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학교에서 설문지가 왔습니다.
학교 행정을 묻는다는 건데,
문항이 꽤 많습니다.
애들 말로는 고학년 애들한테도 설문지를 직접 쓰게 했답니다.
보통 이런 설문지가 오면
쓱 흝어보고
대충 동그라미 치고
이렇게 보내는데,
올 한해는 애들이 다니는 학교가 좀 뒤숭숭했습니다.
교장 공모제를 찬성하느냐는 설문지가 온 다음에야
공모제가 MB 정권 때 취지가 왜곡되어
교감들이 교장이 되는 데 유리한 것으로 바뀌었다는 걸 전혀 설명하지 않고
그냥 공모제가 좋으냐 안 좋으냐,
그래서 그 결과로 교장 공모제를 한다고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키더군요.
지금 교장으로 선출된 이는 전 교감 선생님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교감 선생님이 썩 바람직한 교육관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거죠.
교장 공모제로 뽑힌 교장은 자기 권한으로 교원을 부를 수도 있다는데,
그러다 학교가 이상한 방향으로 굴러가지는 않을까 고민이 많습니다.
큰 애가 6학년인데
그 사이 교장 선생님이 4번이나 바뀌었습니다.
한 번 교장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이리 휘청, 저리 휘청,
난리가 아닙니다.
하여튼, 이번에 온 설문지에 학업성취도 평가, 체험하교습, 수련활동 뭐 이런 기초적인 질문이 들어가 있는데
유독 질문 몇 개가 저를 거슬리게 했습니다.
12번 문항,
'학교에서의 어린이 신문 구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린이 신문 구독이라니,
어린이 신문이라면 늘상 우리가 이야기하는 폐간대상 신문들이 만드는 걸 일컫습니다.
학생 1인당 구독료가 4,000원이고
구독 대가로 학교에 기부금 20%를 신문사가 냅니다.
말이 좋아 신문사가 내는 거지, 결국 학부모가 애들 신문값 낸다면서 그걸로 재벌 신문사들 배불리고 학교 기부금 내는 꼴입니다.
애들 학교 도서관 도서 구입비는 1년에 800만원입니다.
어린이신문을 단체로 구독하면 1년에 5,7000만원이 걷힙니다.
그 중 기부금은 10,380,000원입니다.
하도 열받아
주말에 아는 엄마들 한테 다 전화해서,
설문지에 구구절절 따지는 글을 쓰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불만도 다 들었답니다.
애들 교육, 논술 어쩌고 이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어린이신문을 팔아먹으려는 그놈들 수작도 화가 나지만,
학교에 제대로 된 사서교사 한명 뽑지도 않고, 있던 사서 선생님까지 그만두게 하는 마당에,
책 좀 많이 사 달라는 말도 무시하던 학교가
어린이신문을 구독하라는 말을 뻔뻔스럽게 하다니...
그래 열 받다가
질문합니다.
혹시, 이 학교에서만 그런 일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요?
한 학교라도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면
고발 채널을 돌리겠습니다.
이것들이 정신 차리게 난리 한 번 쳐볼랍니다.
----고발부인
첫댓글 아이구 사서선생님도 없이 도서관을 어찌 운영하려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