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급부상으로 세력전이 이론(Power transition theory)에 의한 중국의 대미 패권도전 여부가 국제정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은 제2의 경제대국화 여세를 몰아 올해도 두 자릿수의 국방예산을 들여 군사력 증강에 질주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대양해군을 선언한지 오래고, 역사적인 항모 진수식이 다가오고 있으며, 스텔스 전투기는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의 해상파워가 동지나해와 남사군도 부근의 영토권 문제에 투사되고 있어 일본 및 동남아 제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은 1985년 중앙군사위에서 "근해방위전략"을 통과시키면서 국토 외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적극 방위전략"을 도입했다. 동 방위전략에 의하면, 제1 해상방위선은 일본열도-남사군도-대만-필리핀을 연결하는 라인이고, 제2 해상방위선은 일본열도-오카사와라 군도-마샬군도-괌을 연결하는 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군사전문가들에 의하면, 중국해군은 2000년-2010년간에 제1 해상방위선 내부의 제해권을, 2010년-2020년간에는 제2 해상방위선 내부의 제해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다음 2020년-2040년 까지는 미 해군에 의한 태평양 및 인도양 독점지배를 저지한다는 계획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1992년 "영해 및 접속 수역법"을 제정, 남사군도, 서사군도, 조어도가 자국의 영토라고 선언했다. 또 1997년에는 "국방법"을 제정, '해양권익의 보호'를 중국해군의 주 임무로 규정했다. 나아가 2008년 초 중국해군은 해남도에 원자력 잠수함 기지를 건설하고 있어 미, 일 양국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상황 하에 작년 조어도 에서의 중-일간 충돌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 베트남 간 충돌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고, 여타 관계국들도 중국의 주변해상권 지배에 관한 시비가 그치질 않고 있다. 일본은 2010.12.17 발표한 "방위대강"에서 중국군의 근대화, 원거리 투사능력 향상, 주변해역의 활동 강화 등에 우려를 표시하고 ' 기반적 방위력 구상에서 탈피한 동적 방위력 구상'이라는 신개념을 제시했다. 중국견제를 염두에 둔 조치들이다.
현재 동북아 및 아태지역 정세는 G-2체제가 부상한 가운데 영토와 역사문제 등 갈등요소의 첨예화, 북한의 대남 도발 등으로 최악의 안보취약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역내에는 아직 확고한 협력체제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긴장완화를 위한 외교협의 메카니즘(mechanism)이 미성숙한 상태다. 역내 질서제도는 글로벌화의 파도 속에 특화형 제도와 다기능형 제도가 병존하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기구의 중층화(ASEAN, ASEAN+3, EAS, APECK 등)가 출현하고 있으나, 헤게모니 문제와 구성원 간 이질적 장벽이 높아 지역협력기구로서의 역할 기대가 난망 시 된다. 또한 안보협의체 부재로 인해 시도된 미-중대화나 한, 중 ,일 정상회의, 6자회담 등도 큰 진전 없이 "평화유지"만 강조하는 선에서 서성이고 있다.
일부 서방학자들은 중국의 국력신장을 두고 이를 단순한 세력균형 문제가 아니라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일본에서는 한, 미, 일 3국과 호주, 인도 등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제국간의 연합이 중국팽창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략적으로 다소 단선적이고 무리한 발상이다.
이러한 가치동맹을 통한 對중국 견제정책은 중국의 팽창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중국 위협론을 우려하는 주변국들의 지지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반발을 초래, 상하이협력기구(SCO) 강화와, 중-러-북한의 안보적 3각 협력구도를 재현시켜, 아태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작용이 우려된다.
그러기에 미, 일 양국은 냉전적 사고인 중국포위 전략보다는 중국과 더불어 前向的이고도 상생하는 아태지역 신 질서구도를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국의 민족주의 완화를 위해 국민간의 대중문화를 공유하여 역내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중국은 2009년 7월 당 외사영도소조 회의에서 2020년도 까지를 "전략적 기회의 시기(戰略機遇期)"로 지정하고, '주변정세 안정'을 외교정책 목표로 정한바 있다. 이제 중국도 주변정세 안정을 위해 우선 가장 위험천만한 북한의 대남 도발을 철저히 감시하고 저지해야 한다. 나아가 성숙한 대국으로서 미, 일 등은 물론, 최근 대립각이 선 동남아 제국과도 공생의 전략적 사고로 접근, 대망의 아태지역 공동체 실현에 기여해주기 바란다.
일찍이 사마천은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호전적이면 망하고, 아무리 태평한 천하라 해도 전쟁을 잊으면 위태롭다(國雖强大 好戰必亡 天下雖安 忘戰必危 )"고 했다. 패권을 다투는 강국들도 이들에 둘러싸인 주변국들도 '호전성을 경계하고, 국방을 게을리 말라'는 이 명언을 깊히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