임계점인 것입니다.
2.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
티핑 포인트 역시 어떤 현상 또는 추세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나 지점을 가리킵니다. 일종의 전환점으로, 이 지점을 지나면 상황이 크게 바뀌게 됩니다. 주로 사회학, 경제학 등에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현상, 유행, 제품 등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갑자기 폭발적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용어는 말콤 글래드웰의 책 <티핑 포인트>에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3. 특이점(Singularity)
인공 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여 스스로 개선하게 되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이 지점을 지나면 기술의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 인간이 예측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 개념은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책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 의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 세 가지 표현 이외에도 변곡점, 전환점, 분기점, 포화점 등의 표현이 있습니다. 이번 치료와 관련해서는 임계점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것 같습니다. 이제 치료가 누적되어 임계점을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임계점을 <습관의 변화>라는 개념과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바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다거나, 매일 1시간씩 운동을 하고 싶다거나, 하루에 1시간씩 책을 읽고 싶다거나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목표가 작심삼일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은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멈추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매일 1시간씩 운동하는 것은 언제가 임계점일까요? 하루, 이틀, 사흘 누적적으로 운동을 해 나갈 경우, 어느 시점이 되어야 임계점에 도달하여 폭발적으로 변화하고 습관이 될까요.
ChatGPT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되기 위한 임계점은 무엇일까? 누구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하고 누구는 30일의 힘을 이야기하는데 네 의견은 어때?"
ChatGPT 4.0은 이렇게 답변하였습니다.
"습관 형성에 대한 임계점은 여러 연구와 이론에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하신 "1만 시간의 법칙"과 "30일의 힘"은 각각 특정 영역의 전문성 획득과 새로운 습관 형성에 관한 이론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 이론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즈"라는 책에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는 어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대략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법칙은 주로 특정 기술이나 능력의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한 시간을 의미하며, 일반적인 습관 형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습니다.
30일의 힘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21일부터 30일까지 지속적으로 그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여러 연구에서도 21일부터 30일 사이의 기간 동안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제 의견으로는, 습관 형성의 임계점은 개인마다, 그리고 형성하려는 습관의 성격마다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노력과 지속적인 행동의 반복입니다. 정해진 숫자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의 상황과 목표에 따라 적절한 기간과 방법을 찾아 습관 형성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ChatGPT가 공자님 같은 말씀을 하였지만 습관 형성에도 임계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습관을 바꾸고 싶으신가요.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10.23.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