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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62승 60패 4무(4위)
타율 .254(7위) 방어율 3.71(4위) 홈런 86(4위) 도루 101(4위) 실책 87(최소 5위)
지키는 야구의 한계, 타선 노쇠화
-대대적 개혁으로 명예회복 노린다
감독 데뷔 이후 바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루며 현역시절에 이어 감독으로서도 탄탄대로를 걷던 선동열 체제의 삼성 라이온스. 하지만 올시즌 삼성은 고뇌에 찬 한 해를 보냈다.
4위. 다른 팀 같으면 어쨌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니 성공이라 할 법도 하겠지만, 삼성으로서는 도무지 성이 찰 리가 없는 성적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삼성 선수단과 팬들은 어쩌면 충격일지도 모르는 서적표를 받아들고서도 의외로 담담해했다. '승자의 여유'라 볼 수도 있겠지만, '올 시즌 안 좋은 상황에서 그나마 삼성이나 4위나 한 것' 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올시즌 삼성이 '한 해 쉬어간' 이유와, 그에 대처하는 삼성 수뇌의 자세를 살펴보도록 한다,
<조용히 보낸 오프시즌. 그래도 체면치레는 했다>
지난 시즌 우승 이후, 삼성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강영식을 내주고 신명철을 영입하였으며, 하리칼라를 퇴출하고 윌슨을 데려온 정도가 전부였다. 한때 유명선수를 자금력으로 싹쓸이하며 '돈성'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예전 모습은 아니었다. 삼성으로서도 오프시즌을 조용히 보낸 이유는 있었다. 사실 그들은 2005년 우승 이후에도 용병 한명을 교체한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2006시즌 우승컵을 안았다. '어차피 투자가 아니라 자체 투수 팜 성장으로 2연패했는데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악재가 없었던 그 당시와는 달리, 올해는 팀의 토종에이스 배영수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아웃되는 악재를 맞았다. 삼성을 지탱해주던 투수력 쪽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둥이 빠져나간 것이다. 그럼에도 시즌전 삼성은 2년연속 우승의 관록을 인정받아 여전히 우승후보로 꼽혔다.
초반 삼성의 행보는 약간 의외였다. 2년동안 자랑하던 투수력은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한 반면, 의외로 양준혁을 위시로 한 타선이 폭발하며 그럭저럭 승수를 쌓아갔다. 특히 삼성의 자랑이던 중간계투진이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선동열 야구의 핵'이라 불리던 권오준은 충격적인 난조를 보이며 초반 2군행 수모까지 겪었다. 초반 10승6패로 그럭저럭 승수를 쌓아가던 삼성은, 4월 27일~5월 4일에 거쳐 천적 현대를 시작으로 한화, 롯데에 7연패를 당하며 단 하루지만 꼴찌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그 중에는 오승환이 이대호에게 홈런을 맞으며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 경기도 있어 더 충격을 주었다. 그 와중에서도 권오준을 대신해 나타난 '만년 유망주' 권혁은 삼성 불펜에 있어 구세주였다.
그 덕이었을까. 삼성의 자랑인 불펜, 마무리진은 5월에는 예의 단단한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타선 역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여, 양준혁을 제외하고는 초반 페이스를 이어가지 못했다. 게다가 선발진 역시 이닝을 먹어주지 못하며 불펜이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 탓에 지난 시즌까지 선두싸움을 하던 삼성의 눈높이는 5,6월이 가도록 4강싸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더 나빠질 것도 없는 타선에 예전만은 못한 투수진. 그들은 결국 전반기를 36승 39패 3무. 5할에도 못미치는 5위라는 성적으로 마쳤다. 지난시즌 꼴찌였던 LG에게도 밀리는 순위였다.'이러다가는 포스트시즌도 위험하다'는 위기론까지 나왔다. 전반기 유일한 경사라면, 양준혁이 6월 9일 잠실 두산전서 기록한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2000안타 정도였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를 2연패했던 저력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전반기 2할대 초반의 타율로 '최고 먹튀'의 멍에를 벗지 못하던 심정수는 후반기 동체시력을 회복하며 삼성 타선의 중심을 살렸고, 초대 서머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권오준의 부진으로 고전하던 불펜진에는 군에서 복귀한 윤성환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이에 힘입은 삼성은 초대 서머리그에서 14승 6패로 우승을 차지, LG,한화를 차례로 제끼고 3위까지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막판에 또 한번 위기를 맞게 된다. 너무 숨을 돌린 탓이었을까. 시즌이 끝나갈 무렵 6연패(9/20 SK~ 9/27 한화)를 당하는 등 막판 15경기에서 4승 11패의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시즌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다 끝났다 생각했던 5위 LG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낭패를 본 것이다. 결국 10월 1일 대구에서 기아를 꺾고 4강을 확정,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찜찜한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마쳤다.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삼성 선수들 사이에서는 의욕이 보이지 않았고, 대구에서 열린 2차전은 포스트시즌에도 불구하고 만원사례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시즌 내내 발목을 잡은 타선 난조, 선발 난맥상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독이 되었다. 3차전에서는 오승환을 조기 투입하는 초강수까지 두었으나 결국 한화에게 1승2패로 패퇴하고 말았다.
<변화없는 타선, 부실한 선발로 인한 수비야구의 한계>
앞서 말했듯 올시즌에도 삼성은 어김없이 우승후보였으나, 거기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우승은 둘째치고, 올시즌의 승률은 삼성 암흑기이던 96년(0.448)이후로 최저였다. 5할승률에 겨우 +2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삼성 선수단, 팬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올것이 왔다'는 것이었다.
올시즌 삼성의 하락은, 한마디로 말해 '지키는 야구의 한계'라 할 수있다. 수비 지향적 야구로 공격력은 등한시해왔던 것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사실 삼성은 선동열감독 이전에는 막강한 타력의 팀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삼성 마스코트인 '블레오(일명 사돌,사순이)'의 증언에 의하면 '이승엽 있을 때는 공중제비를 돌다가(삼성 마스코트들은 홈팀 선수들이 홈런을 치면 공중제비 세레모니를 한다) 너무 어지러워 구토까지 한 적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런 타선이 형성된 원인은 암흑기이던 삼성을 맡았던 당시 백인천감독이 이승엽을 중심으로 '10년타선'을 세워놓은 것이었다. 거기서의 결원이 생기면 어마어마한 투자로 그것을 메우는 식으로 삼성타선은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삼성의 자체 팜에서 키워낸 타자 중 백인천 시대 이후의 간판타자는 박한이 정도가 유일하다. 그리고 그들이 언제까지 전성기일수도 없는 일. 삼성의 타선은 시나브로 노쇠하고 있었다. 거기에 용병도 죄다 투수로 뽑으니 타선쪽에 보강이 일어날 리 없었다. 올시즌 최악의 성적을 올린 김한수(.235 3홈런 26타점)는 이러한 삼성 타선의 쇠락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박종호 역시 시즌 초반 몇 경기 부진한 모습을 보인 후 (17경기 .185 4타점) 부상으로 아예 시즌아웃되었다. 진갑용(.246 5홈런 39타점) 역시 삼성 입단 이후 최악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타선의 부진을 노장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듯하다. 젊은 타자들이 커주지 못한 데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 톱타자 박한이(.267 2홈런 27타점 10도루)는 몇년째 답보상태이며, 삼성팬들이 차세대 주전타자로 커주길 바라고 있는 조동찬(38경기 .189 10타점), 조영훈(66경기 .198 1홈런 9타점)등의 성장도 더디다. 특히 이승엽의 일본진출 이후 삼성의 1루는 고질적 골칫거리가 되는 상황으로, 올시즌 1루수가 378이닝(경기수*3이닝)이상 출전하지 못한 팀은 삼성이 유일하다.
타선 못지않게 올시즌 삼성의 발목을 잡은 것은 취약한 선발진이었다. 삼성의 선발방어율은 4.14로 4위, 나쁘지 않아 보이나, 이닝소화(622.2이닝, 7위)와 QS(42회, 꼴찌)면에서는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선발진이 올려준 승수도 35승으로 현대와 공동 최하위였다. 브라운이 12승 8패, 방어율 3.33으로 잘 던져줬을 뿐, 윌슨(1승6패 방어율 3.79)과 매존(7승 11패 4.18)은 올시즌 LG로 간 하리칼라보다도 별로 나을 것이 없는 활약을 했다. 이 외의 토종선발들은 거의 전멸 수준으로, 배영수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토종선수는 8승8패, 4.06의 전병호였다. 올시즌 선발로 재기가 기대되었던 임창용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0경기에 5승 7패 3홀드, 방어율 4.90으로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이런 선발의 난조 탓에 509이닝으로 8개구단 최다이닝을 소화하면서도 2.94(2위)의 방어율, 1.19(1위)의 WHIP을 기록한 구원투수진이 대견할 따름이었다.
종합적으로 보앗을 때, 삼성의 몰락 원인은 프로농구단 동부 프로미의 몰락과정과도 너무 흡사해 보인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면 농구는 '센터놀음'이라 할 수 있는데, 동부는 김주성(비록 프로에서 그의 포지션은 센터가 아니지만)과 장신센터 용병을 앞세운 전창진감독의 수비농구로 팀컬러를 전환, '2000년대의 팀'이라 불렸다. 삼성의 선동열감독과도 상당히 흡사한 것이다. 하지만, 슈터 신기성의 이탈과 양경민의 몰락 등으로 05~06 시즌에는 6강PO에서 탈락, 06~07 시즌에는 아예 8ㅟ까지 떨어지는 낭패를 맛보았다. 변화없는 팀컬러에 김주성의 부상까지 겹쳐, 마땅한 슈터도 없는데 자랑하던 수비마저 붕괴된 것이 원인이었다. 삼성의 팀 사정을 보았을 때, 배영수를 김주성에, 삼성의 타선을 동부의 공격진에 대입해보면 답이 나온다. 물론 야구는 농구에 비해 4명이 많은 9명이 하는 경기이고, 농구에 비해 역할 분담이 뚜렷한 종목이라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대대적 개혁, 새로운 모습의 강호 꿈꾼다>
하지만 올시즌 삼성에도 새로운 희망의 조짐은 있었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심정수의 부활이다. 지난시즌까지 삼성팬들로부터 '심봉사'라는 비난을 받았던 그는, 올시즌 .258 31홈런 101타점으로 당당 홈런, 타점왕에 오르며 삼성타선은 양준혁(.337 22홈런 72타점)에 쏠리던 집중 견제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그의 나이는 이제 한국나이로 33살. 현대 야구에서는 아직 창창한 나이이다. 또한 초대 퓨처스게임 MVP에 오른 보스턴 마이너리거 출신 채태인 역시 성적에 비해(.221 1홈런 10타점) 결정적인 순간에서 쳐주며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삼성팬들은 그를 벌써 '포스트 이승엽'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중간계투진에서는 권혁이 데뷔 6년만에 만개한 기량을 선보였으며(60경기 7승 1패 19홀드 2.79), 특히 77.1이닝을 던지면서 삼진을 무려 100개나 잡아내는 놀라운 탈삼진능력을 선보였다. 윤성환(36경기 3승 8홀드 1.04) 역시 주무기인 커브를 앞세워 권오준(34경기 3승 5패 6홀드 방어율 3.41)이 못다한 역할을 했다. 또한 지난해 두산에서 이적한 조현근(46경기 3.11 1승 2패 1홀드)은 원포인트릴리프 이상의 활약을 하며 삼성의 약점이던 좌완 스페셜리스트 자리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권오준이 선발로 전환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만약 권오준의 선발 전환이 성공하고, 내년에 복귀할 배영수가 제 모습을 보인다면 삼성의 선발진 역시 훨씬 건실해져, 제대로 된 지키는 야구를 팬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듯 보인다. 올시즌에도 어김없이 구원왕에 오르며 최연소 100세이브 기록을 세운 오승환(60경기 4승 4패 40세이브 방어율 1.40)의 존재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내년시즌 입단할 최원제(장충고) 역시 미네소타 입단까지 노렸던 거물급 투수로, 삼성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삼성 수뇌진 역시, 11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의 수뇌답게 팀의 위기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삼성은 올시즌 종료 후 14명의 선수를 방출시키고, 코칭스태프도 대거 교체했는데, 이 중에는 김대익(지난시즌까지 통산 .272 45홈런 326타점 102도루/07시즌 69경기 .198 6타점), 김종훈(지난시즌까지 통산 .254 43홈런 271타점 82도루/올시즌 63경기 .206 5타점)등 올시즌에는 부진했으나 소금같은 활약을 해주었던 베테랑들과, '이승엽의 사부'로 알려진 박흥식(현 KIA)코치까지 포함되어 잇는 점에서 삼성의 개혁의지를 읽을 수 있다. 또한 용병투수 두 명도 퇴출 방침을 정했는데, 기대에 못미친 매존은 그렇다쳐도 올시즌 에이스였던 브라운의 퇴출은 모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의 개혁에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것은 이 두 용병에 이은 새로운 용병이 될 전망인데, '이닝이터형 선발투수 한 명, 강타자 용병 한 명'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삼성팬들이 목말라 하는 것은 타자용병으로, 삼성은 선동열감독 부임 이후로 단 한번도 타자용병을 뽑은 적이 없으며, 이것은 8개구단중 최장이다. 지금 삼성 타선에 구멍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강타자 용병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과연 2007시즌이 '명가의 몰락이 시작되는 해'이냐, 아니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한 해'가 될것이냐. 일단 개혁의 기틀은 갖춰 놓았다. 이 문제의 정답은 이 후의 행보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개혁의 기틀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삼성 프런트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행보를 보면 잘 해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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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67승 2무 57패(3위)
타율 .254(7위) 방어율 3.54(3위) 홈런 104(2위) 도루 48(8위) 실책 76(최소 2위)
든든한 선발진. 중심이 확실한 타선
-투수진 노쇠화, 리드오프 부재는 과제로 남아
한화팬들은 롯데,LG의 팬들처럼 정열적인 맛은 부족하다. 하지만, 항상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며 독수리군단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00년대 중반의 한화도 그런 모습이다. 그들은 00년대 초반 극심한 암흑기를 겪었다. 하지만, 김인식감독 부임 이후 시나브로 치고 올라와, 어느덧 3년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으로 자라났다. 그들의 야구는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중심이 잘 잡혀 있으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맛이 있다. 하지만, 한화가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도 우승에 다다르지는 못하는 이유는 그 중심 외의 '플러스 알파'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올시즌 한화는 분명히 야구를 잘했다. 하지만 2% 부족했다.
<꾸준한 정규시즌. 아쉬운 포스트시즌>
한화는 시즌 개막 전 SK와 함께 2강으로 꼽혔다. 최장수 용병 데이비스와 결별하며 새로 들어온 용병 크루즈, 세드릭의 기량이 미지수이고, 구대성이 시즌 초 부상으로 이탈하기는 했지만, 류현진-문동환이라는 확실한 원투펀치와 김태균-이범호로 이어지는 강한 중심타선에, 교타자 이영우까지 복귀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에 비해 결코 못한 전력이 아니라는 평가였다.
시즌 초는 힘겨웠다. 4승1무1패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는 듯 했으나, 4월 14일 롯데전부터 4월 19일 LG전까지 6연패로 몰린 것이다. 이범호, 김태균, 크루즈 등 중심타선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중간 마무리진은 나오는 족족 난타당하기 일쑤로 구대성의 빈자리를 느끼게 했다. 결국 한화는 4월 8승1무10패, 5할에도 못미치는 승률을 올렸다.
하지만 한화의 시련은 거기까지였다. 5월 첫주 삼성-기아를 상대로 쾌조의 5연승, 이후에는 단 한번도 5할승률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4월에 부진하던 크루즈, 김태균이 제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으며, 이범호 역시 타율은 낮았지만 떨어지지 않은 장타능력과 선구안으로 팀에 공헌했다. 투수진에서도 여전히 잘 돌아가는 선발진에, 복귀한 구대성의 활약이 기대보다는 못했지만, 중간계투진이 얇은 한화로서는 어쨌든 반가운 일이었다. 이렇게 전열을 정비한 한화의 5월 성적은 16승 8패. 4월의 부진을 완전히 만회하고도 남는 성적이었다. 특히 사직구장에서 5월에만 롯데에 6전승을 거둔 것은 한화, 롯데 양팀의 명암을 극명히 갈라놓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전반기는 권준헌의 부상, 문동환의 시즌 아웃 정도를 제외하고는 큰 위기없이 줄곧 2~3위권을 유지해 나갔다. 전반기 성적은 41승 34패 2무로 3위. 특히 김태균은 전반기에만 지난해의 총 홈런수(13개)를 상회하는 17개의 홈런을 날리며 팀 상위권 비행의 1등공신으로 꼽혔다. 크루즈, 이범호도 전반기에만 벌써 각각 18, 16홈런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한화는 위기를 맞았다. 전반기 한화의 '장타군단'을 이끌었던 김태균, 크루즈의 방망이는 침묵을 지켰으며, 마무리 구대성은 나이 탓인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7월 27일 SK전~ 8월 2일 두산전서는 5연패로 몰리기도 했는데, 특히나 한화가 자랑하는 선발진이 줄줄이 무너진 경기라 더욱 찜찜했다. 결국 한화는 서머리그에서 7승1무 10패로 7위, 전반기 5게임차이던 삼성에게까지 추월당하며 6월 이후 처음으로 4위로 추락하는 낭패를 맛보았다. 더 큰일은 여름 무더위를 겪고 나니 5위 LG, 심지어 6위 롯데까지도 사정권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자해지라 했던가. 한화는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롯데,삼성,LG라는 라이벌 팀들에게 5승 1패, LG, 롯데를 따돌리는 동시에 삼성, 심지어 두산까지도 가시권에 두기 시작했다. 결국 9월 삼성이 거의 자멸하다시피 하는 동안 한화는 그럭저럭 5할승률을 유지하며 3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특히 9월 삼성에만 4승을 거둔 것이 양팀의 명암을 갈라 놓았으며, 이 기세는 준플레이오프까지 고스란이 이어졌다.
한화는 이범호의 3홈런 4타점 맹타와 류현진의 역투에 힘입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삼성에 2승1패로 이기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햇다. 하지만, 3차전 류현진을 무리하게 기용했던 것이 독이 되었다. 마땅히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나섰어야 할 류현진이 등판하지 못하면서 팀의 사기가 꺾이고, 설상가상으로 시즌 중 문제가 되던 빠른 야구의 부재가 포스트시즌까지 독이 되며, 거기에 정규시즌 최소실책 2위를 자랑하던 팀답지 않은 수비난조까지,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에게 3연패로 무기력하게 물러나야 했다. 3연패 자체보다도 스코어가 0-8, 5-9, 0-6. 내용이 좋지 못했다. 훌륭한 정규시즌이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매조지를 잘 못한 것이다.
<중심이 선 한화의 투타>
한화는 3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어느덧 00년대 중반의 명문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인식감독 부임 이후 한화는 그들이 한창 잘 나가던 빙그레, 혹은 99한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중심이 확실한 투,타'이다.
한화가 올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타팀에 비해 유동이 적었던 선발진이었다. 다른팀들은 '원투펀치만 확실했으면 소원이 없을텐데'라고 하지만, 한화는 3선발까지 확실한 선발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문동환이 시즌아웃되지 않았다면 유일하게 '4펀치 선발'을 선보일 수도 있었던 팀이 한화였다. 그들은 빙그레 시절에도 이상군, 한희민, 한용덕, 장정순, 정민철 등 타팀과는 비교 불가의 선발진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팀 같았으면 1선발로 뛸 투수들이 중간계투로 밀려나야 할 정도였다. 99년 우승 당시에도 송진우, 정민철, 이상목 등 선발진의 공이 컸다. 반면 그들의 암흑기에는, 송진우 정도를 제외하고는 죄다 임시선발을 돌려야 했다. 김인식 감독 부임 이후, 특히 올시즌에는 전자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에이스 류현진(17승7패 2.94)은 말할 것도 없고, 정민철(12승 5패 2.90), 세드릭(11승 13패 4.15) 역시 고마운 존재이다. 정민철은 일본복귀 후 2004년까지 평균 이하의 투구를 보이며 '그만 은퇴해야겠다'는 세간의 평에 시달렸다. 하지만, 김인식감독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던 그를 계속 믿고 기용했으며, 결국 30대 중반의 나이에 완벽히 재기에 성공, 아니 그것을 넘어서는 정도의 활약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세드릭은 한화의 용병투수 잔혹사를 씻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한화를 거쳐간 용병들 중 최다승 투수는 01년의 리스(7승)였으니, 용병투수복이 지지리도 없었던 것이다. 세드릭 역시 제구력 난조 등(114볼넷, 1위) 아주 좋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화 용병투수가 규정이닝을 채워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영필(5승 5패 2세이브 4.33) 역시 선발진에 빈자리가 생길때마다 '알바'를 충실히 해주며 한화 선발진을 도왔다. 이런 한화 선발진의 올시즌 성적은 QS 66회에 741.2이닝, 방어율 3.41(이상 1위)로 모양과 내실을 모두 갖춘 07시즌 최고의 선발진이었다.
타선 역시 중심이 확실했으며, 무엇보다도 내용이 충실했다. 올시즌 한화의 팀타율은 삼성과 공동 꼴찌. 하지만 득점은 4위(534)였는데, 여기에는 타율에 비해 높은 팀 OPS(.717,4위), 장타력(홈런 102, 2위)이 원인이었다. 중심타선의 크루즈(.321 22홈런 85타점), 김태균(.290 21홈런 85타점), 이범호(.246 21홈런 63타점)는 한화타선의 이런 경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셋 모두 타율에 비해 1푼 이상 높은 출루율을 보이며(크루즈 .422, 김태균 .420, 이범호 .361), 득점권에서도 자기 타율에 비해 훨씬 훌륭한 활약(득점권타율 크루즈 .333 김태균 .370 이범호 .294)을 했다. 이들이 합작해낸 홈런수(64)는 8개구단 클린업트리오 중 단연 최다이다. 다만 전반기 51홈런에 비해 후반기는 13홈런으로 침묵했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특히 올시즌 '신남연' 데이비스의 후임으로 들어와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시작했던 크루즈는, 한화에서 7년을 봉사한 데이비스의 이름을 단 1년만에 지워버리는 활약을 했다. 물론 데이비스와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던 것은 아쉬움이었지만. 그리고 지난시즌 부진했던 김태균은 올시즌 '김똑딱'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씻었으며, 이범호는 타율은 형편없었지만 타율대비 월등한 OPS(.792)와 홈런, 타점,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으로, 보이는 스탯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김인식감독의 믿음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앞서 말했던 김재박감독과 마찬가지로 김인식감독 역시 한번 정해진 주전멤버는 그대로 밀고 가는 스타일이다. 김인식감독은 타자가 삼진, 병살 등의 실수를 했다고 해서 꾸짖지 않는다. 병살을 막을 수 있었는데 당한 것을 꾸짖을 뿐이다. 이렇게 되니 한화 선수들은 책임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가지고 경기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구위 저하로 은퇴 일보직전까지 몰렸던 문동환 정민철, 그리고 평범한 유망주에서 국가대표급 3루수로 성장한 이범호 등은 모두 김인식 야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믿음이 있어 한화는 부상선수 한둘에도 동요하지 않고, 또 그런 분위기 때문에 세간에서는 '김인식이 있는 한 한화는 언제나 강팀후보'라 하는 것이 아닐까.
<투수진 연령 양극화. 빠른야구의 부재>
하지만 3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한화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
올시즌 무엇보다도 한화팬들이 걱정했던 것은 주전투수진의 노쇠화, 양극화 현상이었다. 한화의 토종 선발진을 보면 류현진은 87년생이지만, 정민철 문동환은 72년생, 최영필은 74년생 등으로 중간계층이 없다. 정민철 문동환 등이 올해까지는 용케 버텨줬지만,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언제까지 버틸지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선발진, 그리고 안영명(61경기 1승 1패 5세이브 15홀드 3.06) 양훈(47경기 7승 4패 2세이브 3홀드 3.64)등 젊은 선수들이 자리잡은 중간계투진은 나은 편이다(이중 양훈은 내년에 선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마무리 구대성(1승 6패 26세이브 4블론 3.19)은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확실히 노쇠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대성불패'라 불렸던 그였으나, 올시즌 그의 방어율은 8개구단 주전마무리 중 7위로, 퇴출된 카브레라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이다. 하긴 68년생인 그가 그 정도 성적을 낸다는 것이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지만, 한화는 지금 그의 후임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 확실히 왔다. 그리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발 계투 가리지 않고 쏠쏠한 모습을 보이던 최고령선수 송진우(호적상 66년생이지만 실제로는 65년생이라 한다)는 '나이는 못속인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올시즌 모습으로(42경기 2승 2패 1세이브 10홀드 4.54), 포스트시즌에서는 패전처리로까지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물론 한화 투수진에도 전혀 리빌딩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규수, 송창식, 김창훈 등 한때는 '유망주투수들의 보고'라고 불리기도 했던 한화였으나, 전임 코칭스탭의 잘못된 관리로 인해 몇년째 후보선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투수진 노쇠화에 시달리는 한화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인재들인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06시즌 류현진보다 더한 주목을 받으며 입단했으나, 그동안 2군에만 머물던 유원상이 후반기부터 선을 보이더니(8경기 2승 1패 1세이브 2.84), 플레이오프에서는 팀이 무너지는 과정에서도 0.93의 평균자책으로 유독 꿋꿋한 피칭을 보이며, 한화 마운드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또한 빠른 야구의 부재 역시 한화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로 이 부분의 부족으로 인하여 한화는 우승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한화의 이 문제는 사실 고질병으로, 2002년부터 6시즌째 100도루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팀은 한화가 유일하다. 올시즌에는 48개로, LG 이대형의 개인기록(53)에도 뒤진다. 실제로 올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와 두산의 성패를 가른 것도 선수들의 주루플레이였다. 두산이 선보인 '한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한화는 전혀 선보이지 못한 것이다. 필자가 서두에 밝혔던 한화의 '2%'는 바로 스피드인 것이다. 이 '스피드'를 관장하는 곳이 바로 리드오프인데, 고동진은 타율 .249, 출루율 ,355, 도루 10개 등으로 리드로프로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나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으며, 이는 또한 8개구단 최다 병살타(128개)와도 깊은 연관이 있었다. 한화가 단순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우승을 노린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심타선을 제외하면 득점루트가 부족하다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일일 것이다.
한화는 분명 강팀의 대열에 들어섰다. 김인식 감독 역시 명장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한화 벤치의 팀 운영을 보면 약간은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듯 하다. 현재의 미덕을 지킨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곳은 프로야구판이라는 경쟁 사회이다. 목표가 '현상유지'라면 잘해야 그 정도밖에 안된다. 한화가 '우승'이라는 문을 뚫기 위해서는, 현 전력을 유지하면서도 만일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항상 그 자리를 지켜주는 팬들에게 이왕이면 '열정'까지도 선물해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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