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어렵다. 최근작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문득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영화를 촬영한 그곳. 왜? 영화 속으로 온전히 들어가보고 싶은 욕심에서라고 해두자. 그게 가능하냐고? 아마도.
영화 〈다른 나라에서〉는 3명의 안느(이자벨 위페르 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각기 다른 상황의 안느들(?)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같은 얼굴의 다른 안느들, 설정이 흥미롭다. 그리고 또 하나. 각기 다른 안느는 언제나 같은 공간을 찾는다. 같은 마을, 같은 펜션, 같은 해변.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화면은 시간을 거스르듯 다시 같은 장소로 되돌아온다. 마치 도돌이표가 있는 노래처럼. 영화는 그렇게 이어진다. 그 마을, 그 펜션, 그 해변에서.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은 부안의 작은 어촌, 모항마을이다. 마을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드넓은 갯벌이 시선을 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갯벌이 참 매력적이다. 봄부터 여름 사이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갯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안느가 묵었던 웨스트블루펜션이 있다. 본격적인 여행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