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재활 23-5, 생활 속 재활 ② 동료와 과업명 구상
‘구상⁸: 1. 앞으로 이루려는 일에 대하여 그 일의 내용이나 규모, 실현 방법 따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이리저리 생각함.
2. 예술 작품을 창작할 때, 작품의 골자가 될 내용이나 표현 형식 따위에 대하여 생각을 정리함. 또는 그 생각. ≒ 구사.’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발췌
“선생님, 시간 괜찮아요?”
“지금요? 네, 괜찮아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일은 아니고…, 의논하고 싶어서요. 생각 정리가 안 돼서.”
“뭔데요? 말해 보세요.”
뒷자리에 앉아 있던 동료에게 말을 붙인다.
대단히 중요하거나 급한 일은 아니지만, 혼자서 생각하려니 도무지 정리가 안 되어 도움을 구한다.
의논하고 싶은 동료, 이런 순간에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동료, 좋은 길로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 동료,
신은혜 선생님과 이야기 나눈다.
“지금 일지를 쓰는데, 과업 안에 제목을 어떻게 붙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은이 지원 과업은 ‘가족, 학교, 신앙, 여가, 재활’ 이렇게 다섯 개가 있는데,
그중에 재활 과업 이야기예요.”
그동안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말한다.
은이 재활 일지를 쓰려니 그 안에 등장하는 사람도, 일이 일어나는 장소도,
재활 안에서 분야도 제각각이라 ‘재활’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는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다.
묶이긴 묶이는데,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나열하기만 한 것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연초에 일지를 작성할 때부터 ‘재활’ 아래 소제목을 정해서 붙이기로 한 것이다.
가령 복지관 운동재활에서 있었던 일은 ‘하은, 재활 23-1, 운동재활 ① (제목)’,
수중재활에서 있었던 일은 ‘하은, 재활 23-1, 수중재활 ① (제목)’ 하는 식으로 지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한 해 기록을 모아 정합성 평가서를 만들 때,
지금처럼 ‘재활’ 과업 아래 날짜순으로 정렬할 수도 있고,
‘재활’ 아래 소제목별 날짜순으로 정리할 수도 있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나아갔다.
학교 심리행동치료는 ‘심리행동’,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진료는 ‘재활의학과’로 하겠다는 것까지 정했는데,
은이가 도은주 선생님과 운동하는 데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막막했다.
“은이가 도은주 선생님과 운동하는 걸 ‘물리치료’나 ‘재활’보다는 ‘운동’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분명해요.
그렇다고 소제목을 ‘운동’으로만 붙이기는 범위가 너무 넓은 것 같고, 뭐라고 더 말하면 좋겠는데….
그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도은주 선생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까지 나아가는 거예요.
월평빌라는 은이 집이고, 동시에 시설이잖아요.
그래서 물리치료사가 있는데, 그 관계와 역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평안한 오후, 책상 옆 창으로 따뜻한 햇살이 비쳐 든다.
시급한 현안에 요구되는 토론은 아니지만,
동료와 이야기 나누며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그 자체가 즐거워 차분하고 치열한 대화를 이어 간다.
동료와 이렇게 나누었다.
월평빌라
1) 월평빌라 = 시설
‘월평빌라는 중증장애인거주시설입니다. 경남 거창군 남상면 월평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월평! 열한 가구 서른 명이 사는 연립주택입니다. 그래서 빌라!’ 『월평빌라 이야기 2』 8쪽 발췌
2) 월평빌라 = 집(월평빌라 = 시설 = 집)
‘2008년 12월 문을 열었습니다. “시설은 각 입주자의 집이다.” 시설의 개념을 밝히고 일합니다. “약자도 살 만한 사회,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 이웃과 인정이 있는 사회.” 이상을 품고 일합니다. 『월평빌라 이야기 2』 8쪽 발췌
‘시설은 저마다 자기 생활을 하는 각 입주자의 집입니다. 자기 삶을 삽니다.’『월평빌라 이야기 2』 10쪽 발췌
3) 시설 = 주거 시설 + 지원 기관(월평빌라 = 시설 = 주거 시설(집) + 지원 기관)
‘시설은 주거 시설과 지원 기관의 결합체입니다. 지원 기관이 딸린 주거 시설, 주거 시설에 딸린 지원 기관, 양쪽에 통용하는 말입니다.’ 『탈시설론』 4쪽 발췌
‘주거 공간을 각 입주자의 집으로 여기고 그렇게 살게 지원합니다. 주거의 자유를 보장하고 입주자마다 각각 독립가구로서 독립생활하게 돕는 겁니다.’ 『탈시설론』 10쪽 발췌
월평빌라 물리치료사
‘월평빌라 = 시설 = 주거 시설(집) + 지원 기관’을 전제로 한다.
월평빌라 물리치료사를 ‘시설은 저마다 자기 생활을 하는 각 입주자의 집’이라는 것으로만 설명하기는 어색한 감이 없지 않지만(집에 있는 물리치료사?), ‘지원 기관’에 속한 사람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월평빌라 물리치료사: ① 월평빌라에서 일하는 물리치료사, ② ‘월평빌라 = 시설 = 주거 시설(집) + 지원 기관’에서 ‘지원 기관’에 속한 물리치료사.
월평빌라 물리치료사 지원 과업명
1) 물리치료: 물리치료사의 일과 글에서 주 내용은 물리치료지만, 사회사업가의 일과 글에서 주 내용은 사회사업이어야 한다. 사회사업가가 기록하는 글이라면 ‘물리치료’ 이외 다른 제목이 붙으면 좋겠다.
2) 재활: 범위가 너무 넓다. 재활 아래, 보다 범위가 좁은 소제목을 구상하고 있다.
3) 운동재활: 복지관 운동재활 시간, 복지관 물리치료사와 있었던 일에 붙이기로 한 소제목이다. 의미는 맞지만 다른 이름이 필요하다.
4) 일상 재활: 취지와 시기를 생각하면 어울리는 이름이다. 다른 후보가 없다면 채택해도 좋겠다.
5) 생활 속 재활: 다른 소제목(운동재활, 수중재활, 심리행동, 재활의학과)과 구분되면서 동시에 취지와 시기에도 적합하다. 『월평빌라 이야기 2』에서 읽고 염두에 두었다.
‘“물리치료의 목적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설 입주자의 물리치료는 더욱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월평빌라에서 일하며 점점 커집니다. 못 하는 것을 하려고 애쓰기보다 할 수 있고 가능한 것을 살리는 것, 특히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생활 속에서 재활과 물리치료를 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생활은 생활이고 치료는 치료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케어 기술』을 공부하며 일상생활이 모두 물리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도은주 물리치료사)’『월평빌라 이야기 2』 187쪽 발췌
“이야기하다 보니 정리가 되네요. ‘생활 속 재활’로 하고 싶어요. 그렇게 써야겠습니다.
은이가 도은주 선생님과 하는 운동을 ‘생활 속 재활’로 이름 붙이고,
실제로 제가 기록하는 것도 거기에 부합하게 쓰면 되겠어요.”
“좋아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은이가 집 밖에서 여러 전문가를 만나고 각 분야 운동을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도 챙겨야 하는 일이 있잖아요.”
“맞아요, 맞아요. 재활에서 집에서 챙기는 일도 아주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은이가 집에서 챙겨야 할 것들, 일상에서 연습하고 유지하는 것들을
도은주 선생님과 하는 운동에 쓰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네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네요.
도은주 선생님이 물리치료사로서, 전문가로서 은이 몸을 살피고 운동하는 시간이 있지만,
또 은이가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걸 운동이 아니라 일상으로 도울 때가 많거든요.
막대 과자를 자기 손으로 쥐고 입으로 가지고 가서 먹도록 돕는다던가….
그런 일에 더 집중해서 기록하면 되겠습니다.”
재미있어서 끊이지 않던 대화가 어느 순간, 누구 도울 일이 생겨 겨우 중단되었다.
함께 궁리한 끝에 논리를 세워 일하니 즐겁다.
‘생활 속 재활’ 아래 쓰일 기록이 기다려진다.
2023년 1월 10일 화요일, 정진호
과업명에도 이렇게 고민하고 의논하네요. 고맙습니다. 신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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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은 '재활'의 정의가 이렇네요. 월평빌라에서 쓰는 재활은 2번의 의미는 아닌 것 같고, 1번의 의미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1번도 너무 포괄적인 정의 같아요. 전종범 선생님도 과업명으로 재활을 사용하기에 재활을 대체할, 월평빌라에서 생각하는 재활의 의미에 가까운 단어가 있을까 의논했습니다. 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요. 정진호 선생님이 쓴 일지를 보며 이름을 바로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