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5복은 누구나 누리고 싶은, 그러나 모두 가지기는 참으로 어려운 복입니다. 어떤 이는 ‘건강한 이(齒)’를 5복 중 하나라 하기도 하지만, 《서경(書經)》‘홍범편(洪範篇)’에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오복(五福)은 일왈수(一曰壽)요 이왈부(二曰富)요 삼왈강녕(三曰康寧)이오 사왈유호덕(四曰攸好德) 오왈고종명(五曰考終命)이니라.” 즉, 오복은 장수, 부유, 건강, 좋은 덕을 가진 것(덕을 좋아하여 즐겨 선행을 행하려고 하는 것), 일생 동안 평안하게 살다가 천명을 마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찌 보면 ‘강녕’에 ‘건강한 이’도 포함되었다 할 수도 있지요. 생각해 보면, ‘건강한 이’는 강녕에 진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가 건강해야 잘 씹어 위장에 부담도 덜 되니 잘 먹고 잘 소화시킴으로써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거지요.
건강은 후천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유전인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특히 이는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복 받은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어머니의 건강한 이를 물려받았으니까요. 올해 아흔 둘이신 어머니는 임플란트나 보철한 이 없이, 아직도 막창, 갈비를 즐겨 드십니다. 그를 물려받은 덕으로 저도 아직 이는 튼튼합니다. 건강은 자랑하지 말라지만 말입니다. 최근에 일주일 상간으로 두 번 어머니의 최애 식당 중 하나인 들안길 서민숯불돼지갈비를 찾았습니다. 갈비 맛도 일품이지만, 맛있게 구워주기 때문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지난주에는 아내와 어머니 모시고 갔는데, 구워주는 직원이 초보인지, 주문도 헷갈리고, 고기도 너무 커서 한 입에 먹기 어려울 정도로 구워 주더군요. 우리가 알아서 적당하게 잘라 먹으면 되니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저께는 형님, 동생과 어머니 모시고 갔는데, 그쪽 구역 매니저인지, 굽는 솜씨도 일품이고, 부족해 보이는 건 시키기 전에 먼저 가져다주더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지난번 직원은 갈비를 그냥 가운데 두었는데, 이 베테랑은 어머니의 치아를 고려한 듯, 살코기는 어머니, 형님 쪽으로, 갈비는 동생과 저쪽으로 배분해 주더군요. 그래서 “우리 어머니 갈비를 더 좋아하시는데요.”했더니 건강한 치아를 가지신 어르신을 뵈니 참 좋다고 하며 활짝 웃더군요. 그러면서 물김치도 두 보시기나 더 먼저 챙겨주는데, 기분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내심 팁을 줄까 잠시 망설였지만, 팁에 익숙치 않아, 주는 손이 오그라드는 제 성격 탓에 참았습니다. 나중에 얘기를 나누는데, 형님도, 동생도 팁을 진짜 주고 싶었다는데, 안 드린 이유는 각각 달랐습니다. 옆 테이블 손님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팁 문화가 없는데 굳이 팁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오며 뒤가 좀 당겼습니다. 다음에 이 매니저가 우리 테이블 서빙을 하게 되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팁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위안 삼았습니다. 고마우면 그에 따른 보답을 하는 것, 그도 상당히 중요한 삶의 태도일 것 같다는 작은 깨달음이었습니다.
건강백세라지만, 몇 살까지 사느냐가 아닌, 평안하게 살고 갈 때는 눈감은 듯이 조용히 떠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고종명’을 오복 중 으뜸으로 치기로 했습니다. 현재 저나 어머니께서 복, 강녕, 유호덕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를 아는, 아니, 모든 세계인이 오복을 모두 누렸으면 더 좋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속에 오늘도 무한 행복을 느낍니다.
감사와 행복(모셔온 글)=======
내 하루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그리고 내 한 생애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는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되도록 감사를
하나의 숨결 같은 노래로 부르고 싶다
감사하면 아름다우리라
감사하면 행복하리라
감사하면 따뜻하리라
감사하면 웃게 되리라
감사가 힘들 적에도 주문을 외우듯이 시를 읊듯이
항상 이렇게 노래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살아서 하늘과 바다와
산을 바라볼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하늘의 높음과 바다의 넓음과 산의 깊음을 통해
오래오래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