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 서영처
내면에 대한 표면의 우위라는 착각이 장미다
가시는 햇살의 쐐기문자이나 실은 언제든 당신을 찌를 수 있는 의심과 집착
그 여름의 위반과 영락 격렬과 평정
사악함과 어리석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장미는 피어난다
내 귀로 쏟아붓는 향기로운 풍문
합려闔閭의 후궁들처럼 북소리에도 아랑곳없이 깔깔거리다가
핏방울이 덩굴처럼 뻗어나가고
참수된 머리통을 걸어두고 그제야 대오를 갖추고 구령을 따라 외친다
흩어지고 뭉치는
유죄! 유죄! 유죄!
그 많은 입구들이 다 같이 수렁을 드러내는 이 세계의 장면
ㅡ웹진 《님Nim》(2025, 11월호) ******************************************************************************************************* 고희를 함께 넘으면서 모두가 처음 본다는 장면이 계속 이어지는 나날입니다 지난 해 겨울, 어리숙한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가 거의 일년이 다 되도록 이어집니다 매일 매일 꼴사나운 장면이 연출되니 차마 바로 쳐다보기에도 낯뜨거운 모습입니다 부끄러움을 넘으려는 변명과 궤변이 난무하고 서로 옳다고 우격다짐하는 모습도 꼴사납네요 도대체 누가 유죄이고 무죄인지 헷갈리니 내로라하는 시사평론가들끼리도 말꼬리 잡기만 합니다 엊그제부터는 단군 이래 최대치적이라던 대장동 민간개발 업자들에 대한 재판이 화두에 올랐네요 온갖 예측과 현실 분석이 오리무중이라 결코 향기롭지 못한 풍문만 무성할 뿐입니다 늪인지 숲인지 모를 정치판의 네탓 공방에 국민들도 덩달아 네 편 내 편 가르기에 지쳐갑니다 도대체 이 세계의 장면은 언제쯤 막을 내리고 새로운 무대가 펼쳐질지 모르겠습니다 내냔 지방선거 때가 되면 그래도 어느 정도 민심이 추슬러지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