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8월29일
아침에 읽은 시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 여름의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여름은 청춘의 시간의 이다.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산책을 사랑하는 이유다. 주말마다 시골집에 가는데 일주일 동안 혼자 보내던 늙은 집 마당에 풀이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면서 반겨준다. 어쩌면 주인이 떠난 빈집을 지키고 있는 것이 그들이 아닌가 싶어서 반갑기도 하다. 일주일 전에 마당 한가운데서 자라고 있는 생뚱맞은 작은 민들레를 뽑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두고 왔었는데 그새 훌쩍 자라서 홀씨를 만들었다. 홀씨를 꺾어서 호호 멀리 날려 보내주었다. 빈 가지만 우두커니 마당 한가운데 서 있다.
어머니가 집을 떠난 뒤로 우리 부부가 어머니를 대신해서 주말마다 오가며 집을 지키고 있다. 큰 밭은 형제가 모여서 들깨와 고구마 땅콩을 심었다, 근처에 사는 손위 시누이가 틈틈이 돌봐준다. 우리는 집 안에 있는 작은 밭에 고추와 호박 들깨와 가지 토마토 오이를 심었다. 요즘은 김장배추와 열무 당근을 심었다. 밭에 잡초들이 일주일만 지나도 훌쩍 자라고 있다. 이제는 보이는 대로 뽑아서 그럭저럭 말끔하게 텃밭을 가꾸고 있다.
잡초라고 생각하는 것 중에서 나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여러 가지 있다. 비름나물과 쇠비름이 있는데 자라면 뜯어서 나물로 무쳐서 먹는다. 돌나물도 담장 아래를 이끼처럼 자라고 있어서 김치도 만들거나 샐러드처럼 먹기도 했다. 집안에 어머님이 심어놓은 취나물과 도라지 머위가 장독대 주변으로 뒤뜰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시골집에 가면 마당이 채소 가게이다. 요즘은 오이를 따서 냉채를 만들어 국수를 말아서 먹기도 한다. 가지도 찌고 고추와 부추 깻잎으로 전을 부쳐서 먹기도 했다. 쑥갓꽃이 한창일 때는 꽃으로 튀김을 해서 마당에 자리를 펴고 별을 보며 맥주를 마신 추억이 있다.
이제 더위가 시들어간다. 저녁에는 에어컨 없이도 잠을 잘 수 있다. 모처럼 꿀맛인 잠을 자고 있다. 나무 백일홍이 시처럼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던 여름이 이제 시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