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장 온전한 하나님, 온전한 사람
“자녀들은 혈과 육에 속하였으매 그도 또한 같은 모양으로 혈과 육을 함께 지니심은”(히2:14상)
- 히브리서 2장은 예수 안에 있는 큰 구원으로서, 그 구원의 몇 가지 측면을 살펴보았다. 구원의 목적이 사람을 대속하여 하나님의 아들 자신이 거하고 계신 영광의 높이까지 끌어올리시려는 데 있다. 구원이 이런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님 자신의 본질과 본성과 성품 때문이며, 하나님께 합당하다. 이 구원을 위해 치르신 대가, 주님이 세상에 와서 사시는 동안 당하고 견디신 고난도 살펴보았다. 성육신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그의 위격부터 알아야 한다. 히브리서가 강조하는 점이 이것이다. 예수를 “생각하라”는 것이다.(12:3) 히브리서의 전적인 목적은 그가 이전 모든 것보다 뛰어나신 분임을 밝히는 데 있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 이 비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히브리서 2장의 여러 진술을 보면,
“천사들보다 잠시 동안 못하게 하심을 입은 자”(9), “고난을 통하여 온전하게 하심”(10), “거룩하게 하시는 이와 거룩함을 입은 자들이 다 한 근원에서 난지라 그러므로 형제라 부르시기를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11), “자녀들은 혈과 육에 속하였으매 그도 또한 같은 모양으로 혈과 육을 함께 지니심”(14), “그가 범사에 형제들과 같이 되심”(17), “그가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은즉”(18)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2장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에 대해 많은 진술을 한다.
2. 그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확실히 천사들을 붙들어 주려 하심이 아니요 오직 아브라함의 자손을 붙들어 주려 하심이라”(2:16) 그가 붙들어 주시는 대상이 천사가 아닌 인간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붙들어 높이 끌어올리시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이다. 성육신을 살펴볼 때 반드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사실이 이것이다.
인간만 하나님을 거역하는 죄를 짓고 타락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지어지고 창조되기 전에, 일부 천사들이 이미 타락했다. 마귀는 이처럼 타락한 천사로서, 성경은 다른 천사들도 그의 말을 듣고 하나님께 반역함으로 함께 타락했다고 말한다. 인간도 타락하고 일부 천사들도 타락했다. 그런데 복음의 깜짝 놀랄 메시지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천사들이 아닌 아브라함의 자손들을 붙들어 구원해 주시고 대속해 주셨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의 자손”이란 믿음의 자손,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 “구원받을 상속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앞에 있는 이 일은 큰 비밀이다.
3. 그 근거는 그리스도께서 다름 아닌 우리의 본성을 입기로 결정하셨다는 사실에 있다.
이것이 성육신에 대한 설명이요 성육신에 담긴 의미이다.
1) 이 진술들은 예수께서 이제껏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오셨다.
붙들어 주신다는 개념은 우리를 돕기 위해 외부에서 누군가 우리 세상으로 찾아왔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히브리서 1장은 전체적인 배경을 설명하며 그리스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진술을 한다. “하나님이 이 모든 날 마지막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게 말씀하셨으니 이 아들을 만유의 상속자로 세우시고 또 그로 말미암아 모든 세계를 지으셨느니라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죄를 정결하게 하는 일을 하시고 높은 곳에 계신 지극히 크신 이의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1:1-3)
히브리서 2장은 천사들보다 못하게 되셨고, 천사들보다 못하게 되셨기에 그가 겪으셔야 했던 일들이 있었다.(2:7,9)
혈과 육에 속한 자녀들과 “같은 모양”이 되셨다.(2:14) 본문의 이 두 진술 -“자녀들은 혈과 육에 속하였으매”와 “그도 또한 같은 모양으로 혈과 육을 함께 지니심”-에는 그와 우리 사이에 원래 유사성이 없다는 사실, 오히려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암시되어 있다. 우리는 공통의 인성을 가지고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외부에서 찾아와 우리의 인성에 참여하셨다. “그가 범사에 형제들과 같이 되심이 마땅하도다”(2:17) 이 모든 진술에서 유일하게 끌어낼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은 그가 우리와 다른 분이라는 것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는 인성에서 나오신 분이 아니요 인성 안으로 들어오신 분, 인간의 본성을 덧입으신 것이다.
신약성경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야말로 영원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요 하나님의 본체라고 말한다. 그는 처녀에게서 태어났다. 아들을 위해 “한 몸을 예비하셨”다.(히10:5) 그는 성령으로 잉태되셨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아들이 저와 여러분을 구원하여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 주시기 위해 놀랍고 신비한 방식으로 처녀에게서 태어나셨다. 그는 혈과 육울 입으시고 혈과 육에 속하셨다. 베들레헴의 아기야말로 성육신하신 하나님이시라는 진리,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는 이 높고 존귀하며 놀라운 진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는 하나님이시다. 평범한 인성에서 나온 분이 아니요 인성 안으로 들어오신 –내려오신- 분이다. 그래서 이 비밀이 그토록 큰 것이다. 그는 참 하나님이신 동시에 참 사람이시다.
실제로 그는 천사보다 못하게 되셨고, 우리의 대속을 확실히 이루시기 위해 우리의 본성을 입으셔야만 했다는 것, 우리를 자신에게로 끌어올리시기 위해 우리에게로 내려오셔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가 우리를 형제라 부르길 부끄러워하지 않으셨다는 것, 그가 혈과 육을 지니셨다는 것, 범사에 형제들과 같이 되심이 마땅하다는 것, 세상에 계신 동안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다는 구절들의 순수한 주장은 그가 참 하나님이시면서 또한 참 사람이셨다는 것이다.
교회사를 보면 그의 신성을 부인하며 하나님의 아들로 여기지 않는 자들이 있었는가 하면, 참으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예수는 일종의 육신의 막 내지 덮개를 쓰고 세상에 나타나셨던 것이 아니다. 또는 육신으로 계신 동안에만 사람이셨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성경은 그가 참 하나님이시면서 또한 참 사람이셨다고 가르친다. “혈과 육”은 인간의 본성을 가리키는 말로 이 점을 확증해 주는 표현이다.
예수는 인성의 외양만 입으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와 같은 인성을 지니셨다.
“그러므로 그가 범사에 형제들과 같이 되심이 마땅하도다”(17) “범사에” 같이 되셨다고 해서 타락하고 부패한 인간의 본성까지 입으셨다는 뜻이 아니다.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기 때문이다.(15) “범사에”는 죄와 무관한 인간의 상태와 조건에 적용되는 말이다. 이처럼 2장의 진술들을 보면 그가 참 하나님이실 뿐 아니라 참 사람이셨음을 알 수 있다.
2) 이 사실들을 이해하고 붙잡기 위해 애써야 한다.
① 육신의 차원에서 - 성경은 그가 연약함에 시달리는 것이 무엇인지 아셨다고 말한다. 연약했기에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고 말한다. 배고픔이 무엇인지, 목마름이 무엇인지, 피곤함이 무엇인지 아셨다고 말한다. 물리적 의미에서 육신을 가진 인간이 겪는 일을 주님도 한 인간으로서 겪으셨다.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의미에서 사람이 되셨다.
② 정신적인 측면에서 – 성경은 그의 지성이 발달하고 지혜와 키가 자랐다고 말한다. 한 어린아이로 부모의 가르침을 받고 성장하며 배우셨던 것이 분명하다. 또한 그는 마리아와 마르다와 나사로를 사랑하셨고, 만인의 구주셨음에도 요한에게 특별한 애정을 품으셨던 것 같다.(요13:23) 성경은 그가 비통해 하시고 슬퍼하셨다고 말한다.(막14:34)
더 인상적이고 놀라운 모습은 히2:13에서 예수는 “내가 그를 의지하리라”라고 하신다. 주 예수 그리스도는 참 사람으로서 하나님을 신뢰하셨다. 그의 기도생활을 보면 성경에는 새벽 미명에 일어나 홀로 산에 가서 기도하셨고 밤새워 기도하기도 하셨다. 이처럼 그가 기도하신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인간의 한계 안에서 사셨기 때문이었다. 그는 성령을 받아 그 힘으로 모든 일을 하셨다.(히9:14) 그가 “고난을 통하여 온전하게” 되셨다는 표현은 그가 실제로 참 사람이셨음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4. 한 분이 두 본성을 가지셨다.
이것이야말로 성육신의 기이한 비밀이다. 빌립보서 2장에 따르면, 이 땅에 사시는 동안에도 여전히 하나님이셨음에도 의도적으로 인간처럼 사셨다. 신의 특권을 사용치 않으셨다. 이 사실을 모르면 그가 성령을 받으셔야만 했던 일의 의미도 알 수 없고, 그의 기도 생활이나 아버지를 믿고 의지하셨던 일 또한 이해할 수 없다.
그 기이한 낮추심의 핵심이 여기 있다. 그는 하나님이시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입고 인간으로 살면서 아버지를 전적으로 의지하고 율법을 지킴으로 우리 구원의 창시자가 되셨다. 동정녀 탄생은 이 모든 일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
1)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으면 죄 있는 인간의 본성을 입으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오셨다. 이것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비밀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아는 사실은, 성령이 정결케 하시고 깨끗케 하신 인간의 본성을 마리아를 통해 입으셨다는 것이다. 마리아가 깨끗해진 것이 아니다. 예수께서 마리아를 통해 입으신 인간의 본성이 깨끗해지고 완전해지며 정결해진 것이다. 그리하여 주님은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셨고, 둘째 아담이 되셨으며(롬8:29), 그 결과 우리 구원의 창시자요 지휘관이요 지도자가 되셨다. 인간을 붙들어 주시고 속죄하시기 위해, 완전한 제사를 드리기 위해 성육신과 동정녀 탄생이라는 이 신비한 일이 필요했다.
2) 또한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께서 우리의 대제사장이 되기 위해 오셨다고 말한다.
대제사장은 하나님 앞에서 우리를 대표하여 우리를 위해 간구하고 죄 사함을 얻게 하는 직분이다. 율법은 우리와 같은 형제를 대제사장으로 세울 것을 명한다. 그래서 예수도 우리의 대제사장이 되시기 위해 성육신하여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오셔야 했던 것이다. 그는 이 땅에서 살아 보셨기에 우리를 이해하며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신다.(히4:15) 그는 인생의 시련을 아시며 육신의 필요를 아신다. 그는 강하고 능한 분임에도 우리를 동정해 주시고 우리의 연약함을 이해해 주시며, 우리와 눈높이를 맞추신다.
3) 이 모든 일을 하신 또 다른 이유는 마귀를 영원히 잠잠케 하시기 위해서였다.
“자녀들은 혈과 육에 속하였으매 그도 또한 같은 모양으로 혈과 육을 함께 지니심은 죽음을 통하여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마귀를 멸하시며”(히2:14)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나님이 마귀에게 내놓으신 영원한 답변이다. 이제 원수는 할 말이 없다. 하나님이 성육신을 통해 아들을 세상에 보내지 않고 인간을 대속하셨다면 “율법이 이처럼 훼손되었는데, 어떻게 율법을 지키지도 않은 인간을 의롭다 하실 수 있습니까?”라고 따졌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한 인간으로 하나님의 율법에 순종하심으로써 하나님 자신께 순종하셨다. 어떤 지점에서도 실패하지 않으셨다. 이처럼 예수의 성육신과 삶과 고난과 죽음이 마귀를 잠잠케 했고, 그의 일을 멸했으며, 결국 영원한 형벌을 기다리게 했다.
- 이것이 성육신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히브리서 2장의 주장이다.
하나님이 저와 여러분을 이처럼 사랑하여 이 모든 일을 하셨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아들이 마리아의 태에서 나시고 구유에 누우신 것은 비밀 중에서도 비밀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오직 우리를 붙들어 사탄의 손아귀에서 건져 주시기 위해, 지옥과 영원한 저주에서 구해 주시기 위해, 우리를 일으켜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 주시기 위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영원한 영광을 누리도록 준비시켜 주시기 위해, 영원히 자신과 함께 살게 하시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당하셨다.
오, 저와 여러분을 그러한 영광으로 끌어올리시기 위해 이처럼 내려오신 일을 우리가 이해한다면! 말할 수 없는 그의 은사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