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한 아이돌의 사진 한 장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때가 있었다
그룹 fx 설리의 노브라 사진..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에 여성이 입는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채 상의만 입고 찍은 사진을 게재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많은 악플과 비난 여론을 조성했고 나 조차도 참 철 없는 아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었다
그 이후로도 그녀는 종종 생크림을 입안 한가득 넣는 사진과 같은 엽기스러운 면모를 볼 수 있는 사진들을 올리며 이슈가 되었었고
그 시기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와 열애를 하며 다양한 커플 사진들도 같이 관심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들의 결별설이 날 때 쯔음엔 설리가 자해를 시도하여 응급실까지 실려 갔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이런 다사다난한 일들로 그저 많고 많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아닌
설리. 최진리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새롭게 각인이 되었고
나 역시 예쁘장한 아이로만 기억하고 있던 한 소녀에 대해 다시금 시각을 달리하게 되었던 때였다
그 노브라 사건을 발단으로 터진 그녀의 존재는 유명 명품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로더의 뮤즈자리까지 꿰차게 되었으며 솔로로 활동을 시작한 그녀에게 각종 행사와 휴식없는 일들을 안겨주었다
그것이 성공이라고 볼 수 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이전에 없던 변화들을 가져와 주었을 것이다
의미가 좋던 나쁘던 그만큼 어떠한 우리 또래의 아이콘으로 거듭났었으니까..
그렇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어린 아이에게 악플의 밤이라는 프로의 mc자리가 주어졌다
나는 그런 프로가 있는 줄도 몰랐고 mc라는 사실도 역시 알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보며 기사를 읽다가 눈에 띄인 것이 그녀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악플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은 게스트들을 초청해 인터넷에 있는 그들을 향한 악플들을 읽고 공감해 가며 악플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목적의 프로그램 이었는데 물론 설리는 한 프로의 mc로서 담담하고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방송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 사는 아무도 없는 집에 왔을때에..
무언가 밀려드는 것이 있지 않았을까..
비슷한 질병을 갖고 있는 나에게 그녀의 그런 심리적인 상태가 가장 눈에 띄어 더 마음이 쓰이는지도 모른다
정신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 즉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사람에겐 내 마음을 공유하고 알아줄 수 있는 단 한명의 누군가만 존재하여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것이다
그러나 그 단 한명이 심지어는 가족도 될 수 없기도 하고 제일 친한 친구조차도, 병을 치료하는 병원의 의사조차도 되지 못 할수가 있다
나 역시 그러하였다..
내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들에겐 창피해서 내 아픔을 이야기 하지 못했으며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가도 그들은 나를 환자로 보고 설명을들어 데이터 작성에만 바빴지 정작 내 마음을 보듬어 주지는 못했다
사방이 막혀있는듯한 나에게 벌써 한참 예전의 일이지만.. 병도 나를 힘들게 하고 소통도 되는 곳이 없어 혼자 방안에서 칼을 들고 누워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다행스럽게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눈물만 흐르면서 오빠 생각이 났고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나를 만들어 그 사람이 나를 살렸다고 , 그래서 내가 내 목숨을 빚진 사람이라 이야기 한 것이다
아마 지금 설리에게 대상이 누구이건 연정의 대상이 있었더라면 하다 못해 그것이 짝사랑이던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라도 그 사람을 생각하며 이겨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본다
그리고 그렇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리디 어린 소녀에게 악플의 밤 같이 지난 상처를 , 아픈 기억을 다시금 떠오르게 만드는 곳에 진행을 맡긴 소속사측에도 책임이 분명히 있음을 알리고 싶다
물론 그녀가 한다고 하였을지라도 병이 다 나은후에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설득을 하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정신질환은 다 낫다고 해도 재발의 우려도 있고 조그마한 자극에도 일반 정상사람들과는 다르게 상처를 입고 힘들어하기 때문에 건강한 상태에서 무슨 일이든 시도 해야지 그저 돈이 되는 일이라고 완쾌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그런 중책을 맡긴것이..
아마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오류가 아니었나 싶다..
한 때는 그 소녀를 관종이거나 특이하거나 많이 철 없는 아이로만 생각했었던 , 그녀에게 달린 악플들 역시 자업자득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매정하게 생각된 순간이 있었음에도 , 지금에서야 느끼는거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달리한 사람들에게 내 오지랖이
나라도 그들의 마음을 들어줬었더라면..
그들은 이름도 모를 나지만 그들의 아픔을 만져 주었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설리. 그녀 역시도..
한창 꽃다울 나이 20대..
나는 그 20대를 아픔으로 전부 보냈지만 그녀는 아픈채로 시간을 멈추어버렸다..
나는 그 때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아픈채로 멈추지 않았음에..
그리고 나에게 곧 나으리라는 빛을 선물해주신 신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그 고통의 깊이를 남들보다 조금은 더 알것 같은 나 이기에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 힘들었을 그녀에게 이제는 하늘에서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으로 예쁘게 살아주길 바란다고 전하고 싶다
편히 가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