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따라주는 커피 VS '김마담'이 따라주는 커피

[이국언]

박근혜가 따라주는 커피

연합뉴스 | 이지은 | 입력 2012.08.31 13:29

(고양=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 오찬에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에게 직접 커피를 따라주고 있다. 2012.08.31

jieu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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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담이 따라주는 커피

포털 뉴스에서 '박근혜가 따라주는 커피'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니, 문득 선명하게 대비되는 한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2009년 10월부터 2010년 7월까지 208회에 걸쳐 광주에서 진행된 미쓰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 철수 1인 시위 때의 일입니다.

2009년 2월 중순. 광주의 한 허름한 식당 한 켠에 18명의 시민들이 무릎을 마주했습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태동이었습니다.

“이미 다 끝난 마당에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느냐”는 시선이 없지 않았습니다. 틀린 말도 아니었습니다.

돌아보면 늦어도 한 참 늦은 출발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한일 양국 시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2008년 11월 도쿄 최고재판소 판결마저 끝난 마당. 무슨 특별한 기대를 품을 수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무슨 이름께나 있는 사람들도 아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 예비 사회인, 세일즈맨, 학교 선생님, 가난한 시민단체 활동가, 학생, 주부, 하루 하루 먹고 살기 빠듯한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가진 건 그저 빈손 뿐, 다만 누구보다 가슴 뜨거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10대에서 60대에 이른 이 이름 없는 사람들은 역사가 광주에 부여한 책임을 외면하지 말자며 뜨겁게 손을 맞잡았습니다.

역사에 사라질 뻔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투쟁에 불을 지른 것은 역설적이게도 미쓰비시였습니다. 2009년 9월 25일 광주 한 복판에 미쓰비시자동차 전시장을 연 것이 그것입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마음이냐 규탄 집회라도 하고 싶고, 당장 전시장을 엎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우리는 아직 그럴 힘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2010년 10월 5일 광주광역시청 맞은편에 위치한 미쓰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스스로 만들어졌습니다.

누가 강요한 것도 마지못해 나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1인 시위는 월~금 12시~1시까지 진행됐는데, 예상과 달리 1인 시위에는 평균 8~9명이 참가하는 전혀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가운데, 말 한마디 없는 가운데서도 1인 시위라도 맥이 끊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 이심전심 공감하게 된 결과였죠.

특히 잊지 못할 분은 일명 ‘김 마담’이라고 불렀던 김선호 당시 광주효광중학교 교장선생님이었습니다.

당시 시민모임의 고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사실 ‘고문’이라는 직책이 이름만 그렇지 직책이라고 하기도 그렇죠. 그러나 이미 누가 알아주든 아니면 허울뿐인 것에 불과하든 그런 명함 따위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김선호 교장선생님은 1인 시위가 시작된 날부터 하루가 빠질 새라 음료며 따뜻한 커피를 준비해 1인 시위 현장에 날랐습니다.  

사실 교장선생님 체면에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 분이었습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날이면 날마다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커피포트를 들고 그 자리에 얼굴을 나타냈고, 심지어 본인이 피치 못할 무슨 일이 있을 경우엔 자신을 대신해 사모님을 대신해 보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어느 날부터 그를 '김 마담'이라고 부르게 됐고, 교장선생님을 두고 감히 ‘김마담’이라 언급해도 오히려 그것을 반겨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미리 계획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보니, 어느 때는 무겁게 한 병 가득 준비해 왔지만 고작 한명 두 명 서 있어 다 비우지 못하고 남은 것을 그냥 다시 챙겨가야 할 때도 있었고,

어느 날은 생각지 않게 10명, 20명 넘는 사람들이 1인 시위 현장을 나오는 바람에 적잖이 난감하는 표정을 지켜봐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비록 점심시간을 이용한 1시간의 시위였지만, 사실 통행인도 거의 없는 현장에서 주목하는 사람 한 명 없이 묵묵히 그냥 서 있는다는 게 여간 지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때 김선호 교장 선생님의 커피는 잠시나마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10월 5일 시작한 시위는 어느 덧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때로는 가을 햇볕이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어느 날은 장대 같은 비도 맞았고, 또 어느 날은 추운 바람과 맞서며 동장군과 싸워야 했죠.

그러다보니 어느 때부터는 시간만 되면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하더군요. 우리는 잠시나마 커피 잔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언 손을 덥히며 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어느 새 1인 시위 현장은 이런 작지만 아름다운 사연사연, 마음과 마음이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해지면서 정말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그해 겨울, 유난히 눈이 많은 겨울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눈 밭에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커피를 마셨고, 무명을 자처한 사람들의 온기까지 더 해져 그해 겨울은 누군가의 생애 가장 따스했습니다.

2009년 10월부터 시작한 시위는 가을, 겨울, 다시 봄, 여름에 이른 2010년 7월30일까지 총 208회에 이르게 됐고, 1인 시위 과정에 참여한 연인원만 짐작 잡아 2000여명에 달했습니다.

결국 미쓰비시중공업은 2010년 7월 13일 마침내 해방 65년만에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해 협상에 나설 것을 공식 표명하기에 이르고 말았죠.

아울러 미쓰비시자동차 역시 광주에 진출한 지 1년여 만인 2010년 11월 16일, 시민들의 부정적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광주전시장을 철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돌아보면 계획한다고 해서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또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고 해서 일이 안 되는 것도 아니더군요.

애초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는 일로 우리의 분기를 표현할 수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외로운 출발이었지만, 그 1인 시위를 통해 우리는 향후 전개될 새로운 투쟁의 불씨를 만들어 오게 됐습니다.

1인 시위는 어쩌면 ‘김 마담’이라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김 마담’은 정년을 마친 후, 2010년 6월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 1인 시위 현장이 마주보이는 광주광역시 교육의원 진출하시게 됐고, 의원 사무실에서 미쓰비시자동차가 광주에서 철수하는 그날 역사의 한 장면을 감회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시민모임의 ‘고문’이란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같은 커피에도 격이 있습니다.   

박근혜의 커피, 그리고 그 겨울 투쟁의 현장에서 나눈 우리들의 커피는 그래서 다릅니다.   

다시 '그 얼굴'들이 그립습니다. 

[강기원]

이거이 대박입니다. 아주 대조적인 멋진 모습입니다. 김마담의 커피는 인간미와 진정성과 감사함이 깊이 베인 커피라면 박마담의 커피는 정치쇼지요. 진정성을 믿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지요. 최근 전태일 재단 방문에서 대통합의 움직임이 허구로 드러났듯 말입니다. 하지만 김마담의 커피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고 이 시대의 아픔을 해결해 나가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가 베인게 아니겠습니까? 부지런히 퍼 날라야겠습니다. 또한 오마이뉴스와 한토마에도 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무국장님의 번득이는 지혜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리얼리스트]

박그네가 주는 커피는 정치인이 먹고 김마담이 주는 커피는 가슴이 뜨거운 사람들이 먹습니다.

[장헌권 헌책]

그때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원인 입니다.
사람을 봐서 마시고 안마시고 결정해야 하는데
바람불고 비오고 눈보라 칠때 1인 시위 기자회견 등등
될수있는한 모임에 안빠질려고 노력 했지만
커피를 안마신 죄로 사진 한 장이 없어서 서운한 마음입니다.
다음에는 커피 대신 차 마담(녹차.홍차.쑥차등)이 되던지 아니면
차 마담 후보가 나오던지 행야 할것 같습니다.

[꽃물결(김희용)]

감동이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사실"이 주는 것일 때 더욱 뜨겁다. 훈훈하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시민모임의 고문 김선호 마담이 그렇다.

[꽃물결(김희용)]

박근혜의 차(茶)는 간교와 굴복의 잔.
김마담의 차(茶)는?

[김선호]

헉, 이제야 봤네요. 내가 김마담인줄은 알겠는데 이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별로 안나내요.
박그네가 따르는 커피는 대통령이 되기위해 따는 것이고, 제가 딸아드리는 커피는 미쓰비시를 철수시키자는 것이네요.

[윤영덕]

부끄러운 표정 지으며 다가 와 무한한 용기와 힘을 주셨던 진정한 '시민'들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이국언]

1인 시위를 훌륭히 감당해 주신 많은 분들의 얼굴은 미처 다 담지 못했네요. 한분 한분, 이름없는 이 분들이 역사입니다.

[민들레]

수능 준비와 수시 지원으로 참 많이 지친 하루였습니다. 자기 전에 제가 떨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글을 남겼던 한달 전쯤의 약속을 후배들과 실천하게 되어 주소를 확인하고자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별 생각 없이 본 이 글에 참 행복했습니다. 아직 모든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국언 사무국장님께서 이 모임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담긴 기사와 유치원 아이들이 할머니들께 목도리를 떠 드렸던 일화를 보며 정말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이 모임을 알고 진정한 역사는 교과서 속 글이 아니라 경험한 분들의 이야기와 역사 속 잘못을 바로잡아 나가기위한 노력임을 깨달았습니다.

[민들레]

아직 학생이지만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많은 이들이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볼때 진정성을 갖고 하나씩 실천하셨듯 저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작은 것부터 해나가겠습니다. 수능 끝나고 광주 사무실에 꼭 한 번 가고 싶습니다. 1인시위 참여하셨던 많은 분들 존경스럽고 늘 응원하겠습니다!!

[서진영]

민들레님 저에게 전화주신 학생이죠? 여기서 글을 보니 더 반갑네요. 사무실에 오면 따뜻한 커피 준비할께요^^

[민들레]

네 예인이에요 ㅎ오늘 세통 등기부쳤습니다^^ 글씨가작을까봐 걱정이네요ㅎ ㅎㅎ다음부턴좀더 크게쓸게요~늘문자나전화로만 서진영사무차장님 대하는데머지않아 뵙기를~ 항상 궁금한 것 알려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셔셔감사합니다^♥^

[노엘갤러거]

제가 자주가는 카페로 스크랩해가도 될까요?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하는 좋은 내용 같아서요!!!!

[이국언]

예. 괜찮습니다. 많이 알려주세요.

[한예진]

1인시위의 따뜻한 모습이네요 김선호 의원님 이 말씀하신 '김마담'을 사진으로 보니까 이해가 잘되요..이런 따뜻하고 진실된모습이라니 ㅎㅎ 앞으로의 활동에는 제모습도 있었으면 좋겟어요 ㅎㅎ!

[서진영]

예진아,, '앞으로의 활동에는 제모습도 있었으면 좋겟어요 ㅎㅎ!' 멋진 말이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