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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의 애상 -김덕성-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는 누구의 눈물인지 구슬프게 내린다 마음을 적시는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애절한 마음 그리움도 세월이 흐르면서 함께 희미해 저 가는 나의 어머니 남몰래 남겨 놓은 어머니의 발자국 파도에 지워질까 두려워 허둥지둥 그 발자국에 포개어 놓는데 다가오셔서 품어주시는 어머니 가을비에 젖는다 어머니와 함께 가을비에 젖은 그리움은 -유상옥- 가을비가 내린다
어떤 흐린 가을비 -류 근- 이제 내 슬픔은 삼류다 흐린 비 온다 자주 먼 별을 찾아 떠돌던 내 노래 세상에 없다 한때 잘못 든 길이 있었을 뿐 붉은 간판 아래로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같은 추억이 지나간다 이마를 가린 나무들 몸매를 다 드러내며 젖고 늙은 여인은 술병을 내려 놓는다 바라보는 순간 비로소 슬픔의 자세를 보여주는 나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숙이고 술을 마신다 모든 슬픔은 함부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삼류가 된다 가을이 너무 긴 나라 여기선 꽃 피는 일조차 고단하고 저물어 눕고 싶을땐 꼭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잎사귀를 허물면서 나는 오래전에 죽은 별자리들의 안부를 생각한다 흐린 비 온다 젖은 불빛들이 길을 나선다 아무도 듣지 않는 내 노래 술집 쪽으로 가고 추억 쪽에서만 비로소 따뜻해지는 내 슬픈 잎사귀 또 비에 젓는다 초가을비 -도종환- 마음 무거워 무거운 마음 버리려고 산사까지 걸어갔었는데요 물봉숭아 몇포기 피어 있는 걸 보았어요
흙바닥에 닿을 듯 힘겨운 모습이었어요
촉촉한 비구니 스님 한 분
살아가며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세속의 제 무게가 있는가봐요
도리어 쓰러지지 않는석탑도 있는 걸 생각하며
가을비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
첫댓글 가을비는 촉촉히 내리는데......쓸쓸한 비 지요.
음악과 함께 즐감합니다./수고에 감사합니다
요즈음 세상사에 이래저래 마음이 심란한데
폭풍 폭우에 그저 씁쓸하네요
가을비 관련 여러 편의 고운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긴 장맛비에 진저리가 나서 또 비가올까봐...
그래도 가끔 조용히 내려주는 가을비는 운치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