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10경의 하나인 연미정 아래에 낡고허름해 보이
는 할머니 식당이 있다.
언덕위 조금 보이는 지붕이 연미정
그럴싸한 간판은 없고 메뉴라고는 특별할 것 없
는 평범한 백반(only one), 그 한 가지였다.
그것도 11시~ 재료 소진 시 까지.
우리 일행이 문을 열고 들어서니 손님들이 삼
삼오오 앉아 주문한 식사를 기다리고 있고, 그 사
이를 비집으며 할머니 혼자 쩔쩔매고 계셨다.
“할머니 우리 세 사람 밥 좀 먹으러 왔어요” 했더
니, “아이고, 지금 정신없어서 못해드려요” 하신다.
세상 어느 식당이라도 가면 한 그릇 팔 요량으로
조금 기다리라고는 들어봤어도, “정신없어서 못해
드려요”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할머니 혼자 바쁘셔서 그러시나 보다하고 “앉아서
기다릴게 시간 나는대로 해주셔요”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 저렇다 아무런 대꾸도 안하시고, 들어왔다
나갔다 분주하시다.
그도 그럴 것이,
일하는 사람 없이 혼자서 해내려니 그럴 법도 했다.
20년 넘게.
30여분 지났을까.
손님이 하나둘 빠져 나가기 시작하니 할머니가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는 듯, 우리 일행을 힐끗 쳐
다보더니 “몇 분이라 그러셨죠?”
“아, 네. 세 사람입니다”
그제서야,
콩 잔득 넣은 냄비 밥은 부엌에 안혀놓고, 된장찌
개와 생선은 둥글 넙적한 냄비에 담아 난로 위에
얹어 놓는다.
강화 순무 김치를 비롯 정성이 가득 담긴 반찬
과 국이 세 사람 가운데 놓이는 사이로 할머니의
깊은 정이 묻어났다.
필시,
돈을 벌려고 하신다기보다는 손님 맞는 걸 기뻐
하시는 거 같다고나 할까.
부엌에 강화 쌀로 냄비에 올려진 밥은 맛있기로
유명해서 그런지 맛 있다는 소리가 연방 나왔다.
그 누룽지 숭늉은 말해서 무엇 하랴.
엄청난 맛 집을 소망하고 간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정성껏 차려진 시골밥상을 연상
한다면 금상첨화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왜 우리 어릴 때 정성이
듬뿍 들어간 어머니 밥상 말이다.
여행은 먹는 즐거움이 半.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강화 연미정 할머니 식
당에서 더할 나위 없는 한 끼 잘 먹고 갑니다.
첫댓글 하~ 하~ 하~~~~~~~~~~~~~~~~~~~~~~~~~~ ((^_^))
여행길에서 한번쯤은 만나는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