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여기 어때요?] 경북 의성
의성 출신 컬링 여자대표팀 활약에 인구 5만여명 작은 농촌 인기 급상승
사촌마을 안동 김씨 도평의공파 종택 서애 류성룡 태어난 곳…보물 ‘만취당’ 있어
누각 ‘관수루’의 처마 닮은 낙단보에서 즐기는 야경도 놓치지 말아야
‘이번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갈릭걸스(Garlic Girls·마늘소녀들)로 불리는 개최국 한국의 컬링 여자대표
팀보다 더 큰 스타는 없었다. 갈릭걸스라는 별명은 선수들의 고향인 경북 의성이 마늘 주산지인 데서 따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빛낸 영웅을 소개하며 우리나라 컬링 여자대표팀에 보낸
찬사다. IOC가 주목한 경북 의성은 지금 컬링 여자대표팀의 선전 덕분에 때아닌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인구 5만3000여명의 농촌인 의성은 과연 어떤 곳일까. 궁금증을 참지 못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의성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두눈에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서애 류성룡 태어난 사촌마을
조선시대 선조 때 명재상으로 이름난 서애 류성룡이 경북 안동이 아닌 의성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점곡면에는 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 풍산 류씨의 집성촌인 사촌마을이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담벼락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 양옆으로 한쪽은 기와가 올라간 황토 담벼락이, 다른 한쪽은 벽화가
그려진 시멘트 담벼락이 펼쳐진다. 덕분에 시골마을의 아름다운 정취와 고풍스런 한국의 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사촌마을을 대표하는 곳은 안동 김씨 도평의공파 종택이다. 바로 류성룡의 외가이자 그가 태어난 집이다.
마당
안으로 들어서면 고택의 숨결과 고즈넉함에 자연스레 숙연해진다. 종택 입구 왼편에선 마을의 자랑인 보물
제
1825호 만취당(晩翠堂)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가 목조 건물이라는 말에 감탄이 절로 나
온다. 대청에 올라서면 벽면에 걸린 만취당 현판이 눈에 띈다. 한자로 쓰인 현판이 한석봉으로 알려진 조선
중기 서예가 한호의 글씨라는 말에 또 한번 놀란다.
●고대국가의 흔적, 조문국 사적지
‘천년의 조문국 / 멸망한 빈터, 슬프고 처량하네 / 다시는 번화함을 볼 수 없고 / 거친 초목, 뜰꽃만 향기롭네.’
조선 중기 학자이자 문신인 허목이 망국이 돼버린 조문국(召文國) 옛터를 둘러보고 쓴 시다. 생소한 이름이
지만 조문국은 2000여년 전 의성에 실존했던 고대국가다. 지금은 금성면에 당시 지배계층의 무덤으로 추정
되는 40여기의 중대형 고분들만 남아 사적지로 꾸며져 있다.
사적지 어귀에 있는 조문정(召文亭) 2층에 오르면 고분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잔디와 소나무로 꾸며진 조문국
사적지는 듬성듬성 놓인 고분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무덤이 어떻게 이런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서슴없이 든다. 게다가 푸른 하늘과 맞물린 노란 언덕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5월
이면 작약이 만발한다고 하니 그때 또 찾아올 이유는 충분하다.
●야경이 눈부신 낙단보
의성의 낙동강 유역에는 낙동강 3대 누각으로 손꼽히는 관수루(觀水樓)가 있다. 이곳에서 3분만 걸어가면
닿는 거리에는 거대한 보가 하나 있다. 상주 낙동면과 의성 단밀면 사이에 설치된 보라서 이름이 낙단보다.
보는 관수루의 처마모양을 본떠 지어져 독특한 모양을 자랑한다.
건축양식이 나름 특색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감이 든다. 하지만 이 부족함은 해가 서산으로 뉘엿
뉘엿 넘어가면 말끔히 사라진다. 대신 ‘우와’ 하는 탄성만 남는다. 어슴푸레 어둠이 깔리면 보 주변은 하나둘
조명이 밝혀진다. 그 순간 낙단보는 아름다운 야경을 뽐내는 명소로 탈바꿈한다. 어둑한 저녁을 수놓은 불빛
들은 의성이 품은 아름다움 중에서 으뜸이 아닌가 싶다.
의성=김동욱, 사진=이서연 기자
의성에서 꼭 맛보고 가야 할…
특산물 마늘과 쇠고기구이, 칼칼하고 쫄깃한 메기매운탕
◆의성의 명물, 마늘쇠고기구이
의성의 명물이 마늘이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다보니 의성마늘을 먹여 키운 한우 또한 명성이 자자하다. 봉양면에는 의성마늘소 먹거리타운까지 조성돼 있다. 이곳은 식육판매장에서 고기를 구입한 후 인근 식당에서
구워 먹어야 한다. 식당은 연두색의 의성마늘소 상표가 붙은 곳만 허용된다. 다소 번거로운 방식이다. 하지만
부드럽고 육즙 가득한 쇠고기가 입안 가득 풍미를 채워주면 번거로움을 금세 잊는다.
◆낙동강에서 맛보는 매운탕
낙단보 주변에는 매운탕집이 여럿 있다. 그래서 보의 야경을 즐긴 다음, 저녁으로 민물매운탕을 맛보는 것도
괜찮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메기가 주재료인 메기매운탕은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메기 특유의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을 한껏 즐겨보자. 밥 한술 입에 넣고 칼칼한 국물과 함께 살코기 한점
먹으면 요즘 말로 ‘그뤠잇(grea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