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의 '미국 CSI' vs 한국 과학수사팀' 비교
1. 출동할 때 챙기는 것들
CSI : 과학수사 장비들, 트레이드 마크인 손전등, 그리고 총 (멋진 패션은 옵션이다)
과수팀 : 과학수사 장비들. 또 뭐가 더 필요한가? 총? 죽은 사람들을 만날 때는 필요하지 않다.
간지패션? 우리에겐 '과학수사 조끼'가 있다!
2. 현장에 도착하면
CSI : 마이애미팀이라면 검시관 알렉스가 시체를 살펴보고 있다. 현장엔 CSI 뿐. 바깥에는 경관들이
출입통제 중이다. 멋진 옷차림으로 사진을 찍어대는 대원들. 증거 보호? 그래서, 어 라텍스 장갑 꼈잖아.
과수팀 : 일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입는 것 같은 방영복을 입는다. 현장증거를 보존하는 동시에 현장의
부패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마스크에 덧신도 필수다. 입고 나서 10분만 지나면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검시관도 중무장 한 채 시체를 살펴보고 있다. 장갑 안도 땀으로 흥건다.
3. 형사들의 팀워크
CSI : 과학수사대가 요구하는 자료나 증인을 대령한다. 때론 과학수사대와 함께 총 들고 뛰기도 한다.
하지만 브래스 경감이 늘 인기 투표 베스트 5에 들지 않는다. (설마 머리가 없어서?) 형사는 조연일 뿐.
과수팀 : 과학수사는 언제나 형사를 돕는 수단일 뿐. 채증에는 담당 형사들의 입김이 작용할 때도 있다.
범인을 잡는 것은 형사다. 주인공은 우리가 아닌 것이다. 메딕이 럴커를 잡을 수는 없는 법이지.
4. 증거수집
둘 다 진짜 열심히 한다. 일 열심히 할 때 건들면 화낸다. 우리는 현장에서 쓰인 장비와 소모품을 모두 치운다.
지문 채취 분말의 경우 잘 닦이지 않기 때문에 샴푸와 치약으로 지워주고 오기도 한다. 친절 경찰!
5. 사무실에 들어오면
CSI : 자기만의 실험실을 갖고 있는 분석요원에게 증거분석을 맡긴다. 그렉에게는 당근 좀 주고
서류분석에 들어간다. 그리섬 반장이라면 곤충 표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세라가 아닌 이상 건드리지 말 것!
과수팀 : 과학수사요원이라면 수륙양용은 되어야지. 방호복 벗자마자 실험 들어간다. 운 좋으면 야식 먹고
할 수도 있다. 대개는 담당형사가 저녁을 쏜다. 다른 사람은 현장 상태와 증거물에 대한 보고를 쓴다.
6. 시체 곁에서 수거한 칼을 검사한다. 손잡이에 지문이 나올까?
CSI : 현란한 카레라 워킹 및 쿨한 배경음과 함께 역시나 현란한 CG로 칼 손잡이의 지문이 떠오른다.
AFIS(지문자동검색시스템) 에 넣으면 1분도 안 돼서 일치되는 사람이 뜬다. 컴퓨터가 슈퍼컴퓨터인가보다.
친절하게 사진까지 바로 뜬다.
과수팀 : 조용한 가운데 지문을 채취하고 AFIS에 넣는다. 몇 십개의 유사 지문이 뜨면 일일이 대조한다.
컴퓨터는 범위만 좁혀줄 뿐이다. 가려내는 것은 숙련된 요원의 눈.
7. DNA 샘플 간 비교가 들어간다
CSI : 그렉이 잘난 체하는 사이 프린터가 결과물을 뱉어낸다. DNA 분석기도 AFIS(지문검색시스템)
컴퓨터만큼 만만치 않다. 바로 결과가 나오면 회심의 미소를 짓고 함께 범인을 잡으로 나간다.
과수팀 : 국과수로 보낸다. 일거리가 밀리면 회신이 늦어지는 건 다반사다. 담담형사가 독촉해도 할 수 없다.
8. 현장증거가 분석되는 동안
CSI : 어디선가 재빨리도 데려온 용의자를 심문한다. 불쌍한 레깅스 경감. 항상 초과 근무일 텐데 벗겨지는
머리에 대한 걱정은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 그나마 마이애미팀 형사보다 존재감 있다. 혹시 그 분 이름을 아시는 분?
과수팀 : 결과가 나오는대로 바로 담당형사에게 알려준다. 담당형사는 바로 탐문 수사하느라 바쁘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엔 북한군이 막고 있어" <와일드 카드>에 나온 대사다.
말마따나 언젠가는 잡힌다.
9. 범인의 윤곽이 잡혀졌다!
CSI : 총 들고 같이 잡으로 간다. SWAT도 데리고 간다. 호반장이라면 선글라스도 필수다.
피해자 가족도 달래야 하고, 이래저래 바쁘다.
과수팀 : 이미 담당형사가 잡아서 진술서를 꾸미고 있다 (어쨌든 다 잡힌다. 삼면이 바다 어쩌고~)
우리의 임무는 다 끝났다. 보고서 마무리하고 또 다른 현장으로 나간다.
10. CCTV에 범인이 찍혔다!
CSI : 줌인 X 줌인 X 줌인 세 번이면 선명한 얼굴이 나온다. CCTV는 HDTV인가? 다음 장면에는
그 얼굴이 조사실에 앉아 있다 (할 일이 없어 불쌍한 래깅스 경감)
과수팀 : CCTV는 그저 TV다. 저화질 영상도 줌인하면 '보다 저화질'이 된다. 흐릿한 얼굴이라도 나오면 다행이다.
신기한 거는 그런 얼굴이라도 잡아내면 언젠가는 잡힌다는 거다 (역시 삼면이 바다 어쩌구~)
11. 일반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CSI 방영 이후 과학수사가 만능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실제 수사진들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CSI 신드롬'(배심원들이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으면 유죄를 선고하지 않는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미국 쪽이 시설이나 장비가 좀더 좋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미국 CSI나 한국 과학수사팀이나
사정은 비슷하다. 그런데 인터넷 뉴스에 이슈가 될 만한 강력사건 소식이 올라오면 밑에 달리는 리플들은 보통
'CSI에 맡겨야 한다' 라거나 '우리나라는 미국 따라가려면 멀었다' 라거나, '우리나라가 과학수사를 하기는 하냐'
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럴 때마다 현장 요원으로서 속상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한국 과학수사팀은 지문 채취와 그를 통한 신원파악에 있어서는 세계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라화 된 시체의 손가락 끝을 끓는물에 넣어 불린 뒤 지문을 떠낸다거나, 익사한 사람들의 불어터진
손가락 가죽을 벗겨내고 골무처럼 가죽을 뜬다거나 하는 일은 한국 과학수사팀밖에 하지 못한다고 한다.
(작년 쓰나미 사태 때 실종자 신원 파악은 우리나라가 1등이었다. 다른 조사단들이 견학을 올 정도였다고)
이런 얘기들이 어쩌면 역겹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죽은 이가 누구인지,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들으려는 게 과학수사팀의 자세일 것이다.
과학수사는 완전범죄를 방지하고 사회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지원사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CSI는 브라운관 안에서 멋진 폼으로 총 들고 범인을 직접 쫓고 있을 테지만, 현실의 한국 과학수사팀은
경찰의 일원으로서 수많은 치안활동 중 하나로 감식작업을 하고 있다. 전자는 환상이고, 후자는 현실이다.
환상은 달콤하지만 덧없고 현실은 씁쓸하고 잔인하지만 그게 삶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과학수사요원들은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정의실현을 위한 증거 수집을 위해 현장으로
달려나가고 있을 것이다.
재밌고 유익한 내용이라 올려봅니다ㅎㅎㅎ
오랜 만에 <CSI>나 한 편 때려야겠네요^^
귀여운_브금.swf
첫댓글 ㅎㅎ;;
며칠전 뉴스에서 지문감식설비를 더 업그레이드한다는걸 본것 같네요.
미드에서는 지문 전체가 아닌 일부만으로도 신원을 조회하던데 우리나라도 그러한 시스템으로
가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인력과 장비 문제로 DNA조회가 며칠 걸린다고 하더하구요.
그래서 그 며칠동안 범인이 또다른 범죄를 저질러 지난번 문제가 되기도 했었구요.
암튼 우리나라에 좀더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한건 사실인것 같습니다.
오 재밌네요 잘 봤습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 보면 범인이 현장에 다시 나타날수 있으니 항상 주의 경계하라고 나오던데... 물론 현장은 오염때문에 감식요원만 들어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