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채널의 <맨 vs.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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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시즌을 맞아 극장가의 공포영화보다 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이는 케이블 채널 중 하나인 디스커버리 채널의 <맨 vs. 와일드>로 영국공수특전단 출신인 모험가 베어 그릴스가 진행하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시리즈다.
지난 6월15일 시즌2를 시작한 이 시리즈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야생지역(wilderness)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최악의 경우까지 감안 해서) 생존방법과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따라서 조난된 관광객처럼 기본적인 옷차림에 물품만을 가진 그릴스가 비행기나 헬기 등으로 공수돼 오지에 버려지는 것으로 매번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살기 위해선 맨몸으로 얼음물에 뛰어들고 뱀을 철근같이 씹어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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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의 첫 에피소드는 습지대로 잘 알려진 플로리다주의 에버글레이즈. 몇 년 전부터 악어 번식률이 급증해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지역에 그릴스는 달랑 카키바지에 런닝셔츠, 와이셔츠를 입고, 가진 거라곤 부싯돌과 물통, 작은 칼이 전부인 체 던져진다. 우선 시계바늘과 태양의 위치로 동서남북을 구별해 습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 이 후 나뭇가지를 이용해 뿌연 물속에 숨어있는 악어를 피하고, 지프차도 단번에 삼켜버린다는 진흙 구멍을 피하고 (빠졌을 때 다시 나오는 방법도 손수 보여줌), 칼날처럼 날카로운 참억새류의 풀에 다치지 않고 빠져 나오는 방법 등을 가르쳐 준다. 이 중 ‘문명세계’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계속 행군을 해야 하는 방향에 약간 깊은 습지대를 건너야 하는 장면이 있다. 걸어서 가기 보다는 물 속으로 잠수한 체 수영해 건너는 것이 악어에게 공격당 할 가능성을 최소한 줄이는 것이라며 실제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곳을 헤엄쳐 건너가는 것을 보며 정말 오금이 저린다는 표현을 실감했다.
또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아이슬란드에 버려져 눈 속을 파헤쳐 은신처를 만들고, 죽은 짐승의 살과 눈알을 운동화 끈으로 묶어 용암으로 덥혀진 물에 삶아 먹고, 빙하에서 녹은 강을 옷을 적시지 않기 위해서 맨몸으로 건너는 등 시청자 조차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로 자처해서 생고생을 한다.
이토록 훈훈한 남자가 강인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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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스는 방송을 통해 살아있는 개구리나 생선, 또는 죽은 짐승의 고기, 애벌레 등을 날로 뜯어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백질과 수분을 계속 섭취해야 한다"고 하면서. 또 사막에서는 열을 식히기 위해 자신의 소변을 받아 목에 올려놓거나 (이번 시즌에서는 소변을 마시기도 한다고), 수분 섭취를 위해 코끼리 배설물을 짜서 물을 마시기도 하고, 역시 배설물을 얼굴과 몸에 발라 햇볕에 타는 것을 막는 등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비슷한 시리즈였던 <서바이버맨>에서 진행자가 직접 모든 장면을 촬영했던 것에 반해, <맨 vs. 와일드>는 그릴스가 2명의 촬영 크루와 함께 오지에 떨쳐진다. 물론 촬영팀은 생명에 위험이 있지 않는 한 그릴스를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시리즈는 영국 채널4에서 <본 서바이버: 베어 그릴스>로 함께 방영되고 있다.
도시에서 살아남는 법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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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맨 vs. 와일드>를 쓰기 위해 리서치를 하던 중 알게 된 그릴스의 이야기도 참으로 드라마틱 해 기억에 남는다. 해군 출신의 아버지와 함께 4살 때부터 암벽등반을 했다는 그는 8세 때 아버지가 보여준 에베레스트의 사진을 보고 언젠가 꼭 함께 등반을 하자고 약속한 것을 깊이 간직했다. 18세에 영국공수특전단에 들어간 그는 몇 년 후 아프리카에서 낙하 훈련을 하던 중 낙하산이 찢어져 16,000피트 상공에서 사막에 그대로 추락을 했다고. 이 때문에 등뼈가 3군데로 부러진 그는 다시 걸을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18개월간의 물리치료를 통해 극적으로 회복됐다. 인생의 전부였던 군대에서 부상 때문에 제대하게 된 그릴스는 아버지와 약속한 에베레스트를 등반을 목표로 물리치료와 회복기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한다. 23세의 나이로 결국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한 그는 이 후
지난 9월 아마존에서 촬영 도중 <크로커다일 헌터> 스티브 어윈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는 그릴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며 “아무리 1000번을 완벽하게 해내도, 착오(실수, 사고)는 단 한번”이라고.
역시 어린 두 아이를 가진 아버지로 위험한 직업에 대한 가족들의 걱정이 없지는 않다. 평생 훈련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그릴스는 가족에 대한 걱정이 있지만, 늘 모든 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조심하고 있다고. “이 것이 나의 직업이고, 내가 생기를 찾게 되는 곳이기 때문”에 험한 일을 자청하는 그릴스. 한편 시즌 2에 그릴스는 멕시코의 코퍼 캐니언, 호주 킴벌리, 에콰도르, 스코틀랜드 케언곰스 등을 찾을 예정이라고. 또 그는 앞으로 도시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예를 들어 빌딩 화재시 대피 방법이나,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탈출법, 강도를 만났을 때 대처방법 등을 에피소드로 구상 중이라고. 최고의 서바이벌 가이드 베어 그릴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