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청명한 아침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울었던 적이 있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 물결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였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내게 두 눈이 있어
눈부신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넘칠 듯이 감사해서 울음이 쏟아졌었다.
매일매일 같은 날을 살아도
언제나 같은 하루가 아니다.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이 절절해지는 날들이 있다.
자칫 무감각하고 습관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을 나의 삶 속에서
잠자는 의식을 깨우는
그 무엇이 일어난다는 것
분명 감사하고 남을 일이 아닌가!
감동으로 세차게 흔들리는 것
열심히 생활하고, 뜨겁게 사랑하는 것
내부에서 일어나는 어떤 변화를 감지하는 것
생기발랄하게 타오르는 것들..
이런 감정들은 내가 살아있다는 신호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심장이 뛰고 생이 호흡하고
말하고 들을 수 있다는 행복감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한 줄의 글귀에 감명받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향기로운 꽃들에 매혹되고
좋은 느낌 좋은 생각을 향유하고,
매일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늘 같은 나무의 모습이 아님을 발견했을 때
뭔가 느껴지는 나만의 행복
계절마다 맛과 윤기가 다른 과일을 먹고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내가 살아있음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오늘이라는 좋은 날에...,
- 인애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