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봇물, 김문수의 포스트 강용석
지난 19일 낮 12시 30분경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남양주소방서에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나 이런 사람이야~’ 사건을 일으켜 화제죠. 암 환자 이송체계 등을 문의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만 김 지사는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당시 통화내용을 정리하면 그냥 ‘나 누군데 넌 누구냐’ 이런 식으로 끝나고 말죠. 첫마디부터 대단합니다.
소방서 : 네 남양주 소방서입니다.
김문수 : 어 그래, 여보세요
“어 그래”는 뭡니까. 마치 사단장이 전화 받는 것 같습니다. 아니, 본인이 전화 해 놓고 “어 그래” 라니, 어르신 납셨군요.
소방서 : 여보세요?
김문수 : 나는 도지사 김문수입니다.
여기서부터 ‘나~이런 사람이야~’ 통화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소방 공무원은 알아서 기지 못했고 흥분한 김 지사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마찬가지.
결국 죄 없는 소방서 상황실 근무자 2명만 23일 좌천당했다죠. 자신의 직위와 이름 등을 대지 않는 등 근무규정을 위반 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입니다만, 아니 언제부터 긴급 신고전화에서 관등성명이 나왔죠? 사단장님 납셨네요.
마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용건은 말하지 않고 ‘나 이런 사람인데~누군지 몰라?’같은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고객을 떠올리게 만드네요. 흔히 진상이라고 불리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에 패러디도 봇물을 이뤘습니다. '나는 도지사다', '문수 좋은 날', '김문수는 왜 자아를 119에서 찾나' 등등...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을 능가하는 의외의 화제군요.
하지만 김 지사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네티즌들이 ‘너무한 조치’라고 성토해도 경기도청은 “직위와 이름을 대지 않고 먼저 전화를 끊은 것은 명백한 근무규정 위반”이라는 입장 뿐.
H카드사 실화 “나 사장인데...”
한 트위터러가 김 지사에게 “소방서에 장난 전화가 얼마나 오는지 알고도 그러십니까? 또한 그렇다 쳐도 좌천하는 게 정당한가요”라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소방시스템에 위치도 나온답니다. 근무자들 기본이 안 된 거죠”라고 일축했습니다.
전화를 받고 위치정보를 통해 본인의 신분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런식으로 대했느냐, 이말이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사회적 관습에 의거한 상식을 무너뜨릴 순 없는 겁니다.
카드회사를 예로 들어 볼까요? 카드회사는 고객이 전화를 하면 모니터에 신상정보와 사용내역 등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안내를 위한 본인확인은 필수죠. 그런데 얼마 전 모 그룹 계열 카드사의 사장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던 일이 있습니다.
상담원은 전화를 받자마자 “안녕하십니까, 사장님~”이라고 응대했고 상대방은 매우 흐뭇한 목소리로 자신의 카드사용 내역을 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화를 끊으면서 대반전이 벌어집니다. “근데 넌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냐?”고 사장이 씁쓸한 한 마디를 남긴 겁니다. 이 일로 이 회사는 상대방이 누구던지 (예를 들어 ‘나 조현오야’ 또는 ‘대통령이야’)라고 해도 절대 확인절차를 생략하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다죠.
그렇습니다. 모든 개인정보가 다 나타나는 카드회사 마저도 본인확인 후에 상담을 진행하는 마당에, 꼴랑 위치정보나 표시되는 119 상황실에서 “안녕하십니까, 도지사님”이라도 외쳐야 한단 말인가요.
어쨌거나 대권주자, 조선일보도 쉴드쳤지만...
28일 네이트 랭킹뉴스에서는 이 사건이 댓글랭킹 3위에 올랐습니다.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는 ‘경기도지사 전화를 '장난 전화'로 오인한 119대원 2명 인사조치’라는 기사를 통해 “‘소방공무원 재난 현장 표준작전절차’에 따르면, 상황실 근무자는 119 전화신고 접수 시 먼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신고 내용에 대해 성실히 응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황실 근무자가 신고 전화에 대해 장난 전화 여부를 임의로 판단해 응대하는 것은 금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남양주 소방서에서는 2009년 2월에도 119 응급구조 신고를 장난 전화로 오인해, 구급차가 충동하지 않아 신고자가 동사한 사고도 있었다”고 밝힌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측의 발언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의 내용은 “이거 뉴스 봤는데 진짜 어이없음. 119전화해서 지가 도지사라고 밝힘. 그 다음 용건을 말해야 되는데, 말 안하고 침묵... 그냥 들었을 때 장난전화스러움. 지가 도지사인데 소방관이 모라고 대답해야 됨?” 이군요.
결국 조선일보는 오늘 오전 기사에서 한 번 더 이 소식을 전합니다. ‘"도지사 김문수입니다, 안들려요?" "무슨 일인지 먼저 말씀하세요"’라는 기사에서 앞서 언급된 도 소방재난본부 측의 발언은 축소해서 언급한 후 “김 지사가 용건을 바로 말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일인데 자꾸 '내가 누군데 넌 누구냐'고 물은 것도 문제 아니냐”는 한 소방관의 말로 기사를 마무리.
말도 안되는 상황에 조선일보도 김문수 살리기에 적극적으로는 나서지 못하는 걸까요? 대권주자로 막강한 파워를 만들어가던 김문수 지사는 전화 한통화로 인하여 좌우상하 전방위적으로 까이게 되었군요.
사진)조선일보도 무리라고 느겼는지 적극적인 쉴드를 쳐주지 못하는 동안 김문수 도지사가 인사발령 철회를 지시했다는 보도/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피 캡처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결국 김지사는 오늘 좌천된 소방관 2명을 다시 원대 복귀시켰다고 합니다. 조선일보는 ‘김문수 "내 책임도 있다", 119소방관 2명 원대 복귀’라는 기사를 발 빠르게 보도 했습니다.
기사에 의하면 오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를 찾아 윤 소방2본부장에게 전화해 인사발령 철회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마무리까지 전화로 해주시는 센스.
정말 막강 파워네요. 그러니까 그렇게 권위적인 과시를 해야 합니까?
첫댓글 화가 날만하겠죠
미담사례로 기사하나 나가야 되는데
뜻대로 안됐으니
근데 119불러야 될만큼 위중한 환자를 옆에두고
목소리 못알아듣는다고 따지는거 자체가
쇼 아닌가요 급하면 용건만 말하고 빨리 엠뷸런스 불러야지
어제만해도 지가 잘했다고 썰레발을 떨더니...이놈아 그래서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는것이다
개주접 떨다가 개망신만 당했죠...
봉도사님 책 내용이 생각나네요. 김지사 미국가서 연신 그레이트 아메리카를 외쳐댔다는~
에고, 강한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고 ...
이런놈이 대권 주자라니 대한민국 미래가 정말 걱정됩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투표 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