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가 다 먹어치운 밭,실망해 포기한 밭에 잡초가 무성하다
나는 부처가 아니다. 고라니 철퇴기(2)
농사를 여러 해 지어 봤지만 이번처럼 집요하게
두달간 땀흘려 지은 무농약 토마토,상추,호박,고추가
완벽히 초토화 되는 경우를 처음 본다.
4일전 밤새 터를 잡고 온갖 채소를 맘껏 뜯어 먹더니
아침에 들른 밭에서 여유롭게 울타리를 넘는데
가쁜히 넘는 모습이 높히 뛰기 국가대표 선수 저리
가라였다.지형과 수목을 이용한 매복과 침투,탈취와
탈주는 정확했다. 인간 지능을 뛰어 넘는 생존의
동물적 지혜를 발휘했다.
호통을 쳐 놀래 주었으나 이미 모든 채소는 하나도
먹을 수 없는 지경. 가문 두달간 물 주랴 거름 주랴
지댓목 해주랴 울타리 치랴(좀 어설픔) 낮밤 안가리고
팔뚝이 시커멓게 타도록 가꾼 것이 완전 망가졌다.
만 3일간 나를 놀리는 듯 낮밤 안가리고 20여회 이상
보란듯 왔다 유유히 2 미터 그물망을 제자리 뛰기로
넘어 튀는데 아연질색 했다. 만만하고 여유로웠다.
내 호통과 몽둥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 노련한 놈이었다
"아이고~~~ 고라니한테 보시한심 치세요"
나는 보시한 적 없는데 보시한심치라고?
완숙을 기다리고 제법 성장한 고추,호박,상추를 기다리
다 그만 그 맛에 빠진 고라니가 완전 미쳐 하루 7~8회
넘어 들어 와 실컷 먹고 똥싸고 누워 있다 가는데
여러번을 몽둥이로 놀래 쫓았으나 어림도 없는 소리
였다. 안되겠다. 모종의 비상 수단으로 ....
조금전 또 올라가 소리를 쫓는데 기척하나 없더니
결국 영산홍숲 그늘에 있다 산숲으로 뛰기 시작했다
결론은 어찌 날 것인가?
"고라니 창 있어요?"
"예,와보세요"
철물점 사장과의 대화
잠시후 들러
"고라니 창 주세요"
"예,저기요"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도라지 캐는 삼지창이 서
있었다.
고라니 퇴치 몽둥이와 돌
2미터를 쉽게 뛰어 넘을 줄은 몰랐다
두달간 고생한 보람도 없이 초토화된 밭을 보다
맑은 하늘을 보다 멍하니 서 있었다
실망해 포기한 밭이 잡초로 무성하다.
나는 부처가 아니다. 고라니 철퇴기 3을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