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년 12 월 23 일 수요일 흐리고 눈
아침부터 진눈깨비가 흩날리더니
음지녘에는 허옇게 눈이 쌓여간다.
오늘은 만사를 제쳐두고 풀나라에 달려가
오가피 수확을 하기로 마음 먹은 날인데
낭패다 싶어 하늘님의 눈치를 계속 살피고 있었더니
기온이 오르며 가랑비로 바뀌다가 멎기 시작한다.
어느새 풀천지 음지녘도 말끔히 눈이 녹아 있는걸 보고
예정대로 풀나라에 달려가 오가피 베는 일을 강행하기로 하였다.
풀천지와 30 분 거리에 있는 풀나라에 도착하니
혹시나 싶어 미끄러운 길에 쓰려고 연탄재까지 준비해 갔는데
그곳은 거짓말처럼 눈이 하나도 내리지 않았다.
그동안 바쁜 일에 밀려 오고 싶은 마음만 종종이던 풀나라에
모처럼 달려오니 반가움이 뭉클 스미어온다.
한줌의 오가피만 있어도 한마차의 금옥과 바꾸지 않는다는
오가피의 탁월한 효능을
인체의 무한한 능력을 연구하던 구 소련의 오가피에 대한 탐구를 시작으로
의학 분야에 뛰어난 성과를 이룬 독일도 뒤를 이어
산삼과 견줄만한 오가피의 탁월한 효능을 입증하게 되어
가장 약효가 우수한 오가피로 한국의 오가피를 발견하고 원하게 되었는데
비싼 값에 수출되기 시작하고 오가피가 돈이 된다 하자.
발빠른 사람들에 의해 산속에 자생하던 약효가 뛰어난 오가피들을
밭에다 옮겨심고 덩치를 키우기 위해 비료주고 늘리다 보니
어느덧 그 좋은 약성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급기야 외국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해 버리고 말게 되었다.
수많은 모종을 키워내어 떼돈을 벌기 위해 기대했던 오가피 모종 장사꾼들이
사실을 은폐한채 나이들어 기력을 잃어가는 농부들에게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비어가는 들녘에 황금 작물처럼
비싼 모종을 팔아먹기 위해 오가피 심기를 권장하였다.
심지어 벼농사가 주업인 전라도 너른 들녘까지
오가피를 심게 하여 몇년 후가 지난 지금엔
실컷 길러 놓아도 모종값은 커녕
누구도 사가지 않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여전히 돈만 벌면 그만인 모종 장사꾼들은
자신들에 의해서 시름만 깊어진 농부들의 애환은 아랑곳 없이
얼마든지 헐값에 무진장 주워담을수 있는 폭락한 오가피들을
다시 돈벌이로 만들기 위해 소에게 먹이는 오가피 사료를 만들어
웰빙소 운운하며 몸부림 치고 있는 실정이다.
풀천지도 처음 귀농할 당시 풀천지의 땅엔
오가피 모종이 가득 심어져 있었고.
전주인은 풀천지에게 오가피 모종장사를 하면
큰돈을 벌수 있을거라며 적극 권장하기도 했었다.
직감적으로 건강한 삶을 일굴수 있는
자급자족의 삶의 방식에 위배되는 일인것만 같아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자세히 알아보니
수년후에 위험한 작물이 될수있음을 예견해 주고
절대 시작하지 않아야 됨을 다행스럽게 알수 있었다.
풀천지의 운이 참으로 좋았는지
기가막힌 인연의 힘으로 귀농하기 직전에
평생을 농기계 수리센터 소장을 지낸 분에게
농촌을 망하게 한 주범이 농기계에 있음을 고백하는
양심선언을 들을수 있게 되어 기계를 멀리 할수 있는 계기 마련이 되었고
무엇무엇이 돈이 된다 하여 한두가지 작물에 치중하여
환금작물 위주의 농사로 힘든 농촌 생활을 어찌 해보려는 어리석은 꿈 따윈
애초부터 거들떠보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철저히 건강한 삶의 일념으로 자급자족을 목표로
완벽하게 땅을 살려내었더니
지금에 이르러 무엇에도 좀체 흔들리지않는
자립 농가의 기반을 마련할수 있게 된것이다.
그러나 풀천지의 산밭에 야생처럼 심어져있는 오가피나
이렇게 풀나라의 깊은 숲속에 야생처럼 자라고 있는 오가피의 효능은
우리가 좋다고 하는 모든 약초작물 중에서
장복하여도 가장 독성이 없는 참으로 좋은 약초작물인 것이다.
조심스럽게 풀천지의 오가피를 권하여 본다.
보리차처럼 오가피를 수시로 끓여먹으면 몸에 참 좋을 것이다.
훌륭한 농부는 철물점에서 사는 끈을 이용하지 않는 법이다.
이렇게 풀향기 아내처럼 칡덩쿨을 잘 이용할줄 알아야 한다.
귀농자들은 거의다 편리한 끈을 사서 사용하지만
평생 농부님들은 철물점에 가는대신
산기슭에서 칡넝쿨을 거두어 한짐씩 해다놓고 일년내내 쓰시는데
가장 튼튼하고 엄청 편리하고 매우 친환경 적이다.
풀향기 아내의 야무진 솜씨이다.
풀천지 세 남정네들을 주눅들게 하는...^^
ㅏㅏㅏ
어둑해질 무렵 예정했던 오가피 베는 일이
양이 꽤 많았는데도
재홍이가 앞에서 예취기를 이용하여
칡덩쿨을 끊어내며 오가피를 잘라주었고
풀천지와 풀향기 아내가
잡풀과 칠덩쿨을 걷어내며 오가피를 솎아서 칡덩쿨로 묶어주면
재현이가 부지런히 지게로 나른 덕분에
기분좋게 많은 일을 끝마칠수 있었다.
오늘도 환상의 콤비 풀천지 사인방은
풀나라에서 오가피 베기놀이를 하며
행복한 나라의 즐거움에 흠뻑 취해 보았다.
첫댓글 오랫말네 들어왔어요. 정말 즐거운 나라,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계시군요. 건강한 모습 보기 좋습니다. ^^
고맙습니다. 자연속에 묻혀 살아갈수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답니다. 날마다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늘 축제처럼 일하시는 풀천지가족님들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가족이 함께 일하니 늘 작은 천국이 되어주는것 같습니다. 따뜻한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누군가가 산밭에다 보상을 노리고 심어놓은 채 방치된 오가피열매를 따와 아피오스줄기를 볶아서 함께 보리차처럼 끓여먹는데, 물이 맛있으니 자연스레 물마시는 양이 증가하고.....아무리 몸에 좋다해도 맛이 없으니 즐겨먹기가 어렵사리더군요^^*
오가피는 뿌리와 열매가 가장 좋은 법인데 참 잘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