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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二 章 地獄血死隊
적룡산(積龍山).
사냥군 장우백은 벌써 이틀째 범을 고 있었다.
그는 유능한 사냥꾼이다.
산서(山西) 일대에서는 그가 범사냥꾼 가운데 제일로 꼽힌 지가 벌써 13년 째다.
그는 오늘도 범을 고 있었다.
범 특유의 냄새와 발자국...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가 는 범은 보통 범이 아니다.
백호(白虎)인 것이다.
백호피는 보통 범가죽의 오십 배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백호는 영리했다.
벌써 그의 추적을 열다섯 번이나 따돌리고 있었다.
장우백은 범을 단숨에 맞추어 꿰뚫을 수 있는 강전(强箭)과 장창, 그리고
가능한한 상처없이 포획할 수 있는 그물등을 준비하고 이 일대를 뒤지고 있 었다.
(옳지... 여기다.)
그는 눈을 반짝였다.
경험많은 사냥꾼 특유의 직감이다.
그는 비록 희미하게 지워져 있는 발자국이었으나 그것이 범의 발자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투지가 끓는 것을 느꼈다.
(후후... 놈은 정말 영리한 놈이군. 자신의 발자국을 지워가고 있으 니...)
이런 경우 그는 몹시 흥미가 당길 뿐더러 보이지 않는 사냥감과 대결을 벌 이는
승부적인 쾌감마저 느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는 다소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산중에서 해가 떨어지면 아무래도 그에게 불리하다.
맹수란 밤에 활동하기가 더욱 수월한 반면, 인간은 어두워지면 여러가지 제 약을
받기 때문이다.
(할 수 없지. 일단은 하루 더 노숙을 할 수 밖에... 그러나 내일 쯤이면
놈을 잡을 수 있을걸.)
그는 자리를 잡아 불을 피울 생각을 했다.
그런데...
크아아아아앙...
문득 온 산이 진동하는 듯한 포효가 울리는 것이 아닌가? "...!"
장우백은 벌떡 일어났다.
(놈이다!)
당겨진 시위와 같이 긴장을 느끼며 장우백은 장창을 꼬나잡고 일어섰다.
소리가 들린 곳은 그다지 먼 곳이 아니다.
그가 있는 곳에서 고작해야 두 마장 정도 떨어진 곳이리라.
그는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접근해갔다.
얼마나 갔을까?
"헉!"
그는 부르르 떨었다.
주변에서 범 특유의 비린내가 강렬하게 느껴진 것이었다.
(으으... 이럴 수가...)
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범의 냄새가 이렇게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지척에 범이 도사리고 있다 는
뜻이다.
그는 전신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어느 방향, 어느 쪽에서 범이 날아올 지 모른다.
그는 장창을 꼬나들고 한 바퀴 돌았다.
그런데...
"허억!"
그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 했다.
백호!
과연 아주 가까운 곳에 백호가 엎드려 있었다.
바로 그의 좌측이었다.
그저 한번만 도약하면 그를 충분하게 덮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백호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백호의 눈!
본래 범의 눈에서는 화등잔같은 광채가 나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호의 눈은 마치 꺼진 등불처럼 깜깜했던 것이다.
장우백은 일시에 머리가 혼란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조금씩 백호에게 다가갔다.
놈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슉!
그는 장창을 날렸다.
푹!
섬뜩한 소리와 함께 장창은 백호의 목에 박혔다.
그런데 마땅히 들려야할 비명이나 포효가 울리지 않았다.
(이럴 수가...)
장우백은 귀신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흐흐흐흐흐흐..."
"후우우우우우..."
문득 주변으로부터 음산한 웃음소리가 울리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돌려본
장우백은 기절할 뻔 했다.
눈(眼)!
오오... 수백쌍의 핏빛 눈들이 사방으로부터 그를 향해 조여들고 있는것이 아닌가?
"으아아아..."
장우백은 그것이 귀신의 눈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눈이 어찌 시뻘걸 수 있으며 악마의 눈인 양 타오를 수 있단 말인 가?
"으아아..."
장우백은 미쳐 버렸다.
그는 아무 곳이나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다.
번뜩!
무엇인가 빛이 그의 목을 휘감고... 다리를 휘감고... 허리를 휘감았 다.
"으아아아악!"
장우백, 이후로 명 사냥꾼인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몸은 아주 잘게 난도되어 적룡산에 흩어져 버린 것이다.
"가자..."
휘우우우우!
수백 개의 인영이 마풍인 양 적룡산을 넘어갔다.
정검산장(正劍山蔣).
무당(武當)의 속가인물 환천도군(幻天刀君) 여량천이 세운 장원으로 산서일 대의
명문으로 삼십여 년간 명망을 날리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하룻밤 사이에...
정검산장은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우우우우... 쓸어 버려라. 지옥혈사대(地獄血死隊)의 첫 희생물이다."
수백명의 인영이 쓸고 간 자리는 아무 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혈풍(血風)은 무림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기 시작했다.
시작(始作)...
그렇다.
어쩌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한 일일지도 모른다.
삼패천의 가공할 죽음의 병기(兵器)!
그들은 인간병기들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연공과정에서 이미 인성이 말살된지 오래였기에 출도하자 마자
무서운 겁란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삼왕야 삼촌살인설 조문백의 명을 받고 출발했다.
목적은 한 사나이를 척살하기 위한 것이다.
그들은 어이가 없었다.
단 일인!
일인을 척살하기 우해 지옥혈사대 277인을 출정시키다니.
그에 대한 암중의 불만은 그들로 하여금 미친 듯한 살상을 일으키게 만들었 다.
물론 조문백이 그런 것을 예견하지 않을 리는 없었다. 그는 큰 눈으로 보고 있었다.
삼패천이 이제까지 웅크린 것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차츰...
중원의 제문파들은 준동의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조문백은 이번 일을 기화로 쐐기를 박을 요령이었다.
새벽 햇살이 숲 사이를 뚫고 떨어져 내린다.
나무 등걸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던 사람이 눈을 떴다.
"..."
눈부신 햇살이 검광처럼 그의 얼굴을 비친 것이다.
여인이었다.
여인 답지 않은 그녀의 옷이 검은 장포라는 것과, 옆에 기대어 놓은 장검의
길이가 무려 오척에 가까웠다.
마검성녀 단리사영!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어젯밤 노숙을 했다.
그녀는 검도(劍道)를 깨닫기 위해 천하를 유랑하고 있었다.
노숙은 그녀에게 있어 도리어 객점에서의 편안한 잠보다도 익수한 것이다.
이상한 냄새가 후각을 스친다.
"...?"
단리사영은 몸을 일으켰다.
멀리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불?)
그녀는 옆에 세워 두었던 검을 집어 들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단리사영의 눈에 비쳐지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장원(莊院).
이 장원이 무엇하는 곳인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강호의 한 문파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장원의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시신들의 복장이 똑같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죽어 있었다.
그것도 치가 떨릴 정도의 참상으로.
벽.
장원의 후면으로 들어섰을 때 단리사영은 벽 한가운데 서있는 나체의 여인을 보았다.
그녀는 나이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 삼십대의 미부였다.
그런데 손과 발이 벌어지고, 그 위에 날카로운 검이 꽂혀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활짝 개방되어 있는 여인의 하체에는 유린당한 흔적이 역력한 채 선혈이 흘 러내
리고 있었다.
(이럴 수가.)
단리사영은 왠만한 일에 놀란 적이 없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여인이 아직은 숨이 미약하게 붙어있는 것을 알았다.
즉각 진기를 불어 넣자 여인은 눈을 떴다.
그러나 여인이 살아있는 것은 극히 일순간에 불과했다.
"무... 무서운 일... 모두... 죽... 지옥혈사..."
그 뿐이었다.
여인은 고개를 떨구었다.
"..."
단리사영의 얼굴에는 분노의 빛이 어렸다.
이제까지 그녀는 어떤 현상이건 관심 밖이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검도를 깨닫는 일 뿐이었다.
그러나 장원에 일어난 상황은 그녀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키게 하고 있는 것 이다.
장원 후면은 여인들이 기거하는 곳인듯 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많은 여인들이 유린당해 숨져 있었다.
그러나 그 광경은 같은 여인으로 엄청난 분노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사지가 찢어져 있는 여인... 비문에 눈 뜨고 볼 수 없는 난행의 흔적을
남긴 여인...
심지어는 임신을 한 여인도 있었다.
단리사영은 돌아섰다.
언뜻... 그녀의 눈에서는 무서운 살광이 빛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선택한 방향은 한 차례의 무시무시한 혈풍을 일으키고 사라진 지옥 혈사
대가 지나간 방향이었다.
종리연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
그는 저쪽 숲에서 한 가닥 비명소리를 들은 듯 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왕옥산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거리였다.
그동안 별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아 그는 다소 긴장이 풀리고 있었다.
(잘못 들었나?)
화사한 햇살이 비치는 봄날이었다.
산중은 적막하고 평화로운 정경이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아아악..."
이번에는 틀림없는 여인의 비명이었다.
종리연은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바람처럼 날아갔다.
"이... 이럴 수가...!"
숲으로 들어간 종리연은 부르르 떨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져 있는 것이다.
숲의 여기저기에... 많은 여인들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었다.
여인들은 전신에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다.
나신의 여인들이 나뭇가지 위에 걸리고, 바닥에 사지를 벌리고 죽어 있었 다.
그녀들은 모두 젊은 여인들로, 유린당한 흔적을 보이고 있었다.
종리연은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 처참한 여인들의 시신에 절로
이가 갈리는 것을 느꼈다.
(대체... 어떤 악마가 이런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그는 방금전 들린 비명으로 미루에 아직 범인이 숲속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인들은 눈을 부릅뜨고 죽어 있었다.
휙!
종리연은 절정의 경공술을 발휘하여 더욱 숲속에 깊이 들어갔다.
얼마쯤 갔을까?
"으음... 사... 살려 주..."
한 가닥 여인의 신음소리가 그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
종리연은 두 여인을 보았다.
그녀들의 얼굴은 어딘가 닮아 보였다.
한 여인은 나무에 묶여 있었는데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분명 죽어 있는 것 같았다.
(어디서...?)
또 다른 여인은 숲에 엎드려 있었다.
그가 다가가자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놀랍게도 여인의 아랫배에는 한 자루의 검이 꽂혀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종리연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 때문에 그는 나무에 묶여 있는 여인으로 부터 등을 돌리게 되었다.
그가 막 여인을 부축하려는데,
"죽엇!"
슉!
여인은 느닷없이 자신의 복부에 꽂혀 있던 검을 뽑아 그를 찌르는 것이 아닌가?
빙글!
종리연의 신형이 돌아갔다.
"아아악!"
여인의 목이 베어졌다.
종리연의 소매 속에서 혈월도가 날아간 것이다.
종리연은 치를 떨었다.
(이것도 계략이었구나.)
그는 소름이 오싹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무에 묶여 있는 여인 때문이었다. 여인은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는
죽은 여인과 나무에 묶여 있는 여인의 얼굴이 닮아 있다는 점에 더욱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 보시오..."
이때였다.
여인이 고개를 치켜듬과 동시에, "헉!"
종리연은 경악성을 발했다.
그는 신형을 날렸으나 이미 늦었다. 놀랍게도 여인의 입에서 독침이 쏘아져 나온
것이었다. 그 독침은 특수한 장치에서 쏘아진 것으로 이미 석자 안팍의 거리에
서있었 던 그로서는 아무리 빠른 경공술을 펼친다 해도 피하기가 불가능한 거리였다.
가슴이 뜨끔했다.
"교활한 계집..."
쐐액!
"카아악!"
여인의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그러나 여인은 그를 보고 웃고 있었다.
"호호호호호... 죽는다! 네놈도 이제 나를 따라 올 것이다... 우리 유령 삼매는...
결코 혼자가지 않아..."
유령삼매!
그녀들은 전문 살수들이었다.
동영에서 인자술을 배운 이후 그녀들은 온갖 악랄하고 귀기어린 수법으로 수 많은
무림인들을 해쳤다. 얼마전 유령삼매의 막내가 종리연에게 죽은 이후 그녀들은
이를 갈고 준비한 것이다.
종리연은 멍하니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숨을 쉬고 다가가 그녀의 가슴을
뚫고 나무에 박혀 있는 혈월도를 거두었다. 그리고 가슴의 옷을 찢었다.
"..."
그는 흠칫했다.
그는 감각으로 가슴에 두 대의 독침을 맞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독침을 뽑으려 했으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되었다.
독침은 특수한 미세침으로 몸에 박히는 순간 혈액과 융화되어 버리는 것이 었다.
따라서 가슴에는 두 개의 붉은 점이 찍혀있을 뿐, 독침을 찾을 수가 없었 다.
(방심했다.)
그는 가슴이 섬뜩하는 것을 느꼈다.
어떤 독이 발라져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심호흡을 해보았다.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독침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니 요상할 곳을 찾아야겠다.)
종리연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그가 막 숲으로 접어든 순간 또 다른 위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줄을! "쳐라!"
"크하하하... 하하하!"
슉! 슈슈슈...!
지옥혈사대란 이름의 살인병기들이 숨어 있었다. 그들은 낱낱이 종리연의 행동을
보고 있었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전신에 혈포를 입고 있었다. 하나같이
똑같은 눈빛을 가진 자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똑같이 인성을 망각한 자들이었다.
종리연은 그들에게 포위된 것을 느꼈다.
(빠져나가야 한다.)
그에게는 그 생각 밖에 없었다. 그는 신형을 최대한으로 빨리 움직였다. 전면에서
대여섯 자루의 검이 그를 난도질하듯 날아왔으나 무시하고 달렸다. 피부에 닿을 듯
말 듯 했을 때 그는 손을 저었다.
쨍! 쩌엉! 쩡!
불꽃이 퉁겼다.
그는 다시 달렸다. 양 소매 속에서는 붉디 붉은 달이 쏘아 나갔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혈월팔천도식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완전히 오의를 깨닫지 못한
도식이었으나 혈전의 와중에서 그는 놀랍게도 꽉 막혀 있던 오의가 하나하나
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손을 뻗을 때마다 두 개의 혈월이 전광처럼 쏘아
나갔다.
"으악!"
"크아아악!"
앞을 가로막는 혈포인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종리연은
자신감을 얻고 있었다. 그는 왼손으로는 혈월도를 날리고, 오른손으로는 혈월도를
움켜쥐고 도식을 전개했다.
쐐애애애액!
파츠츠츳!
핏빛 광망이 춤추듯 일어나며 십여 명의 인영이 무더기로 쓰려졌다.
핏빛의 아수라무(阿修羅舞)...
단말마의 비명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종리연은 의식이 점점 희미해 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도 손을 멈출 수는 없었다.
지옥혈사대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오직 죽이는 방법만을
익힌 자들이었다. 무더기로 혈월도에 의해 거꾸러지고 있어도 그들은 꾸역꾸역
밀려들고 있었다. 종리연은 차츰 의식이 가물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 이젠 끝인가?)
그는 눈앞에 다섯 자루의 검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도무지
손가락 하나 들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흐흐흐..."
지옥혈사대의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사방으로부터 밀려드는 느낌이었다. 그를
공격한 지옥혈사대는 277인이었다. 그러나 이미 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반이라는 숫자는 그에게 있어 불가항력의 숫자였다. 종리연은 두 개의 혈월도
중 하나를 잃어버렸다. 그것은 진기가 이어지지 않아 그의 손을 떠난 후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남아있는 혈월도는 그의 오른손에 쥐어져 있었으나 아무리 휘둘러
보아야 제 위력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는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죽여라!"
어디선가 음침한 음성이 들렸다.
파파파팟!
열다섯 자루의 검이 그의 전신에 우박처럼 떨어졌다. 그러나 종리연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는 쓰러지면서 우수에 쥐고 있던 혈월도를 던졌다.
"으아아악!"
"카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지옥혈사대가 우르르
쓰러졌다. 그들의 발목이 일제히 잘려 나간 것이었다. 종리연은 눈앞이 뚫리자
필사적으로 신형을 날렸다. 살 기회는 이번 뿐이었다. 아차하는 날이면 그는
흔적도 없이 가루가 될 판국이었다. 정신이 희미한 가운데서도 그는 필사적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흐흐흐흐..."
"크크크 섬... 어딜 가느냐? 가더라도 목은 두고 가라."
문득 괴소와 함께 앞을 가로막는 인영들이 있었다.
종리연은 절망을 느꼈다.
이제 그는 신형을 멈출래야 멈출 만한 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수중에는 병기조차 없었다.
십여 자루의 도, 판관필, 륜등이 그의 전신을 향해 폭사했다.
종리연은 눈을 감았다.
(이젠 끝이군...)
그는 차라리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아집이나 오기... 이런 것도 따지고 보면 살아있기 때문에 이어지고 있으며,
인간은 그로인해 고통을 받는지도 모른다.
지금 종리연은 자신의 몸을 난자하듯 떨어지고 있는 지옥혈사대의 병장기들 을
느끼며 도리어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과거 그는 담간랑이라는 치욕의 별호로 불리우던 못난 사나이였다.
그는 쓰러졌다.
아주 편안한 세계를 꿈꾸며...
제 2권 끝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 ㄳ
즐독입니다
고맙습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
즐독입니다
즐감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잘읽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죽고자 하면 산다고 했거늘 ??????
즐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