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연일 터지는 재건축ㆍ재개발 비리 수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서울 광진구 자양동 I아파트와 동대문구 청량리 재개발 사업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서울 경찰청 수사과는 지난 2일 이들 사업장에 대한 관련자를 소환 조사하고 압수수색을 벌였다.
광진구 I아파트는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아이앤콘스 시공한 현대아이파크로 당초 알려진 바와 달리 재건축 사업이 아닌 지역조합 아파트다. 83가구의 소규모 단지로 2002년 9월 조합원을 모집해 최근 입주가 시작됐다.
이 아파트는 건축허가 등 인허가 과정에서 심의위원회가 부결시킨 것을 광진구청이 찬성 의견이 많아 인허가를 통과한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현행 주택건설 규정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액화석 유가스(LPG)판매소에서 수평거리로 5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이 아파트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청직원과 시 직원ㆍ동사무소 간부와 함께 아이앤콘스 직원이 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았다는 제보도 접수돼 조합 및 광진구 공무원 등이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앤콘스 관계자는 “지역조합아파트는 청약통장 등과 무관하게 당시 서울시 및 인접시 거주자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특혜분양 의혹은 말이 안된다”며 “공문서 위조에 대해서는 구청이 한 일이므로 아는 바 없다”고 주장했다.
GS건설과 이수건설은 2003년 5월 시공사로 선정된 동대문구 청량리6 재개발구역 조합에 각각 5억원씩 총 10억원을 줬다는 이유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5억원은 시공사 선정 당시 입찰 보증금이었을 뿐 추가로 대가성의 뒷돈이 오간 적은 없다”며“입찰보증금은 조합이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뒤 공사가 시작되면 회사에 돌려주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ㆍ경찰의 재건축ㆍ재개발 수사가 계속되자 업계는 무차별적인 수사로 업무가 거의 마비될 지경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경찰이 특별한 혐의를 잡았다기보다는 최근 고소ㆍ고발 사건이 제기된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장은 모조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리 수사에 성과를 내는 경찰은 1계급 특진까지 보장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심지어 대우건설이 강서구 화곡동에 지은 화곡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이미 강서구 관할 경찰서 조사와 법원 판결에서 혐의 없음이 밝혀졌는데도 비대위 6명이 최근 서초 경찰서에 다시 수사 의뢰를 하자 재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재개발ㆍ재건축 수주 사업장이 많은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오늘 재건축 담당자가 조사를 받으면, 내일은 재개발 담당자가 불려가는 등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다”며 “검ㆍ경찰이 요구하는 관련 서류 준비하기도 바빠 도무지 업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임원은 “한 대형건설사는 말썽을 없애기 위해 당분간 재개발 수주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도 들린다”며 “재건축ㆍ재개발 비리를 근절하는 것은 바람직한데, 멀쩡한 사업장까지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 건 아닌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