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표적인 반(反)체제 인사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자, 러시아 정부가 “할리우드의 정치화”라며 비판했다고 1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자 수감 중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021년 2월 모스크바 바부쉬킨스키 구역 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했던 모습./AP 연합뉴스© 제공: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이 문제를 정치화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감히 추측한다”며 “할리우드는 무언가 정치화하는 것에 대해 낯설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나발니’가 트로피를 거머쥔 것에 대해 불편하단 기색을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시도 스캔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발니'가 1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영화상(오스카상)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자, 나발니 아내인 율리야 나발나야(왼쪽에서 두 번째)가 그의 딸 다리아 나발나야(맨 왼쪽), 대니얼 로허 감독(맨 오른쪽)과 함께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조선일보 영화 나발니는 지난 2020년 나발니가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던 비행기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으로 쓰러진 직후의 상황을 다뤘다. 당시 그는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된 뒤 생명을 건졌다. 서방 세력은 나발니 독극물 테러에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 배후로 러시아 정보당국을 지목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그의 정적 나발니를 제거하려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테러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나발니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고위 인사로 위장해 자신을 독살하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요원과 통화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쳤다.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2021년 러시아에 귀국, 즉각 체포된 나발니는 사기, 법정 모독 등 혐의로 11년6개월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