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영국 신사 2]

봄날은 간다.

시인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 가사가 ‘봄날은 간다.’였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바야흐로 봄이다.

봄은 지키지 못할 언약처럼 미련만 남긴 채, 봄에 띄운 연서(戀書)는 아지랑이처럼 흩어지고.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그 임은 어디로 가셨나?

알뜰한 그 맹세, 내 벌써 허망할 줄 알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떠나는 봄이 더 외롭더라.

새파란 풀잎이 물 위에 떠서 흘러가더라! 이 구절에서 목이 멘다.

봄날이 간다를 부른 가수

노래에는 봄과 인생이 모두 들어있어,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 가수라고 할 수 없지!

배 호는 슬픔을 정제된 묵직한 저음으로

조용필은 슬픔을 내면에 단단히 끌어들이고,

장사익은 슬픔을 절규하듯 목청껏 토해내고.

조관우는 슬픔을 기집애처럼 앵앵거리며 중얼거리고

한영애는 슬픔을 퇴폐미 넘치는 끈적끈적한 음색으로

주현미는 슬픔을 저 혼자 봄에 취해 흐느적거리고

김정호는 슬픔을 헤드 빙하면서 처절하게 흔든다.

시인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봄꽃은, 진달래와 개나리였다.

진달래는 산에 피는 산유화(山有花)

홍매, 설중매, 청매, 송골매는 아니고, 이렇게 사진사들의 단골 소재

개나리는 한문으로 금종화(金鐘花), 영어로 Golden Flower.

토종 꽃이 아니다.

그래서 결과는 무승부였다.

[사진가 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