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공조’를 선전하기 위한 북한의 ‘미녀응원단’이 오는 5월 또 다시 한국을 방문한다. 인천시와 인천구단이 5월 23일부터 28일까지 개최하는 4개국 초청 국제축구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북한은 지난 2002년 9월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270명 규모의 응원단을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 8월 대구유니버시아드와 2005년 8월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각각 306명과 124명의 응원단을 파견함으로써 국내에서 각종 화제를 유발시켰다. 오는 5월에는 40~50명 규모의 응원단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발된 북한 여성들의 국내에서의 활동은 북한정권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경계심을 약화시키고 판단력을 흐려놓는 이른바 ‘미인계(美人計)’라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국내 언론과 국민들은 한반도국기와 ‘우리 끼리 민족통일’이라는 구호를 내걸며 사실상 조직적인 정치활동을 벌였던 북한여성응원단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북한의 미녀들이 남한 남성들의 정신을 빼놓고 있다’고 하여 ‘평양미인신드롬’이라는 말이 탄생하기도 했고 부산아시안게임 직후 한 국내최대 결혼정보회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 남성 64%가 ‘예쁘고, 순박하고, 정조관념이 강할 것 같다’는 이유로 북한여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작년 인천대회에 참석했던 한 시민은 “그녀들은 열정적으로 우리들에게 통일의 노래를 불러준다”면서 “정말 통일이 다 된 것 같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안상수시장 파격 방북, 대북지원약속 한편 오는 5월 북한여성응원단을 초청하게 되는 인천시는 수 년 전부터 대북지원과 6·15선언실천운동 등 이른바 ‘통일사업’에 앞장서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인천시는 2004년 남·북·해외동포가 참가하는 ‘6·15공동선언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6·15통일대축전)’를 유치·지원했고 작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북한응원단의 경기장 응원과는 별도로 그들이 ‘청년학생협력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도록 배려하면서 문학경기장, 서구문화회관, 남북대학생어울림마당 등에서 예술공연을 갖도록 하고 인천시청에서 환영만찬을 베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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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4일 인천대학교에서 열린 ‘남북대학생어울림마당’에서 아시아육상경기 참여차 한국을 방문한 북한응원단원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춤추고 있다 /연합 |
인천광역시청은 이 같은 활동을 위해 2005년 2월 남북교류팀을 신설했고 안상수 시장은 5월 지자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3박 4일간 공식 방문했다. 북한은 당시 비행기를 보내주는 등 안 시장에게 특별대우를 베풀었다.
이에 안 시장은 방북기간 중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와 △북한의 2005년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참가 △2014년 아시안게임 인천-평양 공동유치 △다방면 협력교류 사업지속 추진 △일본 독도야망에 대한 공동대처 등을 합의하면서 북한에 체육시설과 도로건설, 유경호텔 보수 등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그가 스스로 대북특사로 착각하고 있다거나 북한에 약점을 잡힌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과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북한이 인천市 선택한 것” 인천에는 또한 통일연대와 겨레하나 등 주요 친북단체들의 인천지부가 강력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작년 인천 자유공원내 맥아더동상철거에 앞장 섰던 것도 이들이었다. 안상수 시장의 북측 파트너였던 민족화해협의회의 남측 기구는 작년 12월 인천에서 인천지역의 친북단체와 함께 ‘평화통일운동평가와 인천시민회의’를 개최하고 6·15선언실천과제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인천시 남북교류팀 관계자는 7일 “인천시의 대북프로그램은 정치적 논리보다 경제적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 인천에서 개최된 6·15기념 우리민족대회도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을 물색하다가 통일연대의 집행위원장이 인천지역에 살고 있어 인천 개최가 결정됐던 것”이라며 “인천시는 남북대회의 지자체 유치 차원에서 행정, 재정적으로 지원하게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정학적으로 인천이 남북의 바다와 하늘을 연결하는 위치에 있어 경제적 효율성이 크다”면서 “아시안게임 공동개최 등 지자체 협력문제는 북한에서 먼저 제안됐고 인천시는 선택된 것에 가깝다”고 했다.
北 응원단원, 수용소에 수감한편 한국을 방문했던 북한의 미녀응원단 응원단 일부가 북한에서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의 강철환 공동대표는 지난달 16일 탈북한 북한주민의 말을 인용 “작년 11월경 응원단으로 남한에 다녀온 젊은 여성 21명이 함경남도 단천시 대흥수용소에 수감됐다”고 밝혔다. 남한에서 보고 들은 사실을 주위에 발설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강 대표에 따르면 미녀응원단은 출신성분이 좋은 대학생이나 선전대, 음악대학 학생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남한으로 떠나기 전 국가안전보위부에 서약을 한다. 서약의 내용은 △적지에 가면 장군님의 전사답게 싸운다 △돌아와서는 남조선에서 보고들은 것을 일절 발설하지 않겠다 △이를 어기면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등이라고 한다.
지난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석했던 북한응원단 일행은 차를 타고 가다가 비에 젖은 김정일 사진 현수막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현수막을 회수해 가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