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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230) - 은퇴자들의 보금자리, 서드에이지를 찾아서
벌써 낙엽이 지는 11월에 접어들었다. 추운 겨울을 예보함인가, 중부지방에는 때 이른 추위가 찾아와 대관령 기온이 영하 7도에 이르고 산간 지방에는 예년보다 10여일 빠르게 눈이 온 곳도 있다.
3년 전, 정년퇴임에 즈음하여 회원으로 있던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산하 여러 휴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복지 포인트를 주었다. 기왕이면 쾌적한 노후생활을 탐색할 수 있는 곳을 이용하고 싶어서 낙엽이 시작되는 가을, 10월의 마지막과 11월의 초입에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가꾸어 주는 휴식처로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운영 주체인 경상남도 창녕의 서드에이지에서 2박 3일의 행복한 입주체험을 하였다. 서드 에이지를 오가며 살핀 풍광과 입주체험의 소회를 적는다.
1. 가는 길목에 살핀 고장의 특장들
입주체험 전날(10월 29일), 처제가 살고 있는 대구로 향하였다. 2년 전에 교직을 명예 퇴직한 처제도 이용자격이 있어서 함께 찾아보기로 하였다. 광주에서 대구로 가는 길은 88고속도로를 이용한 고속버스 편이 빠르고 쾌적하나 풍광 좋은 자연을 즐기려고 광주-남원은 완행버스로, 남원-대구는 직행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14번 국도를 아름답게 물들인 담양-순창의 메타세쿼이아 길이 운치 있고 노란 은행잎이 강한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신 순창-남원의 국도가 아름답다. 남원에서 내려 잘 가꾸어진 천변을 따라 광한루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단풍이 절경이고 사과 산지로 유명한 거창을 지나는 고속도로 주변의 밭에 주렁주렁 달린 사과들이 탐스럽다.
대구서부정류장에 내리니 서울에서 먼저 내려온 아내가 손을 흔들며 도로변에서 대기하는 처제의 승용차로 안내한다. 저녁 먹기 전에 가볼 데가 있다며 바쁘게 달려간 곳은 달성과 고령을 잇는 달성보 주변의 억새밭과 코스모스 길이다. 널따란 습지를 가득 매운 억새풀이 노을 지는 햇빛을 받아 부드러운 은색 물결로 멀리서 찾아온 나그네를 다정하게 품는다. 한 달 넘게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친 코스모스들의 뒤태가 아련하구나. 저녁에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이 펼쳐진다. 대구가 홈그라운드인 삼성라이온즈가 결승에 올라 응원 열기가 높은 곳에서 덩달아 들뜬 기분으로 TV 앞에 앉아 숨을 죽인다.
입주체험 첫날(10월 30일)의 드라이브 코스는 청도를 거쳐 창녕에 이르는 문화탐방을 곁들였다. 대구에서 청도로 가는 길에 달성군 가창면을 경유한다. 가창 댐을 끼고 달리는 산자락의 단풍 행렬이 현란하고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천년고찰 용천사의 물맛이 고소하다. 이어서 청도 고을에 들어서니 감나무 천지다. 씨가 없는 청도 반시가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온 동네가 감 천지인 줄은 미처 몰랐다.
화양읍 송금리의 와인터널은 1905년에 개통한 경부선의 폐선 철길을 감 발효주 생성기지로 활용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1km가 넘는 긴 터널을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오가며 청도 반시는 400여 년 전에 이곳의 박씨 문중이 중국으로부터 몰래 가져왔고 감에는 오상, 오절, 오색이 있다는 내용도 새로 알게 되었다. 터널 끝에 새겨진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글귀를 읽으며 아침에 신문대담에서 '나라는 존재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을 깨치는 것이 수행의 본령이라고 강조한 종정 스님의 말이 뇌리에 스친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와인터널과 화양의 석빙고
감 밭이 있는 길가의 모정에서 싸가지고 온 고구마, 옥수수, 과일 등으로 점심을 가름하고 화양읍소재지의 도주(道州)객사, 석빙고, 척화비 등을 살폈다. 인근에 있는 청도향교에 들러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기차가 들어오기 전에 청도군의 중심이었던 화양은 도주라는 이름의 옛 고을이라 일러준다. 본이 청도라고 말하니 청도 김 씨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답하니 청도를 빛낸 인물이자 우리 본의 시조인 영헌공의 묘소가 한재마을에 있다고 알려준다. 십 몇 년 전에 찾은 적이 있는 그곳의 위치가 막연하던 차, 가는 길을 물어 시조 묘로 향하였다. 청도읍을 거쳐 시조 묘로 가는 길목에는 새마을발상지라 크게 새긴 산뜻한 건물이 눈에 띄고 청도의 힘이라고 새긴 황소동상이 청도가 소싸움의 본고장인 것을 알려준다.
한적한 시골마을 산언덕에 있는 시조 묘를 찾으니 묘소 아래에 토목공사가 한창이다. 관리인의 설명을 들으니 작년 7월의 수해로 묘소 바로 밑의 가파른 산비탈이 무너졌는데 재정 형편상 지금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몇 달 전에 시조 묘를 포함한 조상들의 제실보수에 상당한 재정이 소요된다는 문중의 협찬요청이 있어 금일봉을 보냈는데 그 실상을 뒤늦게 확인한 셈이다. 묘비에 새긴 시조의 충절과 덕행을 살피며 훌륭한 조상의 떳떳한 후손이 되리라 다짐한다.
묘소 탐방을 마치니 오후 3시 반, 다섯 시 이전에 오라고 일러준 서드에이지 측의 연락에 맞춰 창녕으로 향하였다. 이곳 들판들은 아직 수확이 덜 된 듯, 논에는 트랙터를 기다리는 벼이삭이 누렇고 농공단지에 들어선 공장들이 20여 년 전 부럽게 바라보던 선진국의 농촌모습과 겹쳐진다. 창녕군계를 지나 큰 고개를 넘으니 저 아래 쪽 넓은 들녘에 우뚝 솟은 고층빌딩이 한눈에 들어온다.
2. 친절과 품격이 담긴 실버타운
창녕군 고암면 중대리에 자리 잡은 서드에이지는 골드타운과 너싱홈이 함께 들어선 휴양과 치료를 겸한 복지요람이다. 고급 호텔처럼 쾌적한 시설을 갖춘 골드타운에 들어서니 모든 직원들이 친절하게 맞아준다. 세계일류로 꼽힌 호텔들의 기본적인 덕목은 친절하고 섬세한 서비스다. 출입문에 들어서자 처음 대하는 직원부터 목례를 하며 따뜻한 눈빛으로 고객을 친근하고 다정하게 맞아주는 표정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간단한 입주체험수속을 마치고 시설 이용의 개요를 설명 들은 후 정해준 방에 들어가니 호텔 방보다 넓고 쾌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여장을 풀고 먼저 찾은 곳은 지하에 있는 사우나, 찜질방도 곁들인 욕실이 넓고 깨끗한데 저녁식사 시간이 가까워서일까, 이용자는 한두 명으로 한산하다. 나이 지긋한 어른이 아는 체를 하더니 잠깐 있다가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는가 묻는다. 밖에서 온 사람에게 대한 호기심일까, 노령이라 응당 보수파를 지지하려니 여겼는데 자기는 안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들어온 지 2년 되었다는데 대구가 고향이라니 가까워서 좋겠다.
간단하게 몸을 씻고 1층의 식당에 내려가니 200여 명의 회원들 대부분이 식사를 마친 후라서 한산한 편이다. 체험입주자는 회원보다 30분 늦게 식당을 이용하게 되어 있다. 메뉴는 국과 밥, 죽에 몇 가지 반찬을 미리 정한 기준에 맞춰 열량과 염도를 조절한 영양식단이다. 새로 입주한 회원이 제공한 찹쌀떡이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1층에 있는 도서실과 컴퓨터실에 들렀다. 사는 동안 도서실에 있는 책만 다 읽어도 교양과 지식이 넘쳐날 터, 열 대가 설치된 컴퓨터의 빈자리가 많아 어느 때나 사용할 수 있겠다. 안내자의 이야기로는 입주자가 원하면 광케이블이 깔려 있어서 방에도 개인용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서예를 연습할 취미 방, 당구대 등이 놓여 있고 안마와 두세 가지 신문을 볼 수 있는 휴게실도 안락하다. 매일매일 번갈아 이뤄지는 각종 취미활동과 강좌도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고 원근 명소의 나들이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안내를 맡은 김평주 마케팅 팀장은 60대에 들어오면 땡 팀(땡 잡았다는 의미), 70대에 들어오면 본 팀(본전치기라는 듯), 80대에 들어오면 손 팀(손해 보는 느낌이라서)이라는 비유를 하며 가능하면 일찍 들어와서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 좋겠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단잠을 자고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면소재지인 작은 시골에 산책로가 정비된 월미저수지 주변이 공원처럼 꾸며지고 요가, 태극권 등을 수련하는 선원도 들어서 있다. 낮은 산에서 억새로 유명한 화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눈에 띈다. 월미저수지를 돌다가 화왕산자락으로 찬란하게 떠오르는 일출모습을 바라보며 아내와 처제가 환성을 터트린다. 물속에 비치는 일출모습과 산자락의 그림자도 장관이고, 제법 쌀쌀한 아침인데도 기분은 상쾌하다. 숙소로 돌아와서 곧바로 사우나에 들러 식은 몸을 따뜻한 물에 담그니 천국이 따로 없구나.
아침 식사 후에는 물리치료실에서 어깨와 다리 부분을 30여 분 치료체험하고 낮에는 창녕 인근의 문화탐방에 나섰다. 서드에이지에서 창녕읍까지는 4km, 자동차로 5분 거리다. 읍으로 가는 길목에 고분군과 창녕박물관이 있다. 고려시대 유력자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교동 고분군이 경주 인근의 고분군처럼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고 군립으로 세운 창녕박물관은 고장의 역사와 전통을 살필 수 있어서 좋은 곳이다. 박물관에는 10월 16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귀천(歸天) - 초곡리 사람들은 저승 갈 때 무엇을 가지고 갔을까'라는 주제로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고 신라 진흥왕의 순수비 가운데 하나인 척경비(모사품)가 진열되어 있다.
읍내의 척경비(진품), 객사, 석빙고 등도 볼만한 것들이고 인근의 관룡사와 용선대(화왕산으로 이어지는 높이 730여 미터 관룡산의 정상부근으로 주변에 펼쳐진 풍광이 아름답다), 은은한 정취를 풍기는 영산의 만년교와 임진왜란 때부터 적을 대적한 기상을 담은 호국공원 등이 멀리 찾은 나그네에게 고장이 간직한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를 일깬다. 때마침 가지고 간 '천년의 왕국 신라'(김기흥 지음)를 펼치며 561년에 세워진 진흥왕 척경비와 진흥왕의 짧고 굵은 삶의 면모를 살필 수 있어서 좋았다.
창녕 인근의 명소들을 살피고 돌아오니 오후 4시, 사우나와 찜질방을 섭렵하고 텃밭과 너싱홈도 돌아본 후 조촐한 저녁을 즐겼다. 방에 올라와 농협의 마트에서 사온 막걸리로 10월의 마지막 날을 축하한 후 아내와 처제는 노래방으로 내려가 목청을 가다듬고 나는 박진감 넘치는 한국시리즈 5차전 야구 중계에 몰입하며 편안한 둘째 밤을 보낸다.
관룡사의 전경과 무지개다리인, 영산의 만년교
3. 사는 동안, 나날이 새로워라
입주체험 마지막 날은 11월 1일, 아침에 일어나 어제 아침에 맛본 일출모습이 아름다워 다시 월미저수지를 찾으니 다른 쪽은 구름이 가득한데 해가 떠오르는 산모서리만 맑은 하늘이다. 심호흡을 하며 맞이하는 일출의 장관은 언제보아도 황홀하구나. 광주 출발에 앞서서는 아파트 건너편의 옥녀봉에 올라 맞이한 무등산 자락의 일출모습이 화려하였다. 낮에 중천에 뜬 해를 바라보며 처제는 '아침에 본 해가 이곳까지 따라왔네.'라며 반가움을 표한다. 새로운 관점에서 보면 만물이 신선하여라.
이곳에서는 매월 1일 아침, 그 달에 생일을 맞이하는 이들을 한꺼번에 축하하는 생일잔치가 벌어진다. 게시판에는 11월에 생일을 맞이하는 11명의 명단이 적혀 있고 아침 7시 40분에 식당 옆 연회실에서 생일잔치를 한다고 붙어 있다. 아침 산책길에서 돌아오자 곧바로 생일잔치 장소로 향하였다. 봉사하는 양로원에서 열리는 생일잔치를 익숙하게 보아온 터, 깔끔한 개량한복 차림의 이봉기 님 내외를 비롯하여 10여 명의 회원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생활서비스 팀이 주관하는 생일잔치는 생일축하노래, 케이크 자르기, 샴페인 터트리기, 축하메시지와 선물증정 등의 순서로 오붓하면서도 단란하게 치러졌다. 생일맞이 회원 중 일부는 가족들과 함께 생일을 지내려고 출타하기도. 아침메뉴에는 따끈한 고기 미역국도 곁들여졌다.
우리가 묵은 방은 체험자 전용인 33평형, 그보다 넓은 46평형과 52평형도 살펴보았는데 입주회원 둘이서 살기에는 충분히 쾌적하겠다. 가족들이 와서 묵을 수 있고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식당을 이용할 경우에는 별도의 식사비를 내면 된다.) 대구, 부산, 창원, 김천 등에는 주 1, 2회 셔틀버스가 운행되어 나들이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10시에 2박3일의 행복한 입주체험을 마치고 귀로에 올랐다. 20여 년 전에 제주의 호텔 신라의 개관에 앞서 고객들의 평가와 반응을 살피기 위한 시숙(試宿)행사가 있었다. 그때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2박3일의 시숙체험을 한 적이 있다. 이번 입주체험이 그때보다 더 알차고 의미 있는 체험의 기회라 여겨져서 좋은 복지 포인트 제도를 도입, 운용하는 교직원공제회와 서드에이지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창녕 이웃고을이 합천이다. 먼저 찾은 곳은 합천 해인사,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거쳐 88고속도로를 따라 해인사 인터체인지에서 해인사에 이르는 경로다. 야로면과 가야면을 지나 해인사에 이르는 도로 옆으로 소리길이라는 올레길 코스가 새로 생겨서 그곳을 찾는 이들도 많다. 해인사 경내에 들어가 주차하고 사찰까지 1.5km 남짓 걸어가는 코스를 택하였다. 멀리서 바라보는 가야산의 웅장한 암벽능선이 예사롭지 않은 기상을 내뿜고 천년을 넘긴 고목을 필두로 총림입구에 늘어선 거목들이 법보종찰(法寶宗刹, 해인사를 법보사찰, 송광사를 승보사찰, 통도사를 불보사찰이라 일컫는다.)의 위엄을 드러낸다.
해인사는 성철 종정이 오래 동안 주석하던 곳, 그의 탄생 100주기에 즈음한 전시가 열리기도 하였다. 성철 스님이 입적하였을 때 이곳 대적광전 옆 빈소에 들러 분향하였는데 우리 부부의 단출한 문상에 기라성 같은 승려들이 줄줄이 늘어서서 고개 숙여 합장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2007년에 대적광전 뒤쪽에 있는 대장경 판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대장경 판각은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살피며 두 종류가 문화유산과 기록유산으로 나뉘어 지정된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신라 말기의 최치원이 수도하며 거꾸로 심은 지팡이가 자라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고목에는 천재 학자의 넋이 서려 있을까? 사찰안의 국사단에서 이곳이 대가야와 금관가야를 세운 왕기가 서린 곳이라는 설명을 보며 내려오는 길에 살핀 가야면의 지명도 역사가 담긴 것임을 새겼다.
오후 1시 반에 해인사를 떠나 광주로 향하였다. 거창휴게소에서 국수로 점심을 들고 지리산 휴게소를 거쳐 대구에 갈 때 거쳤던 순창, 담양 국도를 따라 광주로 들어서는 행로다. 지리산 휴게소에서 멀리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을 조망하고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30분간 산책을 하며 생태도시 담양의 모습을 대충 살폈다. 이곳 전시물에서 흔한 수종으로 알았던 메타세쿼이아가 화석류로 알려진 희귀종으로 1941년에 중국에서 발견하여 퍼진 것을 담양군이 국가조림의 시범사업으로 1970년대에 심기 시작하여 전군에 5,000여 그루가 생장하고 있음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멀리 대구에서 이곳을 찾은 처제는 장거리 원정의 보람이 넘친다며 기뻐한다.
무등산 자락의 채식뷔페 수자타에서 저녁을 들고 아파트에 돌아오니 6시가 넘었다. 저녁 6시부터 한국시리즈 6차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망의 한국시리즈가 삼성의 완승으로 끝나리라는 예상을 깨고 2승2패로 접전을 벌이던 SK가 기진맥진하였는가, 다섯째 판을 아쉽게 내주더니 막판에 맥을 못 쓰고 7:0의 완패를 당하였다. 전쟁이나 놀이에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 승자인 삼성은 환호하고 패자인 SK는 쓸쓸히 퇴장한다. 온 국민이 참여하는 대선 경쟁이 한창이다. 승자의 아량과 패자의 승복이 어우러지는 정정당당한 대선이 이루어지기 바라면서 날마다 새로움을 체험한 보람 있고 행복한 3박 4일의 나들이를 마무리한다.
추신,
아내가 해인사에서 더덕을 샀다. 파는 이가 마수걸이를 한다며 기뻐하였다. 주차장에서는 음식점을 경영하는 중년의 남자가 친절하게 안내를 하였다. 끝판에 혹시 식당을 이용하려거든 자기 집으로 오라는 말을 덧붙이는 모습이 밉지 않다. 경제가 어려운 때, 모두들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집에서 요리한 더덕 맛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