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는 대한민국의 저력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일컬어진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대한민국의
잠재력은 무엇인가.
위기감 공유할 때 폭발하는 에너지
태안 바닷가가 기름 범벅이 된 지 3개월 동안
일본이 자랑하던 1997년 후쿠이현 미쿠니(三國) 유조선 사고 때의
'3개월간 자원봉사자 기록30만명'의 4배인 123만명이 모여들어
'태안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기적은 자주 있었다. 2002년 태풍 '루사'가 강릉을 강타한 날,
전국에선 3187명이 복구를 위해 모여들었다.
복구 3개월 동안 100만명 이상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고,
800여만명의 국민이 1300억원의 성금을 모았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는 2개월 동안 349만명이 장롱 속 금붙이를 꺼내
225t(21억7000만달러 상당)을 모았다.
전체 가구 중 23%가 동참한 것이었다.
1년 뒤 신용평가회사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올리며
'금 모으기 운동'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1973년 오일쇼크, 기름값이 5개월 사이 네 배까지 뛰었다.
사람들은 기름값 시위를 벌이는 대신 악착같이 기름 소비를 졸라 맸다.
그 이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73년(6.4%)의
5분의 1 수준(1.3%)으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7.2%의 성장률을 유지했고,
수출은 무려 38%나 늘렸다.
한 발 더 나갔다. 기름 살 때 쓸 돈을 기름 파는 나라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1978년 한 해만 해도 14만명의 건설 노동자가 중동에서 땀을 흘렸다.
이렇게 해서 5년간 중동에서 205억달러를 빨아들였다.
수출의 40%를 담당한 셈이다.
1960~70년대 경제개발에 필요한 달러가 필요하자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에 가서 달러를 벌어 보냈다.
독일로 파견된 광부들은 지하 1000m 막장에서
탄가루 묻은 검은 빵을 먹었고,
광부·간호사 1만8659명이 연간 1000만달러를 한국에 부쳤다.
1964년 12월, 독일 함보른 탄광을 방문한
모국의 대통령 앞에서 이들은 참고 참았던 눈물을 한없이 뿌렸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잠재 의식 속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렬한 운명 공동체 의식이 깔려 있어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예외 없이
공동체를 생각하는 집단 에너지가 분출됐고,
그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곤 했다.
뭐든지 버무려 새로운 걸 창조하는 비빔밥 유전자
한국인에겐 '한데 버무려' 이질(異質)을 동질(同質)로 만드는
독특한 문화적 소화 효소가 있다.
휴대전화에 MP3와 디지털 카메라를 섞고,
위성방송 수신 기능까지 얹어
세계 최초 제품을 잇따라 내놓는 것은
하이브리드(hybrid·혼합)형 '비빔밥 DNA'가
한국인의 핏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하이브리드 속성은 염색체부터 시작된다.
한국인의 미토콘드리아(모계로 유전되는 세포조직)를 분석해본 결과
70~80%는 북방계이고, 20~30%는 남방계였다.
"미국은 시간이 흘러도 백인종·흑인종이 따로 살지만,
우리는 같은 지역 안에서 완전히 섞였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 김욱 교수(단국대)
미국 뒷골목 문화의 원조인 비보이(브레이크댄서)는
한국에서 국악 타악기 리듬과 농악의 몸짓을 받아들였고,
외래문화인 사우나는 한국에서 온돌과 만나 찜질방 문화를 창조해냈다.
작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따낸 야구 금메달은
한국식 하이브리드 야구의 성과다.
파워로는 미국에, 정교함으로는 일본에 못 당하지만,
이승엽 같은 파워 타자와 이종욱(두산) 같은 정교한 타자의
유기적인 화합이 세계 최강 신화를 만들었다.
한국식 하이브리드 문화는 위기 극복 때마다 소중한 원동력이었다.
10조원의 빚더미에 허덕이던 하이닉스는
혹독한 미국식 구조조정으로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
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살아난 하이닉스는
그동안 못 받았던 보너스를 모든 직원들에게 공평하게 나눴다.
성과주의와 평등주의의 절묘한 결합이다.
하나투어는 65세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실력에 따른 철저한 성과급과
입사 6개월 이상 된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나눠 준다.
실력주의와 종신고용이 결합된 한국형의 '실력 종신주의' 모델이다.
미국식 심층면접 입사제도는 한국에 들어와
1박2일씩 합숙하며 팀워크를 판단하는 도구로 바뀌었다.
일본에서 실패한 연봉제가 한국에서 정착됐고,
일본에선 사라진 회식 문화가 한국엔 살아있다.
성과를 높이면서도 조직의 단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비빔밥 DNA는 우리 기업의 해외 개척 전략의 핵심이다.
브랜드와 자본력이 약했던 현대차가 불모지 인도에 진출해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부품의 90%를 현지 조달하는 등
과감한 현지화를 통한 한국식+인도식의 혼합 전략에 있다.
밥(공동체)만 있으면 종교조차 비빌 수 있다.
대한민국은 불교(23%·2005년), 기독교(18%), 천주교(11%)의
3대 종교에다 원불교·통일교, 이슬람 신도까지 섞여 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다(多)종교 국가다
중동서 횃불 켜고 공사하던 신바람·光速 문화
위기 때마다 기회를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압축성장에는
신바람과 광속(光速)의 유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번 신바람이 붙으면 광속으로 질주하는 우리를 누구도 막지 못했다.
기술력 없다던 기업들이 마음 먹고 나서자
단번에 세계 4위의 특허국에 올랐다.
국제특허출원 건수는 1984년 10건에서 2007년 7061건으로
700배 넘게 성장했고, 2007년엔 과학강국이라는 프랑스도 제쳤다.
우리 앞엔 미국·일본·독일뿐이다.
"후발주자로 산업화에 성공한 우리는 스피드엔
강박증이 생길 정도로 익숙해져 있다"
-이용화(SERI수석연구원).
일주일에 두 개꼴이다.
삼성전자 애니콜의 신제품 수다.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 100개 이상의 신제품을 내놨다.
시시각각 바뀌는 소비자 기호를 살펴
음악 기능도 확대하고, 스크린의 크기도 바꿔 넣었다.
수백 개 부품이 들어가는 데다 제품 수명도 6개월 안팎이니,
개발자 입장에선 숨이 턱턱 막히는 속도와의 싸움이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작년 50여 개국에 2억 대 이상을 팔아
휴대폰 세계 2위를 지켰다.
2006년만 해도 3위권에 머물면서
2위인 모토로라에 큰 차이로 밀렸던 위기를 탈출한 데는
광속(光速)의 스피드가 큰 몫을 했다.
지금도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엔 10개가 넘는 신제품 개발팀이 가동 중이다.
신바람의 유전인자는 1인당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종업원이 얼마나 집중적으로 일하면서 순익을 만들어 내느냐 하는
몰입도 수치인데, 한국 100대 기업들이
글로벌 100대 기업들보다 16% 높다.
- 삼성경제연구소 분석
신바람과 광속의 유전자는 근대화 과정에서 입증됐었다.
1974년 6월 28일, 울산의 허허벌판에
현대조선소가 들어선 것은 세계 기업사(史)에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60만평 부지에 불과 2년3개월 만에 조선소 준공식과
26만t짜리 유조선 2척의 진수식이 동시에 열린 것이다.
당시 현대는 조선소도 없이 배부터 주문받았고,
크레인도 없이 독(dock)을 만들어 냈다
197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제다에서 공사 중이던
삼환기업의 근로자들은 공기(工期) 단축을 한다며
횃불을 켜고 철야작업을 했다.
지나가던 파이잘 국왕이
"저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에게는 공사를 더 주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우리의 신바람 문화는 속도만 빠른 게 아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건설적 활기를 수반한다.
그래서 '빨리빨리'가 아니라
'쌩쌩(활력있게 질주하는 것)' 문화로 불린다.
첫댓글 좋은글에 멋진사진 즐감하였슴니다.^^
멋진 설경 멋진 글에 현옥되었읍니다....
좋은글, 좋은사진...그리고 좋은동료... ^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