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않는 임신후유증에서 벗어난 매리는 2014년 늦가을에 꼬마신랑 낙동이를 만났다
진도견 영주아가에겐 까칠하고 살견(犬)까지 할 정도로 서슬이 퍼랬던 매리가
낙동이와는 부부의 연이 숙명이라는 걸 아는지
집도 내어주고
심지어 트라우마가 있는 먹을 것도 내주고
산책도 같이 가며 살갑게 굴었다
이듬해 봄, 낙동이는 꼬마신랑의 열정을 어찌할 줄 몰랐으나
어서어서 자라 상숫컷이 되어 주길 매리도, 우리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2016년 어느 봄날에 낙동이는 매리의 남편이 되었다
그러나 낙동의 열정은 한순간의 춘몽으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
매리의 배가 여전히 그대로인걸 알고 실망한지 얼마 안되어
낙동은 밤새 낑낑거리며 난리부르스를 쳤다
왜 그러냐고 잠도 못자겠다 이눔아 하고 애꿎은 낙동을 혼냈는데
매리는 엉딩이를 낙동이에게 살랑대고 낙동은 목끈을 풀어 달라 이틀을 지랄을 했다
실패로 돌아 간 발정기간 지난지가 두달 남짓 밖에 안되고 발정 흔적도 없어 먼 짓인고 하며
엣따 모르겠다 끈을 풀어 줬다
그랬더니 아니 이게 정말 먼 숭시인고 싶다~
그간 매리 리듬을 보아하니 발정기간은 5~6개월간이던데 2개월만에???
이 날 딱 한번 이었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낙동은 어쩔 줄 몰라 했으나 매리가 야물딱지게 거부했다, 거참~~
저 날이 있고 딱 60일 후 2016년 가을날 매리는 토실토실한 숫컷을 다섯마리나 낳았다
날짜까지 따지며 교미를 했을 때는 꽝이더니 주인을 보채 스스로 교미해서 새끼를 낳았으니
잘났다고 이론만 따지는 인간이 동물의 타고난 본능에 배울 점이 한두가지가 아닌 것 같다
두번째 출산인 매리는 능숙하게 일구월심으로 아가들을 핧고 빨며 잘 키워 냈다
우리도 지난번 경험도 있어서 출산 후 매리 젖을 유심히 살펴 보며 마사지를 해줘서
이번에 유선염이란 고통없이 잘 수유할 수 있었다
한달만에 에미 젖만으로 5키로짜리로 키워 내고
오리와 북어국으로 이유식을 했더니 금새 8~9키로를 육박하는 대물급 강아지로 자랐다
강아지가 커 갈 수록 매리는 피골이 상접을 하고 육아 스트레스로 수건을 뜯어 먹어 토를 하길래
낮에는 아빠 낙동이에게 육아를 맡기고 산자락에 떨어 트려 놨다
아빠 낙동이가 성격이 좋고 원맨독 스타일의 가드 능력이 뛰어 나서
숫컷인 아가들이 아빠에게 교육도 받을 겸
이유식 중간중간에도 엄마 젖을 충분히 빨게 하며 두달을 꽥 채워 분양을 했다
한마리는 먼저 동네분께 입양되어 갔고
네마리는 일주일 후 순창으로, 하동으로, 고창으로, 동해로 분양되어 갔다
매리가 암컷치고는 큰 사이즈라 아가들이 70일에 11~12 Kg 나갈 정도로 대물급들이었다
한마리는 키울려고 했다가 어쩌다 보니 다 분양을 보내게 되어 많이 섭섭했다
낙동도 매리도 최고의 시기에 맺어져 태어난 아가들이라
다시 이런 대물급 아가들을 볼 수 있을런지....
사진 왼쪽부터 순창으로 간 충복이,하동이,고창 케인이,동해 소백이....
아가들이 다 분양되어 가고 편히 쉬면서 잘 먹이고 있던 매리가 갑자기 이상했다
먹보가 잘 먹지도 않고 걸음걸이도 느릿해졌다
특별히 열이 나거나 설사는 하지 않아 이틀 정도 두고 보는데
먹보가 한 이틀 안먹으니 살이 쑤욱 빠져 버리고
추워서 벌벌거리고 움직임도 확 줄어 들어 읍내 병원으로 데려갔다
시골병원이라 초음파등의 장비가 없어서 검사는 못하고
열이 없고 설사를 안해서 일단 주사 4대를 맞추고 4일치를 처방해 주면서
좀 더 두고 보고 차도가 없으면 이웃 도시 큰병원으로 가보라 하셨다
장거리 이동보다는 집에서 쉬면서 안정을 취해 보기로 하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닭등의 육류를 보니 먹고 싶어 하면서도 먹기 힘들어 하는 것 같아
계란등으로 체력을 유지 시켜 주고 산책을 데리고 나가 기분 전환을 시켜 줬다
힘이 없는데도 산책 가는 건 좋아 하는 것 같아 매일 데리고 나갔다
혹여 잘못 되드라도 좋은 기억만 남겨 주고 싶어서.....
남편 낙동이도 함께 산책을 하며 매리에게 용기를 주었다
매리도 하루는 먹어서 토하고, 하루는 단식을 하면서 스스로 조절하면서 잘 버티어 줬다
추워 하길래 내 티셔츠 입혀 주면서 보온을 해주고 계란과 함께 따뜻한 설탕물을 주었다
그러길 한 열흘쯤 되었을 때 아침을 주러 나갔더니 매리가 우리안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닭토막도 몇조각 먹은 듯 하고 똥도 싼 것 같고 움직임이 훨씬 좋아진 느낌이다
똥을 살펴 보니 악취가 나는 검은 똥과 누런똥을 여기 저기 싸놓고
한켠에는 헝겊,솜웅치등이 뭉쳐있는 똥도 보였다
예상대로 뱃속에 이물질이 있어나 부다
그간 위에서 부터 장을 거쳐 내려 오느라 잘 먹지도 못하고 싸지도 못하느라
피골이 상접하고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새끼 낳을 때 따뜻하라고 누벼진 면 카페트를 깔아 줬었는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되었던 셈이다
남편은 짚이 최고라고 짚을 깔라 했으나 첫 출산에 짚을 깔았더니 툭하면 다 꺼내 놓길래
치우는게 귀찮다는 나의 간사함으로 폭신한 카페트를 깔아 놨던게 큰 실수였다
그리고 부대끼며 살던 새끼들을 어느 순간에 싹 분양해 버린 주인의 이기심때문에
매리는 스트레스가 쌓였나 부다......
미안해 매리야~~
이물질을 배출하고 식욕이 돌아 온 매리에게 온갖 음식들로 섭생을 좋게 하고
낙동이랑 산책시간을 자주 갖으며 신경을 더 썼더니 매리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매리가 어느정도 회복된 후,사후 약방문이라고 암컷 강아지까지 입양을 해 왔더니
생김새도 매리를 빼다 박았지만 매리도 자기 새끼인 양, 핧고 빨며 품에서 재웠다
같이 즐겁게 뛰놀고
좁은 합판위에 살 부비며 올라 앉아 따뜻한 겨울 햇살을 해바라기 하고
이심전심 같은 포즈로 사진도 찍는 새로운 가족이 탄생을 했다
매리는 두번째 출산에서도 약간의 후유증은 있었으나 잘 극복을 해냈고
가슴으로 품은 아가를 살갑게 보살피고 교육 시키고 있다
매리랑 낙동은 5,6 Km의 오르막 산행도 거뜬해서 한적한 곳을 산행을 할 때도 함께하면 든든하다
개줄 없이 산행을 하는데 한마리는 내 앞을 앞서 가고 한마리는 내 뒤를 따라 오며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한다
두마리가 동시에 냅따 달릴때가 없고 번갈아 한마리는 내 곁을 지킨다
아 한번 둘 다 뛴 적이 있었다 풀섶에 꿩이 있었을 때~^^
그러나 휘슬 한번 부르면 한마리는 먼저 내게로 돌아 온다
특히 낙동이 같은 경우는 중간중간 내 위치와 상태를 살피고
갈림길에선 반드시 멈추어 내 명령을 기다리고,
한번 쉬었던 장소에서는 먼저 가서 대기까지 한다
내가 멈춰 서면 같이 멈추고 한참을 기다려도 내가 안오면
나를 찾으러 오는 최고의 원맨독이자 가드견이다
휘슬 한방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에 오지 산행길에 사람이든 멧돼지든 무섭지가 않다^^
'한마리의 케인(카네)코르소가 열명의 부하보다 더 믿음직스럽다'
이탈리아 마피아 보스가 남긴 말이다
(케인코르소는 마피아견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정말 이 말의 느낌을 케인코르소를 키우다 보면 실감을 하게 된다
매리야~~ 이젠 아프지 말고 엄마랑 건강하게 산에 다니자~
엄마가 잘 보살펴 주지 못해 많이 미안하고
우리 매리 덕분에 케어 실력을 갖추게 해줘서 고마워~ ㅎㅎ
첫댓글 반려견을 키우시는 재미가 쏠쏠하겠습니다. 듬직한 녀석들이군요.
재미있게 글도 잘 읽었습니다.
대형견을 길러보고 싶은데,
마당이 없어서 페키니즈 14세 할머니와 더불어 살고 있네요.
기회가 되시면 케인코르소는 한번 꼬옥 키워 보시길 강추합니다
개가 날 보호하고 있다는 걸 완전 느끼게 해줍니다^^
저두 첫 반려견이 페키니즈였어요 근데 너무 어린 아가를 입양해 와서
우리 딸들 장난감이 되버리더니 그만 아파서 결국 하늘나라로 갔답니다
어린 딸들이랑 다 큰 엄마랑 병원서 얼마나 울었는지....
어릴 때 개에게 물려 개를 무서워 하다 40 이 다되서 강아지를 품에 안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완전 믿고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어요
개 땜에 집도 외딴 곳만 고집하구요~~ ㅎㅎ
@반딧골 저도 개 키우고 싶어서
전원을 선호하는데
아내는 시골, 어둠이 무섭다고, 우울증 걸릴 거라고 해서.
케인 멋진 반려견인 줄은 알아요.
베테랑에서 유아인 곁을 지키던.
등산을 하면 케인들도 근육이 멋져지겠군요.
@심우재 저두 아스팔트만 밟고 살다가 산골로 내려 왔는데
처음에는 무서워 밖에를 못 나갔습니다
귀신나올까봐~ ㅎㅎ
나중에는 오지 산골에 사람이 보이면 오히려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더군요^^
그런데 어느 순간 개들이 커지고 나니 때론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무섭지가 않드라구요~
너무 든든하고 이젠 마을에 들어 가 살지를 못할 것 같아요
개들도 마음껏 뛰놀고 짖어도 머라 할 사람이 없는 오지만 찾아지게 되더군요~
개가 절 변화시킨 셈입니다
분양 완료 됐나요 ㅠ
아쉽네요 진즉알았으면 .....
분양해가신분들 부럽 부럽 ㅋㅋ
녜 모두 분양되서 잘 살고 있다는 소식들이 오고 있습니다 ^^
메리이야기 1탄부터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리 험악하게 생긴 개가 똑똑하고 충성스럽고 귀엽다는거
님글 보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전 말티즈 14살과 함께 삽니다.
애교도 많고 까칠하고 막내라 생각하면서 행복하게 보내고 있답니다.
메리 이야기 가끔씩 올려 주시면
그 또한 재미난 시간이 되겠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눈망울이 이쁜 말티즈와 한가족으로 살고 계시네요~
매리는 요즘 가임기간이라 홀로 감옥 (철장)에 갇혀 있답니다^^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