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62. 영원회귀
사마르를 지나 추상으로 내려간다.
우리는 언젠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의 삶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인가?
내가 지은 집이 영원히 남아있는 것인가?
사람들은 언제까지 자기가 지은 집에서 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해가 지고 부모님이 부르시면 모두 다 걷어 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는 모든 것이 다 무상인 것이고 한낱 부질없는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사는 날 동안 자기가 세운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힘쓰고 애쓴다.
남들보다 자기가 우월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우월이 무엇인가?
남보다 높아져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본래 아무것도 없는 것인데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 것인가?
때가 되면 다 사라질 것인데 무엇을 붙잡고자 하는 것인가?
과거에 붙들리고 미래에 사로잡혀 지금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 가장 귀한 시간인 것이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살아있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죽었다면 죽음은 우리에게 어떤 고통도 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서 조용히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된다고 하셨다.
당시의 종교인들과 권력자들은 자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낡은 부대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때가 되면 모두 하늘 아버지께로 돌아가야 된다는 것을 아셨다.
지금 지은 집이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저 찬란한 헤롯 성전도 얼마 있지 아니하면 철저하게 무너질 것을 아셨다.
우리는 영원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영원의 품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재림의 사상이고 하나님 나라의 신앙인 것이다.
나도 지금 다시 돌아가고 있다.
사마르를 떠나 점심 전에 추상에 도착한다.
그러니까 오늘이 바로 내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내 생일은 추석 전날, 일 년 중 가장 달의 기운이 강한 날이다.
나는 그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
그래서 태양의 양기운을 그렇게 좋아하고,
태음의 음기운이 그렇게 강한 가 보다.
기막힌 인연이다.
추상의 게스트하우스 여주인인 상모는 금고 속에서 책을 한권 꺼내온다.
3개월 전, 어떤 한국인이 고소증이 생겨서 헬리콥터에 실려 가며 놓고 갔다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알고 나에게 이 책을 생일선물로 남겨두었을까?
나는 그 책을 생일선물로 감사히 받는다.
그래, 돌아가야지.
얼굴에 웃음을 띠우며
세상 것 모두 놓아버리고
언젠가 떠나왔던 곳.
그곳으로 다시 가야지.
날마다 돌아가는 심정으로
매일 이렇게 살아간다 해도
그것이 영원히 반복된다 해도
한 점 후회함이 없는
그런 삶을 살아가야지.
십만 번 되풀이해도
부끄럽지 않은 삶으로
남은 세월을 주유하다가
영혼의 아버지 기다리는
그 품으로 돌아가야지.
그분이 남겨주신
그 말씀 의지하고
그 소망을 내 것으로 삼아
그분의 걸어가신 그 길을 따라서
운명처럼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