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모임] 아름다운 사람들
쌈짓돈 털어 사랑의 급식
어린이대공원 '나눔의 터'서 15년째 계속
포장마차 아주머니·여중생 등 십시일반
2003/08/28
형편이 부유해서나 또는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와 희생을 실천하겠다는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아름답게 가꾸어진다고 나는 확신한다. 어린이대공원 '나눔의 터'에서 15년째 결식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해오고 있는 이웃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은 그런 이들의 모임이다.
매일 정오 무렵,삼삼오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린이대공원 정문 부근에 있는 은행나무 밑의 급식소 건물로 모여든다. 권경업(시인)씨가 대표로 1989년 5월부터 이 일을 꾸리고 있는데,처음에는 국수를 삶다가 차츰 라면으로 바꾸었다. 지금은 여러 단체의 후원과 회원들의 도움으로 밥을 제공하는 날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급식 인원이 80여명쯤 되었으나,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200명을 웃돌아 한때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몇 해 전 100여명의 후원인들이 모여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단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 다시 노인들의 수가 늘어나 쪼들리는 형편은 늘 변함이 없다.
하지만 회원들은 여전히 쌈짓돈을 털 듯 한 달에 3천원에서 5천원씩 혹은 1만원씩 형편 닿는 대로 후원금을 보내온다. 알릴 일이 아니라며 얼굴을 가린 채 단무지를 가져다 주는 단무지 도매상 아저씨,두부공장 배달원,한 달에 두번씩 떡을 해오는 포장마차 아주머니,간간이 간식을 가져다 주시는 택시운전사님,매달 본인과 손자 세 명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그 물품들과 돈을 챙기다 보면 나는 항상 숙연해진다. 각박하다는 이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 따뜻함은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본인들은 설레설레 손사래를 치며 부끄러워하시겠지만 다회집,자운회,초우테니스회,부산은행노동조합,살신성인한 이수현씨의 모친,세동한신아파트부녀회,성덕법단,우리의원성형외과,하나은행 중부지점장,시원산악회,그리고 직접 수지침 봉사를 해 주시는 고려 수지침회,한 달에 두번씩 노인들의 머리를 깎아주시는 소나무봉사단,또 일 년에 서너번씩 낱개 라면과 봉지쌀을 전해주는 초읍여중 전교생들….
우리는 어느새 평균 수명 76세라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 시대의 이 노인들은 어둡고 불행했던 이 땅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극복하면서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역사의 공로자들이다. 그렇지만 그 분들을 대하는 사회의 관심은 너무 멀리 있어 노인복지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그 분들은 한 개인의 어버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어버이들이며 우리가 희망을 거는 모든 어린이의 자랑스러운 할아버지 할머니들인 것이다. 우리들은 그 분들의 공로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굴을 가린 채 매달 일정액을 은행 자동이체로 또는 지로로 보내주는 많은 아름다운 사람이여!
임들의 소박한 이름을 대할 때마다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몸소 음식 준비를 해와서 정성껏 어른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여러 단체의 봉사요원들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첫댓글 가슴 뭉클하네예. 어린이 대공원을 산책만 할 줄 알았지 무료급식소 지나면서도 소 닭보듯 했을 뿐. 할 일이 참 많은데 뭐 할지 고민하며 앉아있는 바보= 나.
오른손이오? 왼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