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구성 규명 … 면역기능 회피하고 환경에 적응
여드름 치료가 잘 안되는 이유는 여드름 원인균의 놀라운 생존능력 때문인 것으로 유전자 연구결과 밝혀졌다. 또 자신의 상태를 바꾸는 방법으로 인간의 면역계의 공격을 피해 피부에서 쉽게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분야의 유명 연구기관인 ‘파스퇴르 연구소’의 미생물학자 홀거 브루게만은 여드름 원인균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애크니스(P.acnes)’의 원형 염색체의 구조를 규명했다.
브루게만의 연구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렸다.
P.acnes균이 여드름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이 균의 염색체 구조가 밝혀짐에 따라 여드름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P.acnes균은 모든 사람의 모낭에 살고 있으며 모낭에서 분비하는 피지를 먹고 산다. 이 균은 모낭이 막혀 여드름이 생기는 과정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여드름균은 만화캐릭터로 비유하면 ‘수퍼히어로’급에 해당한다. 유전자 총량인 지놈(genome)은 크지 않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드름균은 사람의 피부를 끊어내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생존에 필요하면 피부를 잘라내서 먹을 수 있다.
이 균은 여드름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피부를 다른 위험한 세균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 다른 균이 침범할 경우 P.acnes균이 살 자리가 좁아지므로 자신이 만들어내는 물질을 ‘무기’로 유해한 박테리아나 곰팡이균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
보통 세균은 산소를 좋아하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로 나눠지는데 비해 여드름균은 어느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실험실에서는 아무 배지에서나 잘 자라고 자가 치료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등 엄청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드름균은 염증을 일으키는 역할도 한다. 자신의 상태를 변화시켜서 인체의 면역기능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때문에 피부에서 죽지 않고 잘 적응한다. 따라서 여드름 치료가 잘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P.acnes균은 각막 심장 방광 등의 조직에서 일어나는 질병에도 광범위하게 관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브루게만 박사는 “여드름균의 역할이 그동안 과소평가됐다”고 말했다