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세월이 아쉽기도 덧없기도 한 가을날을 허망하게 보낼 수 없어 지리산 골짜기를 찾아 나섰다.
속계의 끝자락 중산리에서 08:00발 법계행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용욱님을 비롯한 5명의 도반이 길동무되어 함께 한다.
. < 탐방지원센터에서 07:30 첫차가 출발하고 자연학습원에서 18:00 막차가 떠납니다>
지리산 아흔아옵골 어디엔가 있다는 암법주굴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순두류 계곡의 광덕교를 넘어 섰다. 발걸음에는 가슴설레이는 신선함이 배여 있다. 국공의 감시를 피해 광적사계곡 들머리를 벗어나 아침식사를 간단히 마쳤다. 계곡물 흘러내리는 단풍닢을 바라보며 가을 정취에 젖어 든다. 단풍단심이라 알록달록한 산빛에 마음마져 붉게 물들어 간다.
< 단풍은 물속에서도 붉게 피어 납니다 >
가을빛 선연한 계곡을 따라 희미하게 이어진 등로를 살피며 두어시간 올랐다. 광적사지가 가까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며 1/25,000 지도와 GPS를 번갈아 보았다. 최첨단 장비와 정밀지형도가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갈림길이 나타나 정처사와 함께 앉아 쉬고 있는데 김선배가 빨리오라고 고함친다. 개선문쪽으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2~3분 거리에 암벽을 호위신장처럼 거느린 광적사지가 나타났다. 옛사람은 자취없고 쑥대만 무성하다. 작은 샘에는 맑은물이 신심처럼 샘솟고 있었다.
< 언제라도 마음 함께할 도반과 머물고 싶은 곳 >
광적사지를 나와 계곡갈림길에서 오른쪽 산비탈을 가다보니 등산로가 희미하다가 사라져 버렸다. 좌측으로 이동하였는데 계곡이 나타났고 계곡우측에 암법주굴이 보였다. 밝은 기운이 넘치는 화강암 석굴이 환하게 맞이 하였다.
자연석벽이 암굴을 가로막고 있어 전체적으로 안온한 분위기를 풍겼다. 암굴의 강한 기운이 넘치고 가까이에 물이 있고 동방향이라 햇살좋고 석축에 둘러쌓여 바람이나 산짐승을 막을 수 있어 천혜의 기도터라 할 만하다.
< 봄이오면 다시한번 더 오고싶은 곳 >
< 부지런히 오가며 후배 사랑을 아끼지 않으신 시블링님 >
암법주굴에 대한 고문헌의 기록은 1463년 이륙선생이 쓴 『지리산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고 한다. “천왕봉 동쪽으로 내려가면 천불암과 법계사가 있다. 천불암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굴이 있는데 동쪽으로 큰바다로 향하고 서쪽으로 천왕봉을 등지고 있다 지극히 맑은 운치를 지녔는데 이름을 암법주굴이라 한다.“
최근 이러한 기록을 찾아내어 회자시킨 장봉인들이 jiri99팀이고 2005. 10의 일이다. 그리고 옛기록과 현재의 지리정보를 통해 천불사가 광덕사라고 추정하고 있다. jiri99님들의 지리산탐구정신에 감사드리고 싶다.
< 함께 막걸리 한사발 나눌 수 있어 행복하였습니다 >
점심상을 펼치기에 이른 시간이지만 자리좋은 암법주굴에 좀더 머물고 싶은 생각들이 있어 재빨리 식사를 준비한다. 막걸리, 만두, 장어국에다 암뿔이 가져온 초밥이 밥상을 풍요롭게 한다. 절식이 않되 식후 1572쪽 천왕동능으로 오르는 길에 질식할뻔 했다.
동남능에 오르자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차갑게 불어온다. 구름사이로 비친햇살이 산색을 더욱 아름답게 꾸민다. 써래봉, 중봉골, 순두류계곡, 일출봉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고개들면 가파르게 솟아오른 천왕봉이 하늘을 받치는 기둥처럼 당당하게 서있다.
< 천주 천왕봉 >
< 무명암지에 있는 강활 드시지 마세요 >
< 등정시비에 휘말리지 않기위해 정상에 서면 사진을 남겨야 한다 .>
동능의 시작점에 섰다. 암자터인지 몰라도 기와파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국공에게 노출될 수 있는지라 안개가 끼는 틈을 타 암뿔이 정찰에 들어갔다. 곧이어 핸드폰으로 연락이 온다 ‘형님 괜찮심니다’ 안개가 걷히기 전에 잽싸게 국공의 영역에 들어가 갑남을녀속에 묻혔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정상석을 두고 함께 사진을 남겼다.
또다시 국공의 시계를 벗어나기 위해 간간이 오가는 안개를 기다리다 안개가 몰려오는 순간에 맞춰 천왕골(통신골) 들머리를 넘었다. 길없는 길이라 키작은 관목과 덩굴을 뚫고 홈통같은 골짜기로 빠져들었다. 낙석을 피해 조심스럽게 하산에 집중하였다.
< 천왕골을 내려서자 단풍이 고왔습니다 >
천왕골이 무너져 내린것이 탐석꾼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천왕골은 기이하고 다양한 종류의 돌과 암석덩이가 산재해 있었다. 원시지리산의 상처난 속살을 보는것 같아 마음 아팠다. 복실한 흙한줌 없이 깊게 패인 천왕골은 인위적이던 자연적이던 복원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곳으로 생각되었다. 유암폭을 지나 다시 속계로 넘어왔다.
< 웬 인간이 뭘 버렸나 싶었네요 >
< 유암폭포 >
< 소망탑 >
천왕골 끝자락에 펼쳐진 수많은 소망탑과 그위로 펼쳐진 지리능선을 바라보며 나에게도 소망이 있음을 지리산신께 고한다.
해는 산넘어 기울어가고 하산길은 짧던 길던 언제나 지루하고 힘들다.
그래도 막걸리 한사발 나눌 수 있는 산친구가 있어 즐겁다.
첫댓글 잘 다녀 오셨네요
함께 하지못한 아쉬움이 산행기를 보니 더 아려옵니다
암뿔~ 쌍안경 바꼈네?
좋은 산행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 단풍닢 바람에 지기전에 지리산에 한번더 가고싶네
네...
이제 산꾼으로 돌아갈 채비를 얼쭉 끝내서니
산밥 먹을 속만 비워두면 되겠습니다...ㅎ
고생 하셨습니다 ^^
잼있었겠네여 담엔 저도 같이 가여~~~!!
지리산 이골저골 이골이 날때까지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