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가족
<은밀한 가족>은 그리스의 단란하고 평범해 보이는 가족을 통해 그리스 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한 작품. 2013년 제 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스톡홀롬 영화제서 각본상, 레이캬비크 영화제에서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
안젤리키(클로에 볼로타)의 열한 번째 생일. 가족들이 모여서 파티를 한다. 파티는 정갈하지만 흥겹지는 않다. 할아버지와 춤을 추던 안젤리키는 가족들이 모여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아파트 난간에서 뛰어내린다.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아이의 자살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벌인다. 하지만 집안은 ‘지나치게 평온’하고, 아이는 학교생활에서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안젤리키의 할아버지는 늘 아이들을 직접 학교에 데려다주고, 방학 직전 나오는 성적표를 직접 받으러 가기 위해 직장을 그만둘 정도로 열성이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복종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외관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가족의 평온은 사실은 가부장이 휘두르는 무자비한 폭력이 강요한 것임이 드러나면서 관객들은 충격에 빠지게 된다.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며 안젤리키의 엄마 엘레니(엘레니 루시누)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할머니 레니(레니 피타키)에게 알린다. “확실하니?”라고 되묻는 레니의 불안한 표정에서 엘레니의 임신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걸 짐작게 한다.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는 느닷없는 폭력이 난무하고 아이들의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도 가혹하리만치 무참한 처벌이 따르는 모습으로 이 가족의 평온함은 자연스러운 기질이 아니라 강한 억압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엘레니의 자매들과 그녀의 아이들 사이의 불분명한 연령적 경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과도한 애착과 권력을 휘두르는 남주인공의 강박적 태도는 “힘들게 지켜온 평온입니다”라는 말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조금씩 누설한다. 감정을 자극하거나 공감을 사기 위해 어떤 인위적 장치도 거부하는 연출방식은 이 영화의 후반부의 충격적인 반전과 영상의 선정성을 최대한 소거시키려는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2013년 베니스영화제 은곰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 가족의 억압과 착취의 굴레를 잘 보여주면서 오늘날의 그리스 경제파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가부장의 폭력, 메이드 인 코리아" 에 대하여 당신의 가슴속 깊이 남아 있는 "은밀한 폭력"에 대한 기억을 모두 털어 놓도록 하자 ! 담아두면 병이 될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