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고,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을 빚고 있는 국정을 규탄하는 시국미사가 7일 제주에서도 열렸다.
천주교 제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30분 제주시 이도1동 천주교 광양성당에서 천주교 사제와 신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창훈 신부 주례와 임문철 신부의 강론으로 '생명과 평화 일꾼 故 백남기 임마누엘 농민 위령·시국미사'를 봉헌했다.
강론에서 임문철 신부는 “백남기 농민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서 기도하는 시간을 위해 모였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농부로서 고생해서 살다가 가신 임마누엘 자매를 더 이상 고통도 눈물도 없는 곳에서 편하게 지내시라고 기도하는 것으로 족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강론을 이어갔다.
임 신부는 “임마누엘 형제가 그렇게 죽어가면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무엇을 가르치고 있나. 원인이 뭔지도 밝혀내지 못하고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두 손 모으고 기도하고 한탄과 불평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남기농민의 죽음은 어쩌다 일어난 돌발사건이 아니다. 그 앞에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세월호사건, 그 앞에 스스로 세상을 떠나야 할 만큼 힘들어 했던 쌍용 자동차 일부노동자 그 앞에 용산사건이 있다. 오늘날의 박근혜 스캔들도 이 사건들과 같은 맥락"이라고 규탄했다.
임 신부는 “우리는 역사상 많은 기회를 얻었다. 그 결과는 이기주의와 물신주의로 이어졌고 결국 우리가 사회를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런 것들이 결국 박근혜 라는 허수아비 대통령을 만들었고, 최순실 이라는 이상한 아줌마를 실질적인 대통령으로 만들어버렸다"며 현 시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그 결과를 보고 외신은 '독재자의 딸이 인권변호사를 이겼다'. 이것이 우리의 선택이었고 그 결과가 바로 오늘의 시국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 위령미사를 지내면서 박근혜를 처벌하자 탄핵하자 끌어내리자 라고 소리치고 싶다. 그러나 그런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주먹을 쥐고 머리띠를 둘러도 결국 똑같은 현실을 마주하는 것은 근본적인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들을 바꾸라고 했지 우리자신이 바뀌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이를 다른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백남기 형제를 십자가에 못 박는 또 하나의 공범자가 되는 것"이라며 "각자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백남기 형제는 빛나는 이름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제주에서 시국미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같은 시간 광주와 청주, 안동에서도 시국미사가 봉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