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인간시장(8권) 78. 비밀의 손

[물 안 개]

비밀의 손 이른바 강남이라는 곳, 한강 이남에 새롭게 개발된 문제의 땅, 수많은 떼부자를 생성시켰고 새로운 환락을 조립해 냈으며 땅을 주무르는 자리에 앉기만 하면 벼락부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땅, 우리나라 근세 역사를 통해 이처럼 땅노름으로 위력을 떨친 땅은 달리 없으리라. 도시계획이 그러지기만 하면 그 땅의 주인은 앉은 자리에서 엄청난 치부를 해 왔다는 걸 아무도 부정할 수 없었다. 도깨비 방망이가 난무했던 땅. 나는 단 한번이라도 그런 도깨비 같은 땅과 내가 인연이 생기리라곤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었다. 은주 누나가 집을 옮기고 알았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강남지역으로 이사할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은주 누나는 애들의 학교 문제와 바빠진 가게 때문에 가능하면 빠른 시간에 자리를 옮겼으면 했다. 아파트이건, 빌라형 주택이건 살기 편한 곳이면 좋겠다고 했다. 단독주택을 갖고 싶어했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관리하기 편한 쪽으로 선택한 것 같았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건물은 임대를 주면 아주 편하게 호의호식하며 살아갈 수 있는 여자였다. 이혼한 경력과 아이가 있다는 걸 빼면 어느 면으로 보나 조건이 좋은 여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은주 누나는 편한 쪽보다는 힘든 일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돈 벌어서 뭣에 쓰려고 그래?"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나는 가끔씩 이렇게 투정 비슷한 소리를 하곤 했다. "나라고 쉬고 싶지 않고 놀고 싶지 않을 리 있겠니. 우리 친구들 편히 사는 걸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단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어. 내가 고생해서 내가 해 보고 싶은 것 내 생전에 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 때문에 고생을 감수할 수 있단다." 은주 누나의 꿈은 소박하면서도 컸다. 국민학교 선생을 여러 해 동안 해오면서 이 다음에 돈을 벌면 유치원과 국민학교만은 반드시 세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했다. 전혀 영리에 신경 쓰지 않을 만큼 투철한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꼼꼼하게 설계를 하고 있었다. 가능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의 자녀들에게 헤택을 주어가며, 옳게 꿈이었다. 은주 누나의 벌이는 만만치 않았다. 구체적으로 얼마쯤 버는지 한 번도 밝혀 본 적은 없지만 서울 근교에 넉넉한 땅을 구입하고 건물을 짓는 일을 시작하기 위한 그녀의 계획에 차질이 없을 만큼은 버는 것 같았다. 몇 번인가 임야를 보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여러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뒤로 미루어 왔었다. 그녀가 초조해 하는 것은 서울 근교의 임야나 땅 값이 그녀의 계획대로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적지라고 생각되어 매입하려고 준비하는 사이에도 치솟거나 팔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계획을 세워 이듬해에 다시 찾아 나서면 상상한 값보다 월등하게 값을 매긴다고 했다. 그럴 줄 둘 걸 그랬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유치원과 국민학교를 세우려면 아동들이 있는 지역 가깝게 터를 장만해야 하는데 그것이 마땅치가 않았다. 알 만한 친구의 소개를 받아 압구정동 H아파트 단지 앞동네의 복덕방을 찾아갔다. H아파트 단지를 상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도면과 지적도가 탁자 위에 붙박이처럼 붙어 있었고 벽걸이 지도와 여러가지 도면이 장식되어 있었다. 학군이 좋고, 고급품으로 알려진 H아파트를 생각해 본 것은 은주 누나의 확장될 가게와 가까운 곳이었고 교통이 편리한 점 때문이었다. "한 오십여 평짜리를 좀 보려고요." 수인사를 끝나고 소개해 준 녀석의 얘기를 끝낸 뒤 나는 이렇게 말문을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를 원하시는지, 아니면 구 단지를 원하시는지요?" 손가락으로 도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떤 차이가 있나요?" "구 단지는 아무래도 십여 년 가까이 됐으니 값이 헐하고 새 단지는 비싸죠." "구체적으로요." "지금 오십 오 평짜리로 새 단지는 일억 팔천에서 구천 가량 갑니다. 구 단지는 헐해서 일억 한 이삼천이면 떨어뜨릴 수 있고요." "뭐라고요?" 나는 화들짝 놀랐다. 복덕방 주인이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다시 오십여 평쯤 되는 아파트라고 말했다. "시세가 그런 걸 어떻게 합니까. 그래도 지금 정부에서 투기 억제다 뭐다 해서 귀찮게 굴고 전반적으로 눈치 보느라고 매기가 없어서 그렇죠, 조금 풀리기만 해 보십쇼. 두 장 손에 주지 않고는 꿈도 못 꿀 겁니다." 복덕방 주인은 의기양양한 듯 이렇게 대꾸했다. "오십 오 평짜리 아파트가 일억 팔천만 원이라 이 말씀입니까?" "시세가 그런 걸 누가 말릴 사람이 있습니까?" "분양가가 백 삼십 몇 만 원 아녔나요?" "그랬죠." "그럼 일 년 만에 평당 삼백 오십만 원선이 됐다는 겁니까?"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물었다. "예." "평당 이백만 원씩이나 올라요?" "그것도 일 년이 넘은 거나 그렇죠. 이제 육 개월 된 아파트는 더 비쌉니다. 지금 웬만한 아파트를 가 봐도 평당 이백만 원 안나가는 데가 있는 줄 아십니까?" "육 개월 된 것도 팝니까?" "돈 넣고 돈 먹자는데 뭘 못합니까. 대신 등기는 일 년이 넘는 날 넘기는 조건이죠. 공증을 하고 팔고 사니까 그런 점은 염려 않으셔도 됩니다." "평당 백 삼십여만 원짜리가 일년에 삼백 오십이라니...... 기가 막혀서...... 그거 어디 사람 살겠습니까? 아무리 돈가치가 떨어진 세상이라곤 하지만 말입니다." "나라에서 그렇게 만든 거죠. 채권이다 뭐다 복잡하게 하니까 있는 놈만 살 거 기웃거릴 리도 없고...... 그러니까 눈 먼 놈이나 눈깔이 삔 놈이라도 돈 있는 사람이 기웃거리게 되고...... 그러니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도 말 한 마디 할 놈이 없는 거 아닙니까?" 복덕방 주인은 나를 무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이 복덕방을 하면서도 세상 이치와 생판 다르게 부동산 노름판이 엎어지고 뒤집어지니까 투정하는 것인지 모를 얘기를 했다. "생각해 보세요. 평당 백 삼십 몇 만 원짜리가 이백만 원이 됐다는 건 몰라도 일 년 만에 삼백 오십만 원씩이나 뛰었다니 납득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오십 오 평이면 앉은 자리에서 평당 이백만 원 잡고 일억 일천만 원을 벌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한 월급쟁이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이 오백 오십 개월, 말하자면 사십여 년을 죽자사자 모아야 할 돈입니다. 일 년간 편히 살면서 그렇게 벌게 된다면 그짓 않을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나는 아파트 값이 오른 것이 마치 복덕방 주인 때문일라도 하다는 듯 볼펜을 꺼내 계산을 해 가며 따지고 들었다. 복덕방 주인이 담뱃불을 붙이며 소리 없이 웃었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채권 값 있지요, 당첨되기 어려운 관문 뚫었죠, 소문난 아파트죠...... 그러니까 비싼 거 아닙니까? 올림픽 복권 당첨된 것보다 이런 아파트 당첨 되는 걸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채권액이 고작해야 기천만 원 아닙니까? "그걸 왜 나한테 따지슈?"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말해 놓고 미안했던지 담배를 한 개비 빼어 주며 말을 이었다. "나도 밥술깨나 먹던 사람이었는데 홀라당 날리고 친구 따라다니며 이 지랄을 떨고는 있지만, 세상 돌아가는 게 그런데 낸들 어쩌겠습니까? 그나마 요즘은 경기가 없습니다. 하도 정부가 이럴까 저럴까 설레설레 흔들리니까 살 사람은 많아도 내놓은 사람이 없습니다. 사시든 안 사시든 그건 자유입니다만, 아파트 값이 그렇게 생겨먹은 건 우리 책임은 아닙니다." "그럼 누구 책입입니까?" "모르겠습니다. 누가 도깨비 가면을 쓰고 장난질을 하는지 땅은 적고 인구는 개나 말입니다." 입이 조금 걸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함부로 하는 말이라고 하기엔 가시가 박혀 있었다. 나는 차라리 이렇게 가시가 박혀 있는 꺼끌꺼끌한 사람 대하기가 편했다. "살 생각이 싸악 가신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멀쩡하게 앉아서 일억 원을 먹히는 기분입니다." "그야 그렇지요. 그러나 이런 아파트 값은 올라가면 올라가지 떨어지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그런 셈이죠. 이건 내가 팔아먹으려고 해서 하는 소리는 아닙니다. 나도 한때는 아파트 사는 사람을 쪼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들치나 엉거주춤한 부자나부랭이나 사는 것이 아파트려니 했지요. 그런데 어쩌다 이 있으면 배불리 살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무리 은행 이자가 헐하다고는 해도 저런 아파트 한 채 팔아서 은행에 이억 원쯤 넣어 두면 한 달에 백 몇 십만 원씩은 나오잖습니까? 아무나 저런 아파트 사는 거 아닙니다. 저런 아파트를 떡 주무르듯 하는 사람들을 보면 먹은 게 여기까지 넘어오긴 합니다만...... 다 사람에겐 팔자가 있는 모양입니다." 복덕방 주인은 연거푸 담배를 피워 대고 있었다. 자신이 복덕방 주인이라는 것과, 사업 실패한 뒤에 한강에 가서 자살하려다 만 얘기며, 복덕방을 하는 친구에게 빌붙어서 목구멍에 풀칠하려니까 더러 사기도 칠 수밖에 없는 처지이며 다행스럽게 세상에는 속아넘어가 주는 보지도 않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남들에겐 주인 행세도 하고 거래 이외의 잡담 따위는 하지 않지만 이렇게 아파트 값이 오른 이유를 따지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을 만나면 괜히 친구라도 만난 듯이 엉뚱한 소리마저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땅 사서 집을 짓는 게 낫겠군요." 내가 복덕방에 와서 엉뚱한 말을 할 정도로 우리는 짧은 시간에 친숙해진 편이었다. "백 배 낫죠. 귀찮고 신경은 쓰이지만 사는 맛이 나는 거 아닙니까? 하기사 아파트에 살 수밖에 없는 형편의 사람들에겐 아파트처럼 편리한 곳이 없지만 말입니다." 다 찾아 먹을 수야 없지만...... 이놈의 아파트 장난은 누가 하는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한데요." "괘씸한 걸로 치면 밤새도록 따귀를 때려도 시원찮죠. 이러고 보니까 지금 내가 복덕방 밥을 먹는 사람인지 집 사러 다니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왕 장만하시려고 나왔으면 내 목구멍 생각해서 징그럽더라도 한번 사 보시고 정말 밉살스러워서 못 견디겠으면 빌라형 주택이란 게 요즘 괜찮은 모양이니 소개는 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놈이 소개를 받으면 거나하게 한잔 얻어나 먹게 말입니다." 복덕방에서 일 거드는 사람치곤 꽤 입심이 걸었다. 그래도 뭉치고 털고 하는 사람보다는 마음에 맞았다. "요새 분양하려는 데가 몇 군데 있을 겁니다. 일단 집장만 하려면 가랭이 터진 미친 년처럼 쏘다니는 게 상책입니다. 남의 말 듣고 대충 샀다가는 몇 년쯤 감수하기 마련입니다. 지치고, 발바닥 무좀이 짓무를 때쯤 해서 사야 됩니다. 이놈의 세상 믿을 놈이 없는 거니까요." 박민이라는 외자 이름을 가진 이 친구는 소개받을 때부터 여느 복덕방업자와 달리 속 터진 친구라는 귀띔을 받았다. 우리는 한가한 시간이어서 소주 한 병과 쥐포 몇 마리를 늘어놓은 채 도시계획이며, 주택정책이며 아파트업자와 복덕방업자들을 입으로 늘씬하게 두들겨패고 있었다. 박민이란 친구는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한답시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세상일을 결국 반은 사기꾼이 된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소개해 준 내 친구와 사귀게 된 동기며 언젠가는 크게 한탕 튀겨서 세상을 깜작 놀라게 해 줄 참이라고 자신의 계획을 말하기도 했다. "구상은 좋은데 실현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왜냐면 이미 내가 박 형의 계획을 알아 버렸으니 말입니다." "아니죠. 이렇게 떠벌려 놓고는 엉뚱한 일을 벌일 테니까 상관 없습니다. 내 계획의 극히 일부분만 공개하는 겁니다. 난 그렇게 깡통이 아닙니다." "나도 좀 낍시다. 제법 손발은 맞을 사람이니까요." "장 형 얘기는 얼핏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혼자 죽는 놈이지 누굴 끼고 뒹굴 공부는 않고 명색이 총각 사장님으로 행세깨나 한 놈입니다. 망하면 나 혼자 탈탈 털고 일어났지 누굴 끌어안고 자빠진 적은 없습니다. 한때는 사업에 실패해서 은행을 털어 볼까 하고 기웃거린 적도 있었죠. 총들고 들어가서, 죄 없는 직원을 위협하고 돈 찾아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 뒤통수나 까는 치졸한 계획이 아니고, 아예 돈을 찍어 내는 곳을 털어내거나 한국은행 지하금고를 통째 업어올까 생각해었죠. 신세계 앞의 대분수인가 하는 곳을 잘만 파고 들어가면 감쪽같이 털어먹지 않을까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만...... 나는 그렇게 땅굴이나 파는 것이 아니고 묘하게 사람 하나 다치지 않고 알량하게 다 먹을 궁리를 했었습니다. 했다면 성공했을 겁니다." "그 점은 나와 비슷하군요. 나도 은행은 한번 털어먹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치졸한 방법이 아니라 당당하게 말입니다." "무슨 여사님인가 하는 괜찮은 아주머니가 몇 천 억씩 삼켰잖습니까? 그게 가능했다 이겁니다." "어쨌든 우리 사업 한번 해 봅시다." "집 살 돈으로 말입니까?" "이건 내 돈이 아니고 우리 누나가 살 집 사 주러 다니는 거니까 안 되고 자금이 필요하면 김갑산 영감한테 잠시 빌리죠 뭐." "김갑산요? 우리나라에서 돈이 제일 많다는 그 영감 말입니까?" "그래요." 황당한 사람입니다. 그 노랑내 나는 영감이 돈을 내놓는다 말요?" "내가 내놓으라면 내놉니다." "이거 귀신한테 홀린 것 같습니다. 남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하는데......" "다해 놓은 밥에 모래 뿌릴 놈은 아닙니다."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두어 시간이 넘도록 또 그놈의 주택정책이며, 아파트와 복덕방업자의 비리와 부동산 가지고 장난하는 도깨비 같은 무리들을 즉사하게 욕하며 술을 마셨다. 나는 박민이란 사내가 일러 준대로 약도를 들고 복덕방을 찾아나섰다. 상가 건물 이층에 제법 큰 규모로 자리잡고 있는 이십여 평이 넘는 응접실과 댓 평쯤 될 만한 방 세 개를 갖춘 제법 여문 복덕방이었다. 간판은 복덕방이 아니라 무슨 개발이었고 젊고 또릿또릿해 보이는 젊은이들이 보통 회사처럼 근무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미리 연락을 받았다는 사내가 작은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주택청약부금 통장 가지고 있나요?" "아뇨." "그럼 사셔야 되겠네요. 지금 시세가 올라서 꽤 줘야 되는데요." "무슨 얘깁니까?" 어안이 벙벙해 있는 내게 사내는 신문의 공고와 관련 기사를 모은 스크랩북을 내밀었다. 탑니다. 장 형이 원하시는 규모면 오백만 원짜리 통장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들면 안 되나요?" "일순위라도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믿으니까 얘긴데 당첨만 되면 앉은 자리에서 삼천만 원은 너끈하게 건집니다. 오백만 원짜리 통장은 천만 원이면 삽니다." "뭐라구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사내를 빤히 쳐다보았다. 오백만 원짜리 통장이 일천만 원씩 거래된다면 두 곱 장사인 셈이었다. 아무리 아파트 한 채가 당첨되면 몇 천만 원씩의 프리미엄이 붙어 알량하게 배불러진다고 하지만 오백만 원짜리 통장이 아홉 달이 매겨져 있는 게 못마땅했다. 사내는 내 떨떠름한 표정을 보더니 힘 없이 말했다. "이 양반, 집 장만하기 틀린 양반이네. 아침 다르고 오후 다르고 자고 일어나면 또 변하는 게 통장입니다. 그나마 있는 줄 아십니까? 우리나 하니까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 가 보십쇼. 요즘 통장 못 구해서 팔팔 뛰는 사람 천지니까." "그 통장 넣었다가 당첨 안 되면 어떻게 됩니까? 오백만 원을 앉은 자리에서 날리는 거 아닌가요?" "딱두 하시네. 안 되도 천만 원에서 일원 한 장 손해 안 나게 그대로 받아 주면 되잖습니까? 우리하고 거래하니까 그나마라도 구해드리는 겁니다." "한번 마음먹고 집 장만하려면 당첨이 버리고, 기분만 나빠지는 거 아닙니까? 이쪽에서 어떻게 되도록 해 주는 방법이 있을 거 아닙니까?" "자신 있으니까 해 보겠다는 겁니다. 우리가 하루 이틀 이 짓 해먹고 말 사람들도 아니고...... 믿어 보십쇼." 사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큰 복덕방에 처음 들어온 탓도 있지만 빌라형 주택을 통장도 없고 다른 재간도 없이 구입해진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나는 자꾸 캐어물을 수밖에 없었다. "당첨되면 우리 쪽에서 어떻게 해야 되나요?" "오십 오 평이라고 그랬죠? 평당 이십 오만 원씩 주시면 됩니다." "누구한테 말입니까?" 저쪽 책임자한테 줘야죠, 뽑는 사람과 교제도 해야죠, 우리는 우리대로 뛰어다녀야죠, 추첨하는 날 통장 원매자를 데리고 다녀야죠. 그뿐인 줄 아세요. 당첨되고 나서 관리도 다 해야 합니다. 장 형네 이름으로 등기도 해줘야 하고...... 이리저리 치울 거 치우다 보면 실상 우리가 먹는게 얼마나 되겠습니까?" "소개비는요?" "그거야 알아서 주셔야죠. 요즘 법적으로 어쩌니 해서 퍽 짜게 구는 사람도 많더군요. 집 한 칸 제대로 장만하려는 사람들이면 그런 건 알아서 해야 하는데 매달릴 때 다르고 밑 닦을 때 다르더군요." "여기 들어오니까 기가 질려서 무슨 말부터 풀어 나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들읍시다. 누가 압니까? 이런 것이 인연이 돼서 앞으로 배가 맞을지. 나도 이 나이에 그만한 집을 장만할 만하고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니까 돌아다니 거 아닙니까?" 나는 이 사내를 불러내서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나처럼 젊은 사람이 그만한 집을 구하러 다닌다는 것이 이 사내에게 호기심을 발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처럼 젊은 사내가 그렇게 안정된 집을 가지려면 부모를 괜찮게 두었거나 특수한 일을 하거나 돈 버는 일에 귀신 같거나 해야 할 것이다. 사내는 내 말에 구미가 당기는지 퇴근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복덕방엔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 부산스럽게 돈이 많아 보이는, 여유 있어 보이는 부인네들 판이었다. 나처럼 이것저것 설명해야 알아듣는 사람들이 아니라 간단한 메모지 한 장을 들고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한 장 반이니 두 장이니 하는 걸로 돈의 액수를 말하는 정도로 간단하게 매듭 짓고 일어서곤 했다. "돈 많은 여자들인 모양이죠?" 내가 사내에게 물었다. "진짜 부자 여편네들은 여길 찾아오지도 않죠. 전화 한 통으로 쓱싹하니까요." "저 여자들은 실수요자들이 아니겠네요?" "대개 그렇죠. 그래야 우리도 먹고 사는 거 아닙니까? 땅바닥은 좁은데다 그간에 벼락부자들은 늘어났고, 땅바닥 뒤집어서 재미보는 것 이상 벌어들일 데는 아니고서야 은행에다 돈을 맡기겠습니까? 큰 거 댓 장만 쥐고 앉아서 이리 치고 저리 치면 금세 너덧 장 움켜쥐는 판에 말입니다. 한 번 부동산에 미치면 정말 다른 짓 못하죠. 이거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 아닙니까. 당장에 현금이 우수수수 떨어지는 판인데......" 사내는 내가 돈 있는, 싹수 있는 사내라고 생각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자리잡은 곳은 복덕방 근처의 조그마한 스탠드 바였다. 사내의 단골집인지 아가씨들이 호들갑을 떨어 가며 맞아 주었다. 사내는 그제서야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개발부장이란 직함이었고 허재무란 이름이 보통 명함의 이름보다 훨씬 큰 활자로 박혀 있었다. 몇 잔을 물 캐물었다. 나는 갑자기 장난기가 생겼고 이 친구에게서 제법 여문 얘기들을 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T그룹의 장 회장을 혹시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눈이 갑자기 커졌다. "내 큰아버지 됩니다. 나도 뭘 좀 해 볼까 하고 기웃거립니다만 아직은 내가 어리다고 밀어 주질 않죠. 우리 아버지하고 사이도 별로 좋지 않고." 내 너스레가 그대로 먹혀들어간다는 걸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사내는 갑자기 나를 대하는 태도가 온순해졌고 술을 따르는 태도가 공손해졌다. T그룹의 장 회장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허재무라는 사내가 깜빡 죽는 시늉을 하는 게 재미있었다. 무슨 재주가 있어서 책임지고 당첨시켜 준다는 겁니까?" 사내는 클클거리며 한참이나 웃었다. 그의 웃음은 나를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 주려는 의도가 다분하게 섞여 있었다. 사내는 담배를 빼내어 공손하게 불을 붙여 주며 말했다. "장 형, 세상에 돈 가지고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면 믿어 줄지 모르지만 여기서 몇 년간 뼈가 굵다 보니 정말 돈 가지고 안 되는 게 없더군요. 장 형이 마음만 한번 다구지게 먹으면 Q빌라 백 동인들 못 빼내겠습니까? 아직 어린 놈이지만 안 해 본 짓이 없습니다. 난다긴다 하는 아파트 건설업체하고 딱 손잡고 아파트, 그것도 고급이고 평수 넓은 아파트를 아예 통째 모르지만 이건 사실입니다." "나는 그 방면에 깜깜합니다. 부모 밑에서 살려니까 답답해서 당분간 나가서 혼자 살아 보겠다니까 집에서 그럼 쉰 대여섯 평짜리 아파트나 빌라를 하나 사 주마고 해서 나왔지 그 전에는 아파트건 빌라건 관심 없이, 정말 이런 줄 모른 채 살았거든요." "A건설이 지은 A아파트가 처음에 어땠는지 아십니까? 일차 분양 때 위치도 안 좋고 학군도 시답잖고 교통이나 발전성이 없다고 해서 형편 없이 미달됐습니다. A건설 개발부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우리더러 만나자더니 근사하게 한판 벌여 주고 봉투를 디밀더니 한건 올려 달라는 겁니다. 다음에도 반드시 먹을 말입니다. 그래서 걷어붙이고 나섰죠." 사내는 신바람이 났는지 술잔을 다 비우고 또 한 잔을 날름 받았다. "그래서요." "사모님들을 좌악 불러들였죠. 그렇지 않아도 몸살이 나 있던 참에 사모님들이 댓 개씩 차고 들어앉았죠. 아니나 다릅니까? 불티가 나더군요. 금세 소문이 좌악 퍼지더니 프리미엄이 오천도 안 판다 육천도 안 판다 이 지경까지 후둘겠죠. 사모님들 손에 금세 몇 억씩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일차 아파트가 그 난리 속이자 이차 아파트 때는 미어 터지더군요. A건설에서 우리한테 댓 개씩 던져 주며 제발 사정이 딱해졌으니까 봐 달라고 애원하게 됐다 이겁니다." "그럼 허 형이 독립해서 한탕 하면 어떻습니까?" "밑천만 있으면......" 사내는 내 눈치를 은근히 보는 것 같았다. "가능성만 있다면 어디서 그 돈 못 끌어오겠습니까?"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내가 확보하고 있는 사모님들이 줄잡아 백 명은 됩니다. 웬만한 아파트 몇 채 들어먹는 건 일도 아니지요." "그렇다면 그동안 허 형을 밀어 주는 사모님이 없었습니까?" "그건 다르죠. 사모님들이 사람을 믿진 않습니다. 상황만 믿죠." "별일이군요." "그게 세상사죠." 형은 자신 있다니까 안심은 됩니다만. 뭐든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당첨은 확실합니까? 된다고만 하면 그까짓 평당 얼마씩을 아낄 놈은 아닙니다. 수고료도 마찬가지고요." 나는 그의 본색이 무엇이며 어떻게 공개추첨을 하는데 당첨을 받아낸다는 것인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해 드리면 되잖습니까? 방법이야 어떻든 말입니다." 사내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것만이 그들이 지키는 거래상의 비밀일 것 같았다. 그것마저 비밀이 드러나면 복덕방 운영에 중대한 손실이 미치거나 큰 문제가 될지 모르기 때문입었다. "그래도 알고나 넘어갑시다. 나는 배고픈 우리 T그룹에도 건설업체가 있잖습니까? 내가 굳이 그쪽 아파트를 싫다고 버티고 Q빌라를 선택하는 데는 이판에 발 디밀고 큰아버지 그늘에서 좀 벗어나 보자는 속셈이 아니겠습니까?" "차암......" 사내는 답답한지 술 한 잔을 더 비우고 내게 바싹 다가앉았다. "아파트 추첨은 컴퓨터로 하니까 조금 복잡합니다. 그러나 이번 Q빌라 같은 것은 누워서 떡먹기죠. 그쪽 개발부에서 빳빳한 직사각형의 종이에 번호를 기입해 통 안에 넣고 막 흔듭니다. 그리고 추첨하는 사람과 우리가 미리 약속을 하는 거죠." "어떻게 그 속에서 이쪽이 원하는 걸 집어냅니까?" 일이죠." "대단하십니다." 나는 일부러라도 감탄하는 체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가 신바람이 나야만 도깨비 장난 같은 실체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지어서 파는 회사는 평당 이백 몇 십만 원씩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회사 위신이나 차후에 다시 지을 때를 위해 일차에 경쟁률이 세어지기를 기다리고 만약 미달할지 모를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 회사 같은 곳을 몇 개쯤 물색해서 장난질을 쳐 달라고 조르기 마련입니다. 우리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니까 거절할 리가 없죠. 그래서 잔뜩 바람을 넣게 되죠. 당첨되면 그 자리에서 삼사천만 원은 그렇거든요. 일단 추첨 때 사람이 많이 모이게 만들고 경쟁률이 높게만 만들어 버리면 당첨된 그 자리에서 삼사천만 원씩 당장 거래를 시켜 주게 됩니다." "믿어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 자리에서 삼천만 원씩 프리미엄을 주게 됩니까?" "들어 보세요. Q빌라는 우선 채권이 없습니다. 최하 평수가 오십 오 평이니까 오백만 원짜리 통장을 디밀어야 합니다. 먼저 지은 Q빌라가 지금 프리미엄이 일억 원이나 붙어서 거래되고 있고 지금 짓는 Q빌라의 위치가 보다시피 최고급지입니다. 더구나 보통 사람은 들여다볼 수도 없게 평당 분양가가 이백 이십만 원에서 이백 오십만 만원까지, 아직 결정난 것은 아니지만 그 선에서 결정될 걸로 학군 좋고 집집마다 별도의 지하차고도 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 근처가 고급주택지로 웬만한 개인은 이 동네에 주민등록지를 삼고 살기 어렵습니다. 명색이 Q동입니다. 이 주택지는 최하가 백 오십 평 땅에 아무리 헐한 집이라도 보통 사 억대가 넘고 괜찮다 싶은 집은 보통 십 억대가 홋가합니다. 나 어디 삽니다 하는 걸로 한몫 잡을 위치 아닙니까? 거기다 일 년만 붙잡고 있으면 프리미엄이 일 억을 훨씬 넘을 거라는 건 뻔한 이치죠." 허재무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정말 그럴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그동안 부동산에 손을 댄 사람들이 여러가지 정책적인 제약 때문에 내놓고 덤벼들지 못해 홧병이 나 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있나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미리 짠대로 그 빳빳한 추첨용지를 통 속에 넣을 때 한쪽 모서리를 살짝 접었다가 눈을 가리고 손을 넣을 때 매끄러운 딱지는 집어내지 않고 표시된 딱지를 집어내는 거죠." "그냥 해 주진 않을 거 아닙니까?" "그렇죠. 한 장 집어 주는 데 평당 오만 원씩 쳐서 정확하게 줍니다. 육십 평짜리면 삼백만 원이죠. 물론 그 친구도 혼자 먹을 수가 없죠. 추첨 현장에 내보낼 때 윗자리에 앉은 사람이 그 속을 빤히 아니까 나눠먹기를 하겠죠. 세상 일이 다 그런 거 아닙니까?" "그럼 정말 집을 갖고 싶은 실수요자는 어떻게 됩니까?" 필요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프리미엄 주고 사야죠." "일테면...... 복덕방에서 통장 사 가지고 여러 개를 당첨시켜 놓고 파는 수도 있겠군요." "쪽집게시네. 그 짓 않고는 안 되죠." "밑천이 크게 들지도 않겠는데요? 통장 값과 부대 경비만 있으면 당첨된 뒤에 바로 팔아 치울 테니까 말입니다." "그렇죠. 그러니까 돈 놓고 돈 먹자 판 아닙니까? 그럴 구멍을 뚫어 놓고 의심 많은 사모님부터 확보하려면 보통 밑천 가지고 되진 않습니다. 더구나 건설회사를 뚫자면 여러가지 실력 발휘를 보여줘야거든요." "알 만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허 형과 "밀어만 주시면 제대로 큰소리 쳐 가며 서울 땅 다 팔아먹을 수 있지요." "이름이 허재무 씨라서 그런지 재무장관 한자리는 꼭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자로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 겉으로 재무장관 못하면 속으로 알짜 재무장관 될 겁니다." 취기가 오르자 허재무란 사내는 꽤 호기 있는 소리를 지껄였다. 나도 장단을 맞추어 주기 위해 바람을 잔뜩 불어넣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이놈의 대한민국 땅을 우리가 다 말아먹어 봅시다." "조오치요." 허재무란 사내는 이것저것 너스레를 늘어놓아 가며 자신이 얼마나 재주꾼이며 땅투기가 얼마나 일확천금을 벌어들이는 자기 손에 얼마나 많이 쥐어져 있는지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회사 가지고 바득바득 하는 사장족들 보면 불쌍한 생각이 듭니다. 장가 잘 간 사장족들이야 겉으로 회사 사장이고 속으로 투기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그러니까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장가 한번은 잘 가야 합니다. 남편은 대학교수요 사장이요 어엿한 명사지만 마누라가 뒤에서 돈 주물러 대는 사람들을 보면 참 세상이 웃기는구나 싶어요. 내가 입만 벙긋하면 이 나라에서 난다긴다 하는 저명인사들 모가지는 열 개 있어도 제자리에 붙어 있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장가 하나는 잘 들었다고 내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사모님들 덕에 내가 이만큼 살고...... 생각해서 우리한테 후할 수밖에 없죠. 어떤 목사 마누라는 아마 예배당 열 개는 사고도 남을 만큼 돈을 벌었지요. 그런 여편네들은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습니다. 다 고용인이 있어서 우리하고 직접 상대를 않고 쉬쉬하지요. 그러나 우리가 모를리 없죠. 전화 한 통으로 수억씩 벌어들이는 그런 여편네들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이웃을 사랑하자거니 모금할 때 몇 십만 원씩 내고 으스대는 걸 보면 참 구역질이 납니다만...... 그러나 기특한 사모님들도 많아요. 남편이 하도 쪼다 같고 고지식하니까 팔 걷어붙이고 직접 나서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 가며 소개료를 악착같이 깎아대는 걸 볼 때면 말입니다. 그런 여편네들한테는 우리도 두 손을 들고 인간적인 데가 있다는 걸 은근히 과시하기도 했다. 나는 허재무의 얘기를 들으면서 참으로 알 수 없는 세상이구나 싶었다. 나는 어떻게든지 허재무란 사내의 입을 열어 놓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볼 만하리라. "아파트 지어 팔아먹는 회사가 작은 곳은 아닐 텐데 도대체 어떤 장난을 하는 거요?" 어느 정도 허재무도 취기가 올랐고 정신 없이 쏟아놓은 부동산 투기의 잔악상을 듣다가 내가 불쑥 던진 말이었다. "분양가부터 장난 아닙니다. 물론 남는 장사니까 하는 거고, 남자고 하는 짓이지만 말입니다. 하청업자들한테 모지락스럽게 후려깎아서 지어 놓고 돈 받아먹을 때는 배 내밀고 먹잖습니까? 분양이 임박해졌다 뻑적지근하게 먹이죠. 그리고 뭐라는 줄 아십니까? 붐을 조성해 달라 이겁니다.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보여 주는 거죠. 복덕방에서 무더기로 신청하게 합니다. 그리고 일부러 계약을 취소당하게 조작을 한다 이겁니다. 그렇게 되면 임의로 처리할 수 있는 아파트가 나올 거 아닙니까? 그때 우리나 그들이 한몫 버는 거죠." "빌어먹을 놈들 아뇨." 내가 슬쩍 비위를 건드려 보았다. 허재무는 껄껄 웃었다. "진작에 한탕씩 잘해 먹는 사람은 탕탕 튕기며 살고 있잖습니까? 지금 이렇게 발바닥이 부르트게 뛰어 다녀 봤자 찌끄러기요. 얌전하게 앉아서 복덕방 하는 사람들이야 순한 양 아닙니까? 우리처럼 지랄로 밥은 먹지만 이게 어디 사람 할 짓입니까?" "일단 큰 아파트건 작은 아파트건 컴퓨터로 추첨하고 한 번 당첨되면 몇 년간은 발도 디밀지 못하는 판인데 건설회사가 장난을 하면 얼마나 하겠습니까?" 내가 또 이렇게 물었다. "사람을 못 믿으면 컴퓨터는 정말 허수아비죠. 사람 장난에 놀아나는 게 컴퓨터 아닙니까?" "그럼 그런 장난까지 한다 이겁니까?" "일례를 들면 그런 지경이라 이겁니다. 아무튼 땅을 튀겨먹는 놈들이란 안 하는 짓이 없다고 생각하면 딱 맞습니다." "그래, 그렇다치고 나는 어떻게 해야 "돈 가지고 안 되는 일 있습니까?"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우선 천만 원 주고 오백만 원짜리 통장부터 삽시다. 그리고 평당 이십 오만 원 곱하기 원하는 평수를 계산해서 우리 구좌에 예치를 해 놓으십쇼. 분양하는 날 철썩 붙여서 중도금 끝나는 날 장 형 앞으로 이전까지 시켜 놓을 테니까 말요. 잔금 치르고 이사만 하면 됩니다. 추첨 끝나 보십쇼. 그 자리에서 삼사천만 원에 거래될 테니까." "그럼 복덕방은 앉아서 먹고 누워서 먹고 눈 감고 먹는 거 아닙니까?" "다 그런 거 아닙니까? 세상 이치가 그런 건데 어쩝니까?" 당첨시텨 준 비용 빼고도 기천만 원이나 남는 장사인데 돈 있다면 왜 이짓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돈 놓고 돈 먹기 아닙니까? 생각해 보십쇼. 서류 넣고 당첨되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그 자리에서 삼사천을 챙기게 되는데 어느 눈 삔 놈이 투자를 않습니까? 안 그래요?" "그렇군요." 나는 이 사내를 한 대 올려붙이고 싶었지만 꾸욱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돈 있는 체하면서 더 가깝게 접근을 해 보면 제법 여물어 터진 속셈이나 부동산 투기의 뿌리가 어느 정도 나올 것 같았다. "요즘은 말썽만 나면 복덕방업자에게 덤터기를 씌우죠. 시간이 지나고 웬만큼 무시하는 거죠. 통장 가진 사람이 너무 많아지니까 업자 끼고 해먹지 않아도 된다 이거겠죠. 그래서 요즘은 우리가 골탕을 먹이고 있습니다. 조금 지나면 우리더러 다시 악수하자고 제의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어 있습니다. 한참 뻐겼으니 우리한테 당할 때도 됐죠." "나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명색이 건설회사인데 복덕방업자한테 쩔쩔 맬 리가 있나요?" "우릴 우습게 보지 마십쇼. 이 바닥에서 남의 주머니돈 챙겨먹으려면 그만한 길은 뚫어 가며 살게 마련입니다. 요즘 아파트 건설회사들이 죽을 쑤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동원해서 높게 채권액을 써넣게 해서 당첨시킨 뒤에 아예 포기하게 만들어 넣은 뒤에 순번에 의해 입주 자격을 갖게 해 버리거든요. 그래놓고도 제 날짜에 돈도 안 내고 늦추고 늦춰서 자금에 쪼달리게 해 버리거든요.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건설업체들이 우리 농간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흥정하자고 제안하면 못 이기는 체 받아들인다 이겁니다. 결국 우리와 그쪽과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알 만하군요." "내일이라도 회사로 와서 계약을 맺읍시다. 집이란 샀다가 금방 팔기도 하는 거고 어쩌다 돈도 먹는 거고 그런 거 아닙니까? 크게 먹으려면 다치지만 작지만 알차게 야금야금 먹으면 탈도 없고 소화도 잘 됩니다." 안주를 우걱우걱 삼키며 소화시키는 허재무란 사내와 친해 둬서 손해날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부동산 투기를 할 것도 아니고 그런 일에 흥미도 없고 그럴 주제도 아니지만 이 사내를 캐들어 갈 필요는 느끼고 있었다. "말이 나왔으니 까놓고 말하죠. 우리하고 비밀구좌를 터 놓고 재미보는 사람이 누군지 알면 장 형도 깜짝깜짝 놀랄 겁니다. 집 안에 들어앉아 있는 사모님 벌이가 소문난 남편 벌이의 몇 곱이 된다는 걸 알면 장 형도 군침이 돌 겁니다. 생각해 보시고 푼푼하게 용돈이나 쓰시려면 한번 손잡아 보십시다." "그럽시다." 우리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한참이나 더 나누고 헤어졌다.비난하고 나섰다. 아파트 값을 계획적으로 올려놓은 셈이었다. 건설회사는 받을 만큼 받아먹지만 이십여 년의 상환기간을 통해 축적해지는 액수 만큼은 실수요자가 쓸데없이 부담하는 꼴이었다. 그걸 가지고 서민주택도 짓고 임대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공평한 처사 같아 잘하는 짓 같지만 어렵게 집 장만하려는 다른 서민의 고통은 아예 외면한 불균형이라고 열을 올렸다. 그 바람에 채권액 만큼 기존 아파트와 땅 값과 기존주택 값이 껑충 뛰어 버려서 결국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을 느닷없이 올려 버린 셈이니 이런 꼴을 그냥 두고 보면서 여유 있는 사람들이 군침 삼키지 않겠느냐고 했다. 채권입찰제 때문에 복덕방업자들이 어떤 손해를 입는지 아무래도 옳은 것 같았다. 한탕주의가 팽배해진다고 떠들썩해지고 있는 세상이었다. 담박에 잘 살기 위해서 무슨 짓이고 가리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이유를 나 나름대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내 눈앞에 걸려드는 세상살이들이 모두 험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참고 견디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산업사회니 도시 기능이니 복부인이니 하는 것들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알면 한탕주의의 뿌리를 짐작할 수 있다. 권력형 부조리와 부동산 투기와 쥔 자들의 불법적인 치부행위들이 성행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들이 정착하지 못했다면 한탕주의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심판을 받기는커녕 더 잘 먹고 더 큰소리 쳐 가며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는 어떻게든지 한탕을 해먹기만 하면 될 것 같은 환상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한탕은 결코 젊은이의 풍속도가 아니라 사회가 그 바탕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일 것이다. 이제 와서 지난 날 한탕씩 해먹은 자들을 추궁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 한탕이 아니라 수백 탕씩 해먹은 자들이 더 버젓하게 살고 있는 판에 누가 누굴 단죄할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 어쩌실 겁니까? 한탕해서 짜구난 돼지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사람들은요? 그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한탕주의에 물들고 범죄가 급증하고 흉포해지는 판인데 하나님은 팔장 끼고 시시덕거릴 겁니까? 미국 같은 나라를 보라구요. 제도도 잘 돼 있고 민주주의가 잘 돼고 언론 기능도 좋고 아무 말이나 다해도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인데도 흉포한 범죄가 많은 걸 보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는 징조이니 안심해라 이겁니까? 여보시오 하나님. 그 코 큰 놈들하고 우릴 같이 취급하는 겁니까? 네거리에서 교통정리하는 경찰관을 가만히 내려다보시면 짚이는 생각이 있을 겁니다. 하나님의 임무 가운데 하나가 교통정리 아닙니까? 듣지 말고 차분히 마음 가라앉히고 들어 보십쇼. 옳은 소리를 하면 가만히 들었다가 실천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힘 있다고 울컥 치미는대로 놀지 말라 이 말씀입니다. 하나님이 살면 얼마를 살 거며 평생 그 자리 지킨다고 뾰족해지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정신 가다듬고 찬찬하게 생각했다가 옳은 소리 좀 귀담아 두십쇼. 우리나라에도 하나님 비슷한 척 놀다가 어느날 한 방에 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 아니면 뭐가 안 되는 줄 알다가 말입니다. 하나님. 민심은 천심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금 민심이 어떤지 아실 거 아닙니까? 그쪽에 여론조사하는 기관이 있을 테니까 직접 들여다보고 알아서 좀 하십쇼. 좁은 땅덩어리에서 집칸이나 장만하려면 속 쓰린 일이 너무 많아서 평생 집칸 장만하는 일로 생애를 마치는 가여운 사람이 많다는 걸 제발 잊지 좀 마십쇼. 자, 하나님. 가슴 좀 넓혀 주쇼. 속 좀 탁 터놓으쇼. 은주 누나는 내가 수집해 온 얘기들을 꼼꼼하게 따져 보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 신음처럼 소리를 질렀다. "끔찍한 세상이구나." "성질나는데 지어 버리지 그래. 세상에 새치기로 사는 놈들이 많은 줄이야 알았지만 부동산처럼 잡스런 새치기들하고 흥정을 하자니 부아가 끓어서 못 견디겠어." "우리같이 사는 게 바보 짓이니?" "집 짓는다는 게 사람 피 말린다는데...... 조금 편히 살자니까 별일 다 당하게 생겼다. 그렇다면 돈 있는 사람은 무조건 남의 이름의 통장을 사서 당첨되고 그 자리에서 팔아 치우고 해서, 앉은 자리에서 몇 천만 원씩 벌어들인다는 거 아니니?" "그렇다니까 그래. 누나가 일년 내내 새벽 바람에 나가서 밤 늦게 들어와 가며 세금 꼬박꼬박 내고 버는 돈을 단 한 번에 버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거야. 아파트며 빌라며 손 안 대는 데가 없다니까. 남의 이름으로 된 통장을 사들였지, 복덕방에서 구전 먹으려고 더 뛰어다녀 주지,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서 전화 한 통으로 건당 몇 천만 원씩 먹어 이골이 난 사람이라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 이 투기꾼들을 잡아낼 방법이 없는 거지. 통장 판 사람을 추적해 봤자 농간을 부린 사람은 얼굴조차 모르고...... 복덕방에서 다리만 놓아 주니까 정말 감쪽같이 프리미엄만 딸꾹 따 먹어 버리는 거지. 그렇게 돈 벌기 쉬운 판이 있는 줄은 또 몰랐어." "어쨌거나 나는 살 집이니까 아파트건 빌라건 장만은 해야겠고......" 은주 누나는 내 얘기를 듣고 답답한 모양이었다. 기존 아파트나 빌라는 이미 오를대로 올라서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를 프리미엄이라도 주고 구입하는 게 훨씬 싼 형편이었다. 집을 장만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프리미엄과 복덕방의 흥정비와 일순위를 얻어두었어야 했는데도 그런 것이 없으니까 복덕방의 장난질에 숨 죽이고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통장을 가지면 앞으로 구 개월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당첨을 위한 수속을 밟을 수가 있었다. "차라리 굶고 말지...... 남 가슴 아프게 벌어서 어디다 쓸지 모르겠다." 내 얘기를 다 듣고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는지 은주 누나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빌어먹을 놈들이 그래도 판치고 사는 세상이니 말야." "네가 또 흥분할 일이 생겨서 신나겠구나." "그렇긴 한데 문제가 있어. 부동산 투기의 뿌리를 내 손으로는 도저히 뽑아 던질 수가 없게 돼 있다는 사실야." 뒬 수 있게 허술하니까 그렇지. 마음만 먹어 봐라. 왜 그 지경까지 갔겠니. 전에는 도시계획 그어 주는 걸로 한몫 잡은 사람도 숱했고 미리 그을 만한 곳을 알려 주고 반타작해서 나누어 먹은 사람도 많았다더라. 한번 생각해 봐라. 내가 이 집 장만할 때 집 값이 오천만 원였는데 지금은 팔천만 원씩이나 나간다. 그런데 그때 강남 쪽에 오천만 원을 주고 집을 샀으면 지금 일억 오천에서 이억 사이가 됐단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 난리를 치지 않겠니. 없는 사람은 항상 그런 집에서 살아야 되고, 있는 사람은 몇 번만 궁굴리면 호의호식하는 판이니 말이다. 내 친구가 우리 집 살 때 강남 쪽에 아파트를 사천만 원에 샀대더라. 그런데 지금 일억 칠천인가 삼천만 원이나 남았지만 걔는 무려 일억 삼천만 원이나 남았잖니. 월급쟁이가 일억 삼천만 원 벌려면 평생 모아도 안되는 돈이 아니겠니. 그러니까 십 삼 평 아파트 가진 사람이 십 칠 평짜리 아파트 살려고 오 년씩 허리 조르고 살아서 겨우 은행 빚까지 얻어 장만할 수 있지만 오십 평짜리 아파트 산 사람은 아주 쉽게 아파트 팔아서 남은 돈으로 다른 아파트 또 당첨해서 이사하고 남은 걸로 투기해서 불리는 형편이 되는 거지. 도대체 이런 장난을 누가 하나 했더니......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은주 누나가 세상 돌아가는 걸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런 판이기 때문에 빚을 얻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하려고 눈이 벌겋게 변하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일년이면 수억 원씩 벌어들이기 무서운 비밀의 손이 있다는 건 끔찍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부동산 투기는 계속 내 집 장만하려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울리고 있는 것이었다. 관계기관에서 정말 모를까? 모른다면 수임을 맡을 자격이 없는 작자들일 터이고, 알고도 그냥 팽개쳐 두고 있다면 간교하기 짝이 없는 무리들일 것이다. "어쨌거나 다른 걸 사는 것보다 싸다면 사는 수밖에 없잖니." 은주 누나가 낸 결론이었다. 나도 편하게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통장을 샀다가 당첨이 안 되면 어쩐다지?" 은주 누나가 또 물었다. 오백만 원짜리 천만 원에 샀으면 이자는 붙여서 책임지고 그애들이 사들인다니까 걱정 말래. 통장이 없어서 장난질 못할 판이니 염려 말래니까. 그리고 당첨시키는 건 일도 아니래니까 우린 돈만 준비하면 돼. 나한테 사기쳤다간 박살날 테니까." "네가 장 회장의 조카라고 사기쳤으니 너부터 잡아가라고 해야겠다." "어느 정도 익어 가면 털어놔야지." "아무튼 실수 없도록 해 봐라." "걱정 마. 빌라를 지어서 팔아먹는 치들도 손 좀 봐야겠어. 정부에서 평당 이백 이십만 원 이상은 못 판다 하니가 편법으로 평수 늘이고 분양할 때 복덕방하고 짜고 당첨 조작을 하는 대신 평당 십여 만원씩 더 챙긴다니까 말야." 은주 누나는 의아한 듯 물었다. 나도 잘 모르는 문제였지만 허재무의 입을 빌리면 비싼 땅에 빌라를 짓기 때문에 설계할 때부터 회사측이 꾸밀 수 있는 여러가지 장난질을 해 교묘한 법망을 뚫어 괜히 평수를 늘여 놨다는 것이었다. 실평수는 작고 등기평수를 높여 알차게 실속을 차렸다고 했다. 철저한 비밀의 손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내 손으로 부동산 투기꾼들의 뿌리를 뽑아보는 상상을 했지만 방법은 전혀 오리무중이었다. 재벌기업들과 부자들과 관료들이 합작으로 저질러 놓은 부동산 투기의 후유증은 아마 긴 세월을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한탕주의의 팽배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를 조절한다고 하면서 저렇게 널려진 비밀의 손모가지들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좀체 잠들 것 같지 않았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들이었다.

[묘안당]

그때 철거주택 딱지도 사보고 논도 사보고 했는데 부동산 생각을 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미혜]

부동산투기로 부자됀사람들이 많지요!!

[새처럼]

잘 봤습니다,, 감사 합니다,,

[그리운남촌]

잘 읽고갑니다~~

[김성갑]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